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채우려 하지 마세요, 비워야 보이는 것들

by 글쓰는 천사장

20년 넘게 한 회사의 울타리 안에서 정해진 일을 해왔습니다. 예측 가능한 삶, 익숙한 업무 속에서 저는 늘 무언가를 채워 넣는 것에 익숙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낯선 길로 들어서 무인 매장을 운영한 지 1년, 매일의 일상 속에서 채우고 비우는 것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


초보 사장에게 매장의 '빈 공간'은 공포였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이 소량으로 채워져 있다가 금세 비어버리면 불안감부터 밀려왔죠. "손님이 헛걸음하면 어쩌지?", "이 기회에 다른 가게로 발길을 돌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인기 품목은 늘 넉넉히 채워 넣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날이면 다른 제품이 더 잘 팔리는 '머피의 법칙' 같은 상황이 반복되곤 했죠. 재고는 쌓여가고, 마음은 조급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진열대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모든 곳을 채워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요.


비어있는 공간이 주는 불편함은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우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필요한 물건을 사러 오시는 분들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브랜드 간식이 없으면 비슷한 재료로 만든 다른 간식을 찾아보시는 것처럼요. 처음엔 텅 빈 매대를 보며 불편해하던 마음이, 대체품을 구매하며 만족하는 고객을 보며 안도와 감사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비어있는 진열대가 저에게 "괜찮아요, 다른 방법도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경험은 제 인생에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늘 완벽하게 채워진 삶을 꿈꿉니다. 더 많은 성공, 더 많은 소유, 더 많은 관계로 빈틈없이 채우려 하죠. 하지만 때로는 비워두는 것이 더 큰 가능성을 만든다는 것을 무인 매장이 가르쳐주었습니다. 비어있는 진열대가 손님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었듯, 삶의 빈 공간 역시 우리에게 새로운 시도와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요.


장사 1년 차, 저는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제 빈 공간을 보며 불안해하기보다, 그 자리에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채워질지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어있는 진열대는 저에게 더 이상 불안의 상징이 아닌, 여유와 기회를 알려주는 스승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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