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중 하나는 거짓말

by 정글


김애란 작가의 장편소설《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2025년 원북원 부산(One Book, One Busan) 일반 부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입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포스터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와 읽어보고 싶었는데, 미루다가 2026년 부산큰솔나비 선정도서로 지정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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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슬픔 뒤에 숨겨둔 단 하나의 진실에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남들에게 결코 내보이고 싶지 않은 '거짓말' 하나쯤은 품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나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진실 위에 겹겹이 칠을 하곤 하죠. 김애란 작가의 신작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바로 그 지점, 우리가 '거짓'이라는 외투를 입어야만 했던 그 시리고 아픈 진실의 속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소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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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문장 속에 숨겨진 삶의 무게


소설은 세 명의 고등학생 지우, 소리, 채운의 시선을 통해 전개됩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학교에서 진행된 '자기소개' 시간의 기묘한 규칙입니다.

"다섯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되, 그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말을 섞을 것."


어쩌면 이 규칙은 우리 삶의 축소판인지도 모릅니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나의 모습 중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서부터가 꾸며낸 이야기인지, 우리는 가끔 스스로도 헷갈리곤 하니까요. 하지만 소설 속 아이들에게 이 '거짓말 게임'은 단순한 유희가 아닙니다. 그것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비극적인 가정사와 상처를 잠시나마 가릴 수 있는 유일한 가림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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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방식으로 견뎌내는 '밤'


지우는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 어머니의 옛 연인과 서먹하게 살아가며 도마뱀 '용식'이를 돌보는 데 온 마음을 쏟습니다. 채운은 비극적인 사건 이후 교도소에 수감된 어머니와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시간을 견뎌냅니다. 그리고 소리는 타인의 죽음을 예감하는 기묘하고도 고통스러운 능력을 숨긴 채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며 살아갑니다.


작가는 이들이 겪는 고통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우의 4B 연필 끝에서, 채운이 배우는 외국어 문법 속에서, 그리고 소리가 정성껏 돌보는 반려동물의 숨결 속에서 그들의 슬픔을 나직이 읊조립니다. 특히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이라는 지우의 문장은 읽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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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라는 이름의 사랑과 구원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거짓말이 타인을 속이는 기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사랑'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너 여기서 한마디라도 하면 이번에는 엄마가 죽어"라고 속삭이며 아들의 죄를 뒤집어쓴 채운의 어머니처럼 말이죠.


아이들은 서로의 거짓말을 파헤치기보다, 그 거짓말 뒤에 숨어 떨고 있는 서로의 존재를 알아봅니다. 지우가 소리에게 맡긴 도마뱀 용식이는 그들이 나누는 무언의 위로이자 연결고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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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속 등장인물과 역할


채운, 비밀을 삼킨 아이

채운은 과거 축구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꿈을 접고, 현재는 교도소에 수감된 엄마를 면회하며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사실 채운의 집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의 진실은 엄마가 아닌 채운과 관련이 있지만, 엄마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죄를 뒤집어쓰고 "한마디라도 하면 엄마가 죽을 것"이라며 비밀을 강요하죠. 채운은 이 무거운 진실을 품은 채, 반려견 뭉치를 통해 소리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소리, 죽음을 보는 아이

소리는 누군가와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의 죽음을 예감하는 고통스러운 능력을 갖게 된 아이예요. 암 투병 중이던 엄마의 죽음을 사고로 잃은 뒤, 자신의 능력을 저주하며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게 되죠. 하지만 지우의 부탁으로 도마뱀 용식을 맡게 되고, 채운의 뭉치를 도와주면서 점차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법을 배워가요.


지우, 진실을 그리는 아이

지우는 학교에서 투명인간처럼 지내며 도마뱀 용식을 돌보는 일에 몰두하는 아이예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자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괴로워하지만, 곁을 지켜주는 선호 아저씨를 통해 엄마가 마지막까지 살고 싶어 했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지우가 그린 웹툰 '내가 본 것'은 채운이 겪은 사건의 목격담을 담고 있어, 세 아이의 운명을 하나로 묶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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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소설을 읽다가 다섯 문장 중 나의 거짓말은 무엇인지 묻게 되었습니다. 독자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될 줄 믿습니다. '다섯 문장 중 나의 거짓말'은 무엇이냐고. 책을 덮을 때쯤이면 깨닫게 됩니다. 그 문장들 속에 숨겨진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여전히 "좋은 삶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요.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비극의 한복판에서도 서로의 손등을 핥아주는 개 '뭉치'의 온기 같은 소설입니다. 상처받은 소년 소녀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고, 샤카(Shaka)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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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거나, 나만 아는 비밀 때문에 숨 가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김애란 작가의 다정한 문장들이 당신의 시린 눈썹 위를 꾹 눌러주며, 그 안에서 작은 빛이 새어 나오게 도와줄 것입니다.


김애란 작가의 작품은 늘 따뜻합니다. 섬세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작품 속에 늘 '사람'이 있습니다. 책 《안녕이라 그랬어》 역시 부고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전하는 감정의 여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남겨진 사람들이 삶을 다시 이어가는 이야기를 죽음을 상실이 아니라 새로운 이해로 나아가는 서사가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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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부산 기온이 영하 8도. 부산 날씨치곤 기록적인 날씨입니다. 부산 기온이 이 정도면 다른 곳은 더 말할 게 없겠지요. 삶이 겨울 날씨처럼 차갑고 힘들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을 그런 당신에게 따뜻한 온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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