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00'의 시대(13)

목격자

by 향연

‘500억 몸값의 돌 ‘미르’, 목격담 잇따라… 진실은?’


기사에 따르면 몇몇 사람들이 김 회장이 생전에 미르와 동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이 여가 시간을 갖거나, 여행 및 골프를 치러 갈 때 수행원이 어떤 돌을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고 주장하며 미르의 생김새에 대한 정보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때는 이런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야 조명되어 기쁘다는 게 이 사람들의 의견이다. 인터뷰를 한 B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평소 김 회장의 가치관을 좋아했어요. 늘 선구적인 행보를 보였잖아요. 특히 몇 년 전엔 자기 기억이랑 뇌 구조를 AI에 업로드해서 평생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밝혀졌죠. 처음엔 실험처럼 시작했는데, 본인이 직접 모델케이스가 됐대요. 솔직히 일반 사람한텐 너무 비싸서 언감생심이지만, 저 같은 사람도 한 번쯤 꿈꾸게 되긴 하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그렇잖아요. 물론 뇌 스캔과 AI 페르소나 생성에 수억 원이 드니 엄두는 못 냈지만, 전 굉장히 매력적이고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봤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봐요. 와, 누가 돌한테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어요?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가능하게 모든 법과 제도를 위한 계획과 지원을 해왔다는 게, 김 회장은 정말 보통 인물이 아니에요. 미르를 ‘특수 반려 보호 대상’, '특수 권리 대상'? 뭐 그걸로 만들었잖아요. 그걸 하면 돌이 직접 재산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서요?


어쨌거나 전 김 회장의 팬이라서 가끔 김 회장이 외부 행사에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이동하는 김 회장의 모습을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 일부러 근처를 방문하곤 했어요. 그렇다고 항상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가까이서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죠.


그날은 김 회장이 무슨 회의에 참석하는 날이었어요. 그 정보를 입수하고 근처를 맴돌다 우연히 회장님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거예요. 회의가 열리는 장소와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어요. 아마 복잡한 게 싫어서 도착 시간과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꾸었나 봐요. 다들 일하고 있을 시간이라 주변엔 사람이 거의 없고 조용했어요.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뵙는 거라 굉장히 신났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수행 비서가 무슨 이만한 알 같은 걸 굉장히 부드러워 보이는 담요에 싸서 받아 드는 거예요. 김 회장한테서요. 솔직히 그때는 회장님을 본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해서 그게 뭔지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사건이 있고 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제가 그때 봤던 게 바로 미르인 것 같더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그 이상한 알 같은 게 대체 뭐겠어요.


아무튼 그때 봤던 건 아마.. 이 정도였어요. 두 손으로 들 순 있는데 그러려면 가슴팍에 살짝 기대야 하는 크기죠. 그리고 겉면은.. 원래 거친데 오랜 시간 바람에 깎여 조금 매끄러워진 듯했고 뭔가에 긁히거나 부딪힌 것 같은 흔적도 겉면에 있었어요. 그을린 듯한 어두침침한 색이었고 어디선가 떨어져 나왔는지 날카로운 모서리도 가지고 있었죠. 마치 그 안에 모든 선과 형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달까요?


3초 남짓한 시간이었어요. 그 이후엔 담요로 덮여서 더 이상 보지 못했네요. 수행원은 그 돌을 받아 들어 어떤 가방에 넣고 회장과 함께 이동했어요. 강아지 이동 가방 아시죠? 약간 그거 같았달까요? 양끝에 비슷한 그물망 같은 게 쳐져 있었거든요. 물론 그것보단 훨씬 고급스러운 가방이었지만요."


혹시 그때 찍은 사진이 있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B 씨는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미르가 포착된 사진이라고 보여준 것은, 50m는 족히 떨어져 보이는 곳에서 찍힌 것으로, 심지어 흔들린 탓에 블러 처리된 것처럼 흐릿했다. 그리고 그가 미르라고 주장하는 것은 수행원의 몸에 가려져 윗부분밖에 보이지 않아 전체적인 크기도 알기 어려웠다. 정말 미르가 맞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B 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니면 어쩔 수 없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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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 딱히 도움이 되진 않네. 그러니까 미르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고, 얼마 정도의 크기에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이런 걸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잖아. 유언장도 비공개, 실물도 공개 불가.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은데..'


출처 모름.
성분, 비밀.
무게, 정확하지 않음.
실물 사진, 흐릿하고 전신이 나온 사진은 없음.
크기, 밝혀진 게 없음.
미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증언이 모두 중구난방으로 다름.
그리고 사진 역시 무늬와 색깔이 모두 다름, 조작된 것..?


태완은 조사한 내용들을 노트에 적다가 한숨을 쉰다.


'흔들바위와 이 돌이 정말 관련이 있긴 한 걸까. 이쯤 되면 그냥 내 짐작일 수도..'


그는 점점 자신의 판단에 대한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이런 조사를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의욕이 꺾이고 열정이 사그라드는 걸 느낀 태완은 손으로 입가를 문지르며 한참 생각하다 복잡한 마음으로 다음 기사를 클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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