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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May 20. 2020

미국교사는 결석확인서 안 모으나요?

한국 학교의 교사 업무, 분명히 과중하다.

미국에 오면서 아들을 미국 공립고등학교에 전입시켰다. 그 과정에서 놀란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심한 말로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모두 능력자이면서 호구인가 싶었다.


< 내가 경험한 미국 학교 시스템과 한국 학교 시스템 차이 >


1. 교육청, 학교의 상담 이메일 공개

(이 부분은 교사와 직접 관계는 없으나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미국 입국 전 한국에서 미국 지역 교육청에 이메일로 전입에 대한 문의를 할 수 있었고, 필요 서류를 다 구비할 수 있었다. 이메일 답신은 빠른 편으로 늦어도 이틀이면 답신이 와있었다. 시차를 고려하면 거의 만 하루면 답신이 온 셈이다. 전입 관련 업무 처리를 위한 교육청 면접일까지 확정받고 한국에서 출국했다.


미국 지역 교육청에 가니 업무 처리를 위해 나온 사람은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람과 달랐다. 즉, 업무가 분업화되어 있어서 각국에서 오는 문의 처리업무와 실제 전입 처리를 위한 업무를 각각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효율적인가. 교육청에서 전입 학교와 스쿨버스까지 한 번에 신청 가능했다.


한국으로 재입국하면 아들은 편입학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과 교육청에서 찾아 어느 정도 파악했다. 하지만 한국어로 된 교육청 사이트에서 한국말로 찾아도 자료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 어디에도 이메일 주소는 없었다. 한국 외에서 문의 사항이 생겼을 때에는 업무 담당자를 찾은 뒤, 한국의 업무 시간을 고려해서 국제전화를 걸지 않고는 연락할 방법이 없다. 국민 신문고를 이용한 민원 신청은 가능하겠지만 공무원인 나는 안다. 업무 담당자에게 무척 부담 가는 질의 방법이며 평소 업무에 추가로 더해지는 업무라는 것을.


한국 교육청에서 전입 등 상담을 위한 이메일을 홈페이지에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이메일을 공개하는 순간 이메일 처리 업무가 현재 업무 담당자에게 추가로 부여될 것이다. 짐작이 되겠지만 업무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미국처럼 이메일 상담 전담 직원을 두었으면 좋겠다. 업무가 늘어날 때 제발 사람을 늘리면 좋겠다.


2. 학교의 전입 업무 처리

미국 학교에서의 전입처리를 살펴보자. 교육청에서 외국에서 온 학생의 전입 학교를 정해주고 나면 학교로 가서 수강 교과목을 정해야 했다. 미리 학교 갈 날짜를 전화로 예약하라고 안내받았다. 통역을 미리 부탁할 수 있다고 해서 통역사도 신청했다. 한국처럼 담임교사나 담당 교사가 상담을 할 줄 알았더니 이 역시 모두 분업화되어 있었다. 학교 행정 직원이 서류를 체크한 뒤 상담원을 만나도록 해주었다. 4명의 상담사가 아이들 이름을 알파벳 순으로 나열하여 크게 4묶음으로 나누어 전담으로 상담하였다. 여름이라 상담사가 휴가 중이라 다른 상담사에게 교과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교과목 확정 뒤 개학일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한국 학교에서 전입처리를 해 본 학부모라면 알 것이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수업을 하는 교사가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행정실에서 처리하는 것도 있지만 교무실로 가서 담당 교사를 만나서 서류 업무를 보고, 다시 담임교사를 안내받고, 교과서, 교복, 체육복 등에 대한 다양한 안내를 받아야 한다. 담당 교사가 수업 중이면 수업 마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국은 전출입처럼 교사의 전문성보다 행정적인 절차가 더 중요한 업무는 철저히 분업되어 있다. 한국도 사람을 더 뽑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업무를 나누어야 한다. 학적 업무는 수업을 하는 교사가 담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3. 담임의 업무

