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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May 28. 2020

너무 심한 수학, 과학 다이어트

우리나라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미래가 걱정된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수학, 과학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꼭 필요한 것조차 교육과정에서 점점 빠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미래가 걱정된다.


수학, 과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마 돌 맞을지도 모른다. 아들의 말처럼 내가 이상해서(학창시절 수학, 과학을 가장 좋아한 사람) 이렇게 말하는지도 모른다. 흔히 말하는 수포자, 과포자 양산을 막기 위해 반드시 쉬워져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중에 필요한 사람만 따로 공부하면 되는데 왜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강요하여 학교와 멀어지게 하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걱정된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 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이공계 학과에 진학하면 미적분학이나 이산수학을 필수로 수강한다. 물질을 다루는 대부분의 학과에서는 열역학, 물리화학을 하는데 이는 미적분이 필수이며, 코딩을 비롯한 많은 학과에서는 이산수학 등이 바탕이 된다. 수능 과학 선택과목에서 과학Ⅱ는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우는 과학 교과들은 과학Ⅱ를 이수하여야 이해하기 쉽다. 즉 고등학교 때 수학, 과학을 성실히 공부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4년만에 배우기에 버거울 정도로 공부량이 많다는 것을.


결국 현재 중고등학교 수학·과학 교육과정은 수학, 과학을 적게 배운 상태에서 대학 진학 후 공부량을 늘려 보강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아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기초과학이나 공학 학과에서 교수님들은 아마 충격이 크실 것이다.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학생들은 뭔가를 덜 배우고 진학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땅이 넓지도,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다. 미래 사회는 지금과 달라 문화 강국이 되면 된다고들 하지만 과학기술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모래성일 뿐이다. 모두 연예인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어 세상을 상대로 광고비만 벌면 나라가 유지될까? 과학에 힘을 실어주지 않은 나라는 결국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모든 학생이 수학, 과학을 어렵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그 길을 걷고 싶고, 그 교과를 좋아하며 역량이 충분한 학생들이 과학고 진학을 실패했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손해를 보고, 국가의 이공계 역량이 줄어드는 지금의 수학·과학 교육과정 다이어트가 정말 올바른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몹시 개인적인 견해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

주변 수학, 과학 교사들 중에는 지금처럼 교육과정을 줄이는 것에 찬성하시는 분도 많다. 모두 어려운 것을 배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유명한 20:80 법칙처럼 정말 뛰어난 학생들은 특목고 등에 가서 좋은 대학을 진학하게 될 것이며, 그런 학생들이 결국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여 기초과학, 응용과학,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대부분 자신의 교과를 사랑하기보다 성적에 맞추어 사범대를 가신 분들이었다.


그런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런 교과를 좋아했던 학생 출신으로서 한 마디 하고 싶다. 다른 분야에 흥미를 느껴 공부를 시작하게 될 때 관련 교과를 배웠던 기억은 엄청나게 시간을 절약해준다. 지금은 모든 분야의 학문이 엄청난 속도로 전문화되고, 발전하며, 융합되는 시대이다. 이를 대비하는 인재를 기른다는 점에서 수학·과학 교육과정 다이어트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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