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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May 20. 2020

중고등교사 첫 발령, 일반고 제외 어떨까?

학생 지도 시 조심해야 할 한 가지-평범한 가정이란 무엇일까?

"00야, 집에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머니 전화받으실 수 있을까?"

".... 저 엄마 없어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3월이라 아직 학생들에 대한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모든 학생들의 가정환경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중고등 교사들의 초임 발령 학교 목록에서 일반고, 특목고는 제외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공립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다음 해부터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1년 만에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나의 첫 학교는 소위 말하는 학군이 좋지 않은 중학교였다. 이 학교 학생들의 가정은 너무나 다양했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학업에 대한 지원이 가득한 가정, 사랑과 관심은 높으나 공부는 필요 없다는 가정,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으로 부유한 가정, 한부모 가정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가정, 의도적으로 혹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자녀를 방임하는 가정, 법률상 한 가족이 아닌 가정, 여러 이유로 조부모에게 자녀를 보낸 가정, 범죄가 일어나는 가정,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든 가정 등. 첫 발령 전에는 이런 다양한 가정을 상상조차 못 했다. 소설책에서나 나온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나 안일하고 세상을 몰랐는가. 부끄럽게도 온실 속 화초처럼 컸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주변 교사들과 지내다 보면 곧 알게 된다. 일반고에서 제법 상위권으로 학교를 다니다 대학 진학을 한다. 가정이 어려운 친구를 볼 확률이 낮다. 정말 힘든 집은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일반고로 진학하지 않는다. 졸업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공고 등으로 진학한다. 중3 담임을 하면서 알았다.



일반고나 특목고에는 평범하거나 안정적인, 여유로운 가정의 학생 비율이 높다. 하지만 중학교, 그것도 학군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곳에 가보면 학생들의 다양한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공고를 비롯한 다른 다양한 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생들의 배경에 이런 다양한 가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교사는 학생 지도를 한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한다. 앞서의 예처럼. 모든 학생의 가정을 다 알 수는 없으므로 교사의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학생 앞에서 섣불리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지각하면 500원 등의 돈을 내는 벌칙이 학생들의 자발적 학급 회의 결과 나왔다면 모를까, 교사가 나서서 돈을 내는 벌칙을 정하지 않아야 한다. 지각이 잦은 것이 학생의 나태가 아니라 가정의 문제일 수 있음을 생각하고 확인해보아야 한다. 학생의 친척이라며 학교로 걸려온 전화에 섣불리 주소나 전화번호를 말하면 안 됨을 깨달아야 한다. 어머니 사진을 가져오라 하기보다 자신이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어머니 연배의 여성 사진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 얼굴이 붉어진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학생 지도 때에는 실천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때문이다.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데 모르면 더 할 것이다. 일반고로 첫 발령을 받은 상대적으로 젊은 교사들을 보면 대입을 위한 역량이 매우 빠르게 높아지는 것이 보인다. 좋은 대학 진학률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교사는 다양한 가정사를 지닌 학생들을 돌아보지 못하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평범한 가정이란 무엇일까?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평범한 가정이라는 말은 틀일 뿐이다. 가정은 100이면 100,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속한 가정이 "나의 평범한 가정"이며, 내가 다른 가정을 바라보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교사는 달라야 한다. 다양한 가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눈과 마음을 가져야 한다.


중고등학교 교사의 초임 발령에서 일반고, 특목고를 제외했으면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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