미국의 초중등학교는 잘 모르겠다. 아들이 다니는 공립 고등학교는 하루 4과목의 수업이 있는데 스쿨버스를 6:25에 타고 등교한다. 1교시 후 쉬는 시간 6분, 2교시 후 점심시간 약 50분, 3교시 후 쉬는 시간 6분, 4교시를 마치면 14:18이다. 집에 오면 3시 정도가 된다. 왜 이렇게 일찍 학교를 가냐고 하니 스쿨버스를 고등, 중등, 초등 순으로 쓰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아주 일찍 등교를 한다고 했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조종례는 따로 없다고 했다. 그럼 출결 확인을 어떻게 할까? 각 수업 시간에 담당 교사가 출결 확인을 하면 그만이다. 쉬는 시간 6분으로는 교실 이동만 해도 벅차다. 화장실은 수업 시간 중에 교실 앞에 준비된 종이에 이름, 시간을 적은 뒤 그 종이를 들고 화장실에 간다. 교실에 온 뒤 다시 시간을 적고 종이를 제자리에 두면 된다고 한다. 2교시 교사가 담임이라고 하는데 아주 가끔 시험 등의 공지사항을 안내하시는 것이 다라고 했다.


수업 시간에 없었던 학생은 당일 학부모에게 자동으로 메시지가 온다. "00가 0교시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결석계를 제출하세요." 하는 식이다. 아들이 아파서 결석하게 된 날 한국처럼 생각하고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하나 걱정했었다. 빠지게 된 교과목 교사께 메일을 드렸다. 답신에 따르면 학교 홈페이지나 학교 오피스에 있는 결석확인서를 작성하여 학교 오피스에 제출하라고 하였다. 담임은 출결 체크도, 결석확인서를 모으지도 않는다!


한국은 담임교사가 매일 조례 때부터 하교할 때까지 체크해야 한다. 본인의 담당 수업이 있어 학급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다 보니 가끔 학생이 학교를 빠져나가도 나중에 알 때가 많다. 담임의 책임이다. 결석 확인에 대한 메시지도 담임이 학부모 전화번호를 찾아 일일이 연락해야 한다. 조례~1교시 사이 학년실에 한 번만 가보시라. 학년실 대부분의 교사가 수업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통을 붙들고 출결 확인 전화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결석확인서는 담임이 모은다. 이 종이를 출결 담당 업무를 맡은 교사가 다 모으고, 도장, 날짜를 확인한 뒤 결재를 올리게 된다. 미국 학교 시스템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이 역시 행정 업무이다. 전출입, 출결은 행정 업무에 가깝다. 우리나라처럼 전자 결재가 활성화된 곳에서 매 교시 교과 교사가 확인하여 입력하고, 나머지 행정 업무는 전담 직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교실에서 바로 NEIS접속하여 입력하는 것이 아닌 관계로 업무가 바빠지면 출결 입력을 잊을 확률이 높다.)


4. 수업

미국 고등학교에서 교사는 일주일에 5일, 하루 4교시, 한 교시 당 1시간 24분 수업한다. 매일 시간표가 똑같다. 따라서 4개 반을 맡아서 수업한다고 보면 된다. 2~4가지 수업을 5 시수씩 매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어느 학년 수업을 할지 일찍 알 수 있어서 개학 전 어느 정도 준비가 되는 편이다. 대신 한국에 비해 행정 업무가 적어 보인다.


한국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학급수에 따라 다르겠으나 주당 14~18교시 수업한다. 매주 시간표가 같다. 같은 학년만 수업한다면 주당 2 시수씩, 다른 학년을 섞어한다면 주당 8 시수 이상씩 준비한다고 본다. 어느 학년 수업을 할지 빨라야 2월에 알게 되므로 개학 전 준비가 힘든 편이다. 3월 새 학기 바쁜 시기를 위해 공문을 줄인다고 해서 2월에 공문이 쏟아지는 요즘은 더할 것이다.


