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15년을 마무리하고, 저는 이제 두 개의 무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 대신, 한 곳의 매장을 꼭 방문하는 것이 저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작은 무인 매장이지만, 물품 재고를 확인하고 청소 상태를 점검하는 일은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업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객분들이 남겨주신 포스트잇 메모를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메모 속에는 따뜻한 응원의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필요한 물품에 대한 요청 사항이 담겨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장을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일부러 시간을 내어 메모를 남겨주시는 고객분들의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 가능한 한 요청 사항을 반영하며, 고객과 소통하는 이 과정이 저에게는 장사를 배우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어느덧 장사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었습니다. 직장에서 쌓았던 경험과는 또 다른, 새로운 배움의 시간입니다. 직장 경험이 조직 안에서 쌓이는 수동적인 경험이었다면, 지금의 장사 경험은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과정입니다. 경험의 깊이와 농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살면서 인생의 필수 일정이라 할 수 있는 축하받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출생, 결혼, 출산처럼 누구나 축하하는 순간들이 있지요. 그 외에도 졸업, 취업, 승진, 퇴직, 투자 성공 등 축하받을 일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축하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나에게 좋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직장에 다니면서 가게 오픈을 준비했지만, 동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나의 몫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오픈 두 달 뒤에야 직장 동료들에게 알렸습니다. 다들 놀라며 축하해주었지만, 속마음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본인도 창업을 꿈꿨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동료라면, 더욱 복잡한 감정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기에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알리고 축하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첫 장사는 지인들에게 의존하기보다는 가게 주변의 고객들과 인연을 맺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가게 오픈을 알리며 화환을 받거나 지인들의 방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장사의 본질은 동네 손님들에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저는 매장 오픈 후 지인들에게 알리기보다, 주변 상가를 돌며 떡과 음료를 나누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무인 매장이지만, 직접 얼굴을 보이며 인사드리는 것만으로도 덕담과 응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픈 첫날, 지인들로 인해 매장이 북적이면 정작 중요한 동네 손님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오픈빨로 지인 매출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단골을 만들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게를 알리는 방법으로 조용한 오픈을 추천합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날, 첫 손님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순간을 위해 주변의 진짜 고객들에게 집중해 보세요.
오늘도 저는 매장에 들러 포스트잇 메모를 확인했습니다. 정성스럽게 남겨진 친필 응원 메시지를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고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