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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Mar 04. 2020

흡연구역 지정의 필요성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위해

<서울 - 흡연자 천국, 비흡연자 지옥>


가끔 서울에 출장을 가면 깜짝 놀라곤 했다. 점심시간이면 왕복 2차로를 따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좁은 도로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여자들도 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웠다.


서울이 부러웠다. 흡연자들이 마음 편하게 흡연할 수 있다니.

서울이 싫었다. 비흡연자들이 마음 편하게 거리를 걸을 수 없다니.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다 보니 단위 공간 당 흡연자는 많고, 그들이 비흡연자를 배려하면서 흡연할 장소를 찾기 힘들 것이다. 대신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다른 도시에 비하면 매우 높을 것이다.



<지방 - 흡연자 지옥, 비흡연자 지옥>


한국에서 우리 집이 있는 곳은 지방이라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곳이다. 상대적으로 인도도 넓고 아파트 단지 안에 작으나마 공원도 있어 풀과 나무가 있다. 멀지 않은 곳에 공원도 있다. 하지만 흡연자들이 흡연할 곳은 없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흡연하지 말라는 공고만 계속한다. 단지 안 구석진 곳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비난이 쏟아진다. 공고를 따라 단지 밖으로 나가 인도에서 흡연하면 바람에 날린 연기 때문이 비흡연자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지속적으로 금연지정구역은 늘어나고, 인도에서도 피지 말라고 하면 흡연자는 어디에서 흡연할 수 있을까? 비흡연자는 어디에서 마음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을까?



<금연 강제 및 금연구역 지정 확대의 비현실성>


흡연자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하는 것만이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다. 끊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금단 증상"이라는 것이 있고, 금연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경고 사진도 담뱃갑을 쥐는 손을 막지 못한다. 먼 미래에 닥쳐올 질병은 평균 수명 82세를 앞두고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금연구역 지정을 늘리고 벌금을 강조하는 것도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모든 장소에서의 흡연을 막으면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는 사람 혹은 끊지 못하는 사람은 모든 장소에서 흡연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비흡연자는 금연구역을 안심하고 걸어가다 담배연기 테러를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흡연구역지정의 필요성>


흡연구역을 지정하면 흡연자의 흡연 권리를 지키고, 비흡연자는 담배 연기로 인한 피해를 피할 수 있다. 금연구역지정만 강조하면 흡연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숨어서 담배를 피우게 된다. 이들이 지뢰처럼 연기를 퍼뜨리는 것은 비흡연자에게도 피해가 된다.


음식 중 땅콩이나 새우는 알레르기 있는 사람 비율이 높아 위험하다. 모든 음식에서 땅콩과 새우 사용을 금지해야 할까? 많은 나라에서 음식에 땅콩이나 새우 사용 여부를 표기한다. 마찬가지로 천식처럼 심각한 질병이 있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으려면 피해야 할 곳을 아는 것이 모든 곳을 청정 환경으로 만드는 것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미국에 와서 가장 많이 보는 것 중 하나가 Cigarette Receptacle(smoker's receptacle 혹은 outdoor ashtray)이라 불리는 담배 버리는 쓰레기통이다. 위쪽에 작은 구멍이 있어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으며, 구조상 불이 나지 않는다.


담배꽁초 버리는 쓰레기통, 위쪽에 꽁초를 버리는 구멍 있음

모든 마트나 대학 건물 입구 근처에 담배 버리는 쓰레기통이 하나 이상씩 있다. 건물 안에서는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없이 청결하다. 흡연자들은 오래 걷지 않고도 쉽게 주변에서 담배를 필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들을 피해서 다닐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공간에 여유가 있는 지방 도시에서 마트나 관공서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처럼 대도시에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서울은 일본처럼 보행 중 흡연 금지와 함께 도보 5분 거리마다 흡연 부스를 설치해 흡연자들의 공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비흡연자의 건강권과 흡연자의 흡연권을 다 지킬 수 있다.




