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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Apr 27. 2020

스킬 자수, 이걸 여기서 보다니!

국민학교 시절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한 줄 알았더니

이웃 미국인 M 할머니는 물레를 돌릴 줄 아시고, 천을 짜기도 하시며, 뜨개질도 하시고, 천 마스크도 만드신다. 다양한 만들기(craft)를 하시기에 만들기 활동을 위한 작업실이 있으시다. 함께 산책을 하다가 요즘 방 정리하신다며 scrim을 어떻게 하신다는데 영어가 짧아 못 알아 들었다. 설명을 해도 아예 모르는 단어가 많아 전달이 힘들다 판단하신 듯했다. 현관 앞에서 잠시 기다리라며 댁으로 들어가셨다.


곧 나오신 그분의 손에는 짧은 털실이 가득한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코바늘과 바탕이 되는 흰 격자모양 천 몇 조각이 같이 들어있었다.


20.04.22. 스킬 자수 재료

아! 추억 속의 자수. 심지어 한글 이름도 모르는 자수였다. 국민학교 시절 유행해서 문방구마다 팔았었다. 어릴 때 우리 집 벽에는 어머니께서 만드신 내 키만 한 호랑이 스킬 자수 작품이 있었다.


M 할머니는 시범을 보여주셨고, 나는 감사하다며 어릴 때 해보았다 말씀드렸다.


들었을 때 철자가 감이 오지 않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곧 증발함을 알고 있었다. 다음에 만나서 대화하려면 용어를 알아보아야 했다. 털실(yarn)과 바늘(hook), 스트링인지 스트림인지 모를 단어가 단서였다.


거의 한 시간을 네이버, 다음, 구글, 유튜브에서 검색했다.


한국서 부르는 이름은 스킬 자수, 미국은 Latch hook. 여기 쓰는 코바늘은 latch hook tool, 털실은 yarn segments 혹은 pre-cut yarn, 바닥은 scrim 혹은 canvas grid라고 했다. 바닥에 깔려고 만든 작품은 latch hook rug였다.


작은 연습용 스크림에 네임펜으로 그림을 그린 뒤 자수를 놓아보았다. 가로 약 15센티미터, 세로 약 10센티미터. 이 작은 것은 만드는데 2일 걸렸다.

처음으로 디자인하여 만든 완성작품

마음에 쏙 들게 만들어졌다. 휴직 중이라 마음 편하게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았다.


완성했다는 말을 들으시자 양팔 너비만 한 스크림을 주셨다. 디자인해보라시며 칼라 매직펜도 주셨다.


20.04.23. 대형 스크림과 매직펜


M 할머니와의 우정을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을 구상해보아야겠다. 집순이에 이벤트 따위 모르는 내향형 인간이었는데 배려심 넘치는 이웃 덕에 나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어떤 작품을 구상해야 재밌어하실까? 즐거운 숙제가 생겼다.



2020년 미국 있을 때 쓴 글이다.

뭐든 조금 귀찮아하는 나는 결국 작품을 시작도 하지 못했다. 한국 들어올 때 저 스크림을 들고 입국했고, 지퍼락을 열지도 않았다. 할머니 죄송해요. 퇴직하면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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