5. 상담 업무

상담 전담 직원이 있다는 것은 장단점이 될 수 있다.

미국처럼 상담 전담 직원이 있으면 정말 도움을 원하는 학생이 찾아가서 상담을 할 수 있다. 대신 학교 생활에 관심 없고 상담도 원하지 않는 학생에게 찾아가는 상담은 어려울 것 같다.


한국처럼 담임이 지속적으로 30명 정도를 관리하고 상담하면 더 깊이 있는 상담이 될 수 있다. 학교 생활에 관심 없는 학생들을 독려하기도 더 좋다. 하지만 간섭으로 느끼는 학생들도 많고 관심과 칭찬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가야 할 에너지가 잔소리하는데 쓰일 때가 더 많다. 담임교사도 수업이 있다. 따라서 학급 관리에 따른 학생들과의 관계가 결국 수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플러스가 될 때도 있지만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다.



6. 교사 이메일 공개

미국에서는 교사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메일 주소를 안내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메일을 카톡처럼 자주 확인하고 쓴다. 교사들도 이메일을 확인하며, 대부분의 학부모나 학생 상담도 이메일로 많이 한다. 따라서 너무 늦은 시간에는 이메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교사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으면 학생도 학부모도 불안해한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에 떠돌던 "어린이집 교사 전화번호 받아내는 법"이라는 황당한 글도 보았다. 출결을 담임교사가 다 하게 되어있는 구조가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 늦은 밤 상담 전화를 받고 한 시간도 넘게 통화해야 하는 때도 종종 있다. 에너지와 시간이 여유가 될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아닐 때에는 정말 힘들다. 여유가 된다고 해도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7. 학교 생활 확인 사이트

미국은 학교 생활 확인 사이트 접속은 학교 전입할 때 안내받은 뒤 언제든 성적이나 출결을 확인할 수 있다. 로그인이 매우 간편하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된다. 성적 확인이 자유로운 것은 평가에 대한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목별 교사의 이메일이 있어 문의 사항은 바로 물어볼 수 있다.


한국은 NEIS로 해야 한다. 처음 가입 시 인증서 등이 필요하다. 평가 과정에서 학생에게 여러 번 확인하여 검증이 끝난 점수를 입력하여 결재까지 완결해야 학부모가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교사에게 행정 업무가 과중하고 학부모들이 교사의 평가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성실히 성적이나 출결을 입력하기 힘든 교사들이 많다. 따라서 그런 정보를 따로 정리해두었다가 어느 시기, 시간이 날 때 입력해야 한다.



미국 학교 시스템에 대한 위 내용이 모두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작 아이 전입 처리를 위해 학교에 가본 것이 다이므로 겉핥기로 조금 엿본 것뿐이다. 미국에서 교사로 근무해보지 않고서야 한국 교사 생활과 어떻게 비교가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국의 많은 직장처럼 교사들도 번 아웃 상태이다.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 업무와 책임이 너무 커지고 있다. 가정과 사회에서 같이 책임져야 하는 많은 것들이 학교로 넘어오고 있다. 한국 교육계는 교육 역량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업무에서는 행정 업무에 대한 책임이 더 중요하고 양이 더 많다.(서울, 경기권은 행정 업무가 많이 줄었다고 들었지만 지방은 아직 변화가 더 필요하다.)


자신의 교육 역량을 높이고 싶어 목마른 교사들에게 행정 업무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업무 중요도에 대한 과거의 잣대를 바꾸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학생과 교사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어떤 사안을 볼 때 모든 면을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말은 아니다. 그 자리에 가야 보이는 일들이 있다. 관리자나 장학사가 되어보지 못한 평교사 입장에서 쓴 글이라 부족한 점이 많을 것 같다. 좋은 의견이나 이견은 꼭 답글을 남겨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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