<흡연만 막으면 되는 문제일까?>


흡연구역지정과 관련하여 늘 생각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리 사회는 왜 음주에 대해서 관대한데 흡연만 비난하는 것일까? 웹툰이나 글을 보아도 매일 저녁 반주는 소소한 즐거움으생각한다. 매일 저녁 술 모임을 갖는 것을 낭만으로 여기는 작품들도 보인다. 알코올도 흡연처럼 중독될 수 있다.


술은 에틸알코올과 물이 주성분이다. 에틸알코올은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되고 이것이 뇌에 좋지 않아 취하는 것이다. 주량이 센 사람은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아세트산으로 바꾼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이 과정을 하는 효소가 없어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높아진다. 심하면 쇼크사한다(신입생 환영회 기간마다 안타까운 죽음이 보도된다).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생기거나 가정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누구도 필름이 끊기거나 이불에 토한 것을 비난하지 않는다. 무용담으로 여긴다.


비만이 성인병의 큰 원인이 된다고 하면서도 왜 남성들의 높은 비만율은 큰 이슈가 되지 않는가. 이슈의 대상은 건강한 몸이 아니다. 과도한 근육을 키우는데 혈안이 된 남자들과 적정 수준 이하의 체지방을 가진 여자들이다.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를 걸어 다니는 발암물질이라 부르며 혐오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도의 경계심일까?



<통계자료로 보는 흡연과 건강 문제>


※원하는 연구 자료를 찾지 못하여 통계자료를 활용하였습니다. 비전공자로서 오류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 관련 연구 자료를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흡연으로 인한 암 사망률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수명인 82세까지 생존할 때 암 발생 위험은 남자 37.9%, 여자 32.0%로 3명 중 1명은 암 진단을 받을 수 있다(국립암센터, 2017). 전 세계 암 사망의 21%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 따라서 흡연으로 인한 암 사망률을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1/3)*(1/5)*100≒6.7% 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성인 100명 중 7명 정도가 흡연으로 인한 암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흡연자가 흡연으로 인하여 사망하는 비율은 찾을 수 없었다.


2.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기대여명 차이

2005년 연구에 따르면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기대되는 여명 차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들게 된다.   

(흡연으로 인한 기대여명 손실량에 대한 연구, 표 5의 일부)

앞서도 말했지만 기대수명이 82세가 넘는 현재 시점에서 10년이 채 되지 않는 기대여명 차이는 금연의 큰 매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3. 질환별 사망에 대한 흡연의 기여 비율

2001년 연구에 나타난 해당 질병 사망 건수에서 흡연이 없었다면 줄어들 수 있는 사망 건수의 비율을 살펴보자. 질환별 사망에 대한 흡연의 기여 비율(이후 A)이 1이라면 흡연이 그 질환의 사망원인 전부라는 뜻이다.


남성의 경우 A는 폐기종, 만성 폐쇄성 폐질환 0.85, 기관지 및 폐암 0.76, 후두암 0.743, 대동맥류, 기타 동맥질환 0.67, 구강암, 인두암 0.49으로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A는 폐기종, 만성 폐쇄성 폐질환 0.27, 기관지 천식 0.105으로 나타난다.


여성의 흡연은 남성에 비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계 결과가 신뢰롭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의 경우 호흡기, 동맥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 흡연 기여 비율이 2명당 1명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흡연자 2명 중 1명 이상 사망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 2명 중 1명 이상이 흡연으로 사망한다는 뜻이다. 실제 이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알아야 흡연자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통계 자료로 보는 흡연, 음주, 비만 문제>


※원하는 연구 자료를 찾지 못하여 통계자료를 활용하였습니다. 비전공자로서 오류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 관련 연구 자료를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계 수치가 낮은 여자 대신 남자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1. 흡연 문제

