부부가 함께 성장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시간
어제는 제58회 부부 독서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 이름은 ‘두리 하나’입니다.
부부가 ‘두리 하나’ 되어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가자는 뜻을 담고 있지요.
책을 함께 읽고, 마음을 나누며, 웃음 속에서 오해를 풀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토론 내용 중 세 가지 사례를 나누고자 합니다.
김소라 회원은 책 《말 그릇》의 266쪽을 읽고 “소름이 돋았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자신이 팀원들에게 하던 질문이 책 속 ‘장애 질문’의 예시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안 되면 어떻게 할 건데?”
“최종적으로 누가 책임질 건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뭔데?”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런 질문을 습관처럼 던졌지만, 사실 팀원들에게는 큰 부담이자 상처였습니다.
어느 날 후배가 길게 이야기할 때, 무심코 준비된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네가 뭘 알아? 그건 네가 말할 상황이 아니지.”
말은 이미 화살처럼 날아갔고, 후배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다음 날 후배를 불러 말했습니다.
“그때는 내가 의도를 잘못 이해했어. 오해하지 말아줘.”
“정말 미안해."
다행히 후배도 차분히 대답했습니다.
“저도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빠른 사과와 인정이 관계를 지킨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흐트러진 거실 풍경이었습니다.
소파 커버는 흘러내려 있고, 택배 박스는 쌓여 있고, 싱크대 문은 활짝 열려 있곤 했습니다.
저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거 좀 치워라.”
“문 닫아라.”
“왜 아직도 안 했어?”
지시와 명령이 반복되자, 가족과의 대화는 점점 막혔고, 저는 ‘내가 무시당한다’는 서운함만 쌓였습니다.
그런데 《말 그릇》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지시 대신 내 감정을 전하고, 상대의 마음을 묻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스가 이렇게 쌓여 있으면 엄마는 답답해. 정리하면 훨씬 개운할 것 같은데, 너는 어때?”
놀랍게도 딸은 바로 “알겠어요”라며 치웠습니다.
아들에게도 말했습니다.
“싱크대 문이 열려 있으면 엄마는 도둑이 든 것처럼 불안해. 네가 닫아주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넌 어때?”
아들은 머쓱하게 웃으며 “엄마, 미안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대화가 달라지니 마음도 열렸습니다.
딸은 처음으로 진지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엄마, 나 기숙사에서 자취해 보고 싶어. 휴학하고 하고 싶은 일도 있어.”
저는 놀랐지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그랬구나. 엄마가 응원할게.”
짧은 대화였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더 깊이 알게 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말 한마디가 집안 공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가족과의 대화는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는 말을 아끼고, 감정을 조절하며 꼭 필요한 말만 고릅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 절제가 잘 되지 않습니다.
아내에게는 해결책을 쏟아내고, 아들에게는 충고를 퍼붓다 보니 대화가 싸움으로 끝나곤 합니다.
아내가 긴 이야기를 하면 저는 요약해서 답을 주었지만, 아내는 늘 말했습니다.
“그 얘기가 아니잖아.”
책을 읽고 알았습니다.
잘 듣는다는 건 내 방식대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반복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았습니다.
결혼 초에는 몇 시간이고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집중력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카페나 드라이브 같은 집 밖 공간에서 대화할 자리를 만듭니다. 장소가 달라지면 대화의 질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큰아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너를 위해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들에게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잔소리였습니다. 결국 대화는 막혔고, 아들은 피했습니다.
책은 말합니다.
“말그릇을 키우려면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라.”
결국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였습니다.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고 나에게 스스로 질문하고 나를 제대로 나는 것이 곧 말을 잘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가까운 가족일수록 더 많은 공감과 배려, 대화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장 많이 상처를 주고 받는 곳이 가족이라고 하지요.
부부 대화는 신호등 교차로 같습니다. 잠깐 멈추고 주위를 기우리며 살피라고 합니다. 신호등이 없기에 사고 나기 쉽습니다. 그러다 사고나면 책임 떠 넘기기에 바쁩니다.
"남편 때문이야, 아내 때문이야!"가 아니라 감정의 신호를 끄고 "내 때문이야"라고 화살표를 내게 돌리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부부 독서모임은 닫히 부부 대화를 열린 대화로 바꾸어 주는 통로입니다.
회원들의 가정사를 들으며 공감하고, 때로는 집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오해를 풀기도 합니다.저 역시 지난 주 아내와 다툰 이야기를 솔직히 나누었고, 서로의 오해를 해소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나눔이 끝나자 아내는 말했습니다.
“속이 다 후련하다.”
책 속 한 구절이 우리의 말투를 바꾸고, 말 한마디가 관계를 바꾸었습니다.
오후 5시에 모여 저녁 9시 반까지 이어진 시간 동안, 우리는 한 뼘 더 가까워졌습니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그릇입니다.
그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관계가 무너질 수도,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모임 진행 해준 윤수일·안수정 부부(장소 예약과 선물까지 준비)에게 감사!
https://www.youtube.com/watch?v=b-xcp8zYk1M
칼럼은 편견이다.
은유.《쓰기의 말들》필사. 96번째 이야기.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