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수에 반응하고,
아내 실수에 침묵하는 것이 지혜다."
토요일 오후, 투썸플레이스
한켠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잠시 고개를 들자, 내 맞은편 테이블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여학생이 앉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평안하게 쉬고 있는
풍경이었다.
그 장면이 어찌나 따뜻하고 아름답던지,
나도 모르게 허락도 없이 한 컷을 찍었다.
왼쪽에 앉은 학생은 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넘어 상의 전체를 덮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구부려 의자 위에 올린 채,
휴대폰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른쪽 학생은 양다리를 접어 의자 위로 올리고,
하얀 털옷으로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경사진 다리 위 아이패드
화면을 보며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탁자 위에는 곰돌이 모양의
인형 스탠드가 놓여 있었고,
그 오렌지빛 불이 두 학생의
얼굴을 따뜻하게 비췄다.
지퍼가 반쯤 열린 손가방에서는
콘센트 선이 살짝 삐죽 나와 있었고,
검은색 상의 하나가 의자에 걸쳐져 있었다.
그 작은 물건들 곰돌이, 털옷,
흰색 이어폰, 반쯤 열린 가방
모두가 남자에겐 상상조차 어려운,
소녀들만의 섬세하고 귀여운 소품들이다.
커피 기계 소리가 요란하다.
가을 냄새나는 커피 향에 내 코가 벌렁거리고
내 마음도 물든다.
김종원의 책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여자를 만든 것이 신의 두 번째 실수였다.”
첫 번째 실수는 남자를 만든 일이라고.
니체는 신이 인간을 만든 걸 ‘실수’라고 했다.
자연을 파괴하고 서로 미워하며
전쟁을 일삼는 인간을 보고,
신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여자를 만든 일은 실수가 아니라,
신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었다고.
남자는 세상을 정복하려 했고,
여자는 세상을 지켜왔다.
남자는 전쟁을 만들었고,
여자는 생명을 길러냈다.
나는 33년을 늘 술에 깨달았다.
풍랑이 이는 바다 위의 돛단배처럼 세상 시루에,
남의 선택에 이끌려 이리저리 방황했다.
그랬기에 생각나는 실수들이 남들보다 더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수를 기억하며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첫째, 책을 읽는 일이다.
책 속 작가들의 이야기는
나의 실수를 떠올리게 하고,
다시는 같은 길을 걷지 않게
다짐하게 만든다.
둘째, 일기를 쓰는 일이다.
하루를 돌아보며 글로 정리하면,
내가 놓친 감정과 행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곧 나를 성장시키는 거울이 된다.
셋째, 여자의 말을 잘 듣는 일이다.
어머니, 아내, 그리고 내비게이션 아가씨까지.
세 여자의 말을 잘 들으면
인생이 수월해진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아내의 말이다.
아내의 잔소리는 내 인생의
리마인드 알람 같다.
귀에 거슬리지만, 대부분 옳다.
내가 놓친 실수,
무심히 넘긴 일상을 일깨워 준다.
오늘도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아내의 잔소리에 적극 반응하고,
아내의 실수에는 침묵하려고 애쓴다.
그게 내가 터득한 지혜이자 삶의 기술이다.
니체는 여자를 만든 것이
신의 실수라 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신이 만든 작품 중 최고라고!
여자가 있었기에 인류는
아직 따뜻하다고.
여자가 있었기에 남자들은
여전히 배우고 성장한다.
책은 나에게 실수를 기억하라고 가르치지만,
아내는 그 실수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나는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아내의 잔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남편으로
오늘도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려 애쓴다.
"나의 실수에 반응하고,
아내 실수에 침묵하는 것이 지혜다.
아내가 일어났다.
거실로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여보, 또 수건을 의자에 걸쳐뒀네,
벌써 몇 번째야......,”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