2018년 흡연율은 현저히 떨어져 100명 중 37명 정도이다. 앞서 통계 자료를 활용하여 간단한 계산을 하였을 때 일반 성인 100명 중 7명 정도가 흡연으로 인한 암으로 사망한다고 나왔다. 흡연으로 인한 암 사망률은 7/37*100≒18.9%가 될 것이다. 흡연자 10명 중 약 2명이 흡연으로 인한 암으로 사망한다. 앞서 말했듯 흡연으로 인해 줄어드는 기대여명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확률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수명 단축의 공포가 흡연으로 얻는 만족감을 넘어서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2. 음주 문제

고위험 음주율을 보면 한 번 마셨다 하면 많이 마시는 사람이 남자의 경우 5명 중 1명꼴이다. 술에 많이 취한 사람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다면 그 위험성에 대해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량이 세서 7잔 마신다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많이 있음을 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7잔이면 충분히 취한다.


월간 폭음률은 더 재밌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고위험 음주율을 활용해보면 남자의 경우 1년에 12번 이상 술에 많이 취할 확률이 (1/5)*(1/2)*100≒10%로 10명 중 1명이다.


이 수치는 화가 날 정도이다. 남자 10명 중 1명이 1년에 1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월간 폭음률에서 살펴본 자료를 활용해본다면 (1/10)*(1/10)*100≒1%이다. 남자 100명 중 1명 꼴로 1년에 12번 음주운전을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도한 음주는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의 안전도 크게 위협하고 있다.


3. 비만 문제

왜 우리나라에서 여자에게 비만에 대한 잣대가 더 높은지 알 수 없는 통계자료이다. 성인병이 그렇게나 무서운 질병이라면 적어도 남자들에 대한 경고와 비난이 더 높아야 한다. 남자 5명 중 2명, 여자 4명 중 1명이 비만이면서 병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의복을 만드는 업체들의 불합리한 치수 배정을 보여준다. 남자 의복은 XL, XXL, XXXL 사이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자 의복은 그렇지 않다. 여자 비만자는 맞는 사이즈를 찾기 어렵다. 돈이 있어도 사이즈가 없어 옷가게 입장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의복 업체들이 얼마나 불합리하게 치수 배정을 했는지의 정도는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자료를 못 찾았다.


이상의 자료들을 살펴보면 흡연 못지않게 음주와 비만도 큰 위험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흡연구역지정의 필요성 재확인>


위 자료들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 사회가 흡연자에 대해 과도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위해서도 흡연구역지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발 흡연자가 마음 편하게 흡연할 수 있고, 비흡연자는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흡연구역을 지정하면 좋겠다.



참고자료

1. 한국 성인에서 흡연의 암 발생 및 사망 인구집단 기여위험도 추정 연구

   (2019) 이현숙, 가천대학교 대학원 보건학과

2. 흡연으로 인한 기대여명 손실량에 대한 연구(Peto-Lopez 사망 수 추정방법에 의한)

   (2005) 이해경, 손길환, 한국보건사회연구 제25권 제1호

3. 한국 성인의 흡연기인사망 추이

   (2003) 유성림,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4. 질병관리본부 KCDC, 2018 국민건강통계




여담

우리나라 금연교육은 매우 성공적이다. 학교에서 매년 금연교육을 한다. 나도 몇 년 전에 금연교육 업무를 담당했었다.


이런 학교 금연교육으로 인해 아들은 흡연하는 모든 사람(남편 포함)을 미워한다. 거의 증오에 가깝다. 다양한 관점으로 보지 못해서인지 무조건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만 한다. 전 세계를 금연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난리다. 사이에 끼여 너무나 힘들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제발 흡연구역지정 좀 했으면 좋겠다. 착하게 매일 아침, 저녁 2~3번씩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 행인들의 눈총을 받으며 범죄자처럼 쭈그러져 담배를 피우는 남편이 너무 불쌍하다.(글 쓴 1년 뒤 금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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