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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Mar 09. 2020

미국 응급실 청구서는 몇 장일까요?

깎아줘서 5000불. 영수증 6장.

(2020년 작성한 글입니다.)


나: 다행이네요. 여행자보험 청구가 된다니. 료비는 일단 우리가 내고 영수증 사진 찍어 청구해야겠어요.

남편: 청구서에 적힌 사이트에서 카드결제해야겠네요. 응급실 병원비 당일 낸 거, 남은 병원비, 의사진료비, 검사비, 약값. 영수증만 5가지, 4,500불이네요.

나: 여보? 우편함에 청구서가 또 있어요! 1월 말 진료했는데, 3월 초에 웬 청구서래요? 473불?

남편: 개인정보 유출된 건가? 스팸 아닐까요?



저번 글(네? 병원비가 9000불?)에서 나온 내용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다시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저번 글을 쓰고 조회수가 너무 빠르게 올라가서 깜짝 놀랐었다. 자의든 타의든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의료비 걱정을 않을 수 없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우리가 들고 온 여행자보험은 청구서를 전달하면 병원으로 지불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병원에 지불하고 영수증으로 청구하면 우리에게 지불해준다. 그래서 응급실 간 당일, 병원에서 우리는 미국 보험이 없다고 했었다. 2주 뒤 청구서가 우편으로 올거라며 100불만 내고 가라고 들었다.


2-3주 뒤 의사진료비와 검사비 청구서가 집으로 도착했었다.


900불이 넘는 의사진료비가 비싸다고 병원에 가니 그건 의사진료비 청구하는 곳에 문의하라고 했다. 병원비는 따로라며 8500불에서 보험이 없으니 약 5000불을 깎아준다고 했다.


의사진료비를 깎아달라는 전화 문의 중에 여행자보험이란 말을 들은 직원이 보험 있으면 못 깎아준다며, 깎아주면 자신이 해고될 거라고 했다.


아랫집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화를 내시며 해고되지 않는다고 그 직원이 거짓말한 거라고 하셨다. 순서가 잘못되었다며 일단 보험사에 연락하여 어디까지 커버되는지 알아보고 커버가 안 되는 부분은 서류로 확인받아 병원에 제출한 뒤 깎아달라고 하라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어리숙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었다.


보험사 확인 결과 커버가 된다며 비용을 지불하라는 답을 들었다.


 이게 2월 말까지의 상황이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응급실 다녀온 당일(1월 말) 병원에서 100불, 약값으로 12불을 냈었다(영수증 2장).

2월 말까지 의사진료비 938불, 검사비 24불 청구서가 왔고, 남은 병원비가 3470불 있음을 병원 가서 알았다. 다 지불했다(영수증 3장).


3월 초 5장의 영수증을 정리해 보험회사에 청구하려는 순간 우편물을 정리하던 나는 또 하나의 청구서를 발견했다.


사긴가? 진료받은 지 한 달도 넘었는데? 응급실 병원비, 의사진료비, 검사비 다 따로 받더니 이번에는 뭐지? 방사선과 의사진료비 473불? 사진 찍고 해석해 준 의사 비용도 따로였단 말인가?


친절하지만 잠깐씩 2번 본 의사가 생각났고, CT 찍을 때 본 기사님인지 의사인지가 생각났다.  3시간 내내 친절했던 간호사분과 병원 본관에서 안내해주시던 분까지 떠올랐다.


이러다가는 간호사비랑 병원 안내비까지 따로 나오는 거 아냐? 언제까지 청구서가 오는 거야?


답답한 나머지 미국 한인여성사이트에 문의를 했다. 빠르게 답글이 달렸는데 우리 상황은 정상적이라고 했다. 9월에 진료받고 12월에 청구서 받은 분도 계셨다. 시간 없는 담당 의사를 대신하여 괜찮냐고 한 마디 묻고 가신 의사가 진료비를 따로 청구했다는 답글도 있었다. 나올 청구서는 다 나온 것 같았다.


여행자보험 담당자분께 문의하니 그날의 응급실 진료와 관련한 청구는 추가 접수가 가능하다고 하셨다. 보험 만세!


방사선과 의사진료비 영수증까지 챙기니 낸 돈이 5000불이 좀 넘었다. 병원과 협상해서 더 깎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이곳 시스템 속도로 보아 미국 떠나는 연말까지 진행이 완료될지가 의문스러운 상황이었다(깎아보려 병원 갔을 때 담당자가 금년 12월이란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었음).


더 깎았다면 외화낭비를 줄일 수 있으니 좋았겠지만 연말에 일이 꼬여있는 상태로 출국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미국 의료 시스템이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차상위계층은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이해하겠다. 저소득층은 오바마케어로 오히려 살기 좋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만 병원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싸졌다(의료수가 등에 대해서 저번 글과 답글에 많은 의견이 있다).


하여간 응급실 3시간 가고 많은 생각을 오래 하게 된다. 한국 최고, 여행자보험 최고다!



남편이 옆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드라이브 쓰루 검사 방법을 미국 백악관과 독일에서 정식으로 문의했다는 기사를 읽어주었다. 전국적 위기상황을 질서 있게 이겨내는 모습에 전 세계가 한국을 보고 놀라고 있을 것 같다.


뿌듯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 의사, 간호사, 병원행정직원, 병원 및 일반 청소부, 의료물품 생산자 등 많은 분들이 과로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벌써 두 달이 넘어간다.


응원과 의지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고 대단하시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많은 시민들의 협조가 있으니 곧 진정되지 않을까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여성사이트에서 본 글이 자꾸 생각난다. 어떤 분이 물이나 티슈 등을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미국인 남편에게 말하니 총알을 세더란다. 위기상황이 오면 물건을 탈취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준비하는 거라고. 미국, 무서운 나라다.


집에 총도 없는데 50% 넘는 성인 남자가 총을 쏠 줄 아는 우리나라도 무서운 나라긴 마찬가지인가?




보험 청구 후기!


카톡으로 보험담당자와 연락하였습니다. 보험 청구 신청하니 필요서류(여권사본, 통장사본, 진료확인 가능한 서류, 청구항목 나온 서류, 영수증 등) 알려주셨고 사진찍어 보냈습니다. 영업일 기준 약 3일 뒤 통장에 전액 한화로 입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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