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김 회장의 미르, 현재 거처는?’
'현재 미르는 00그룹 김 회장의 자택 내 별도 공간인 '정서 자산 보호실(Emotional Asset Vault)'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체 인식과 다중보안코드로만 접근가능한 이 공간은 김 회장이 생전 가족들에게조차 밝히지 않았던 비밀 구역으로, 출입 경로와 위치는 김 회장과 보조인 A 씨만 알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앞으로 미르는 이곳에 머무르며, 보조인을 통해 자산 및 관련 업무를 간접 수행하게 된다.
현재 미르의 실물을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A 씨는 김 회장의 당부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자회견, 회의 참석 등 외부 활동은 모두 A 씨가 전담할 예정이며, 이 때문에 '실제로 미르가 상속을 받은 게 맞느냐' 또는 '미르가 정말 존재하긴 하느냐'라는 의혹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편 미르의 생일로 알려진 4월 10일이 다가오면서, 생일 파티를 계기로 미르가 공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생일인 만큼 조용히 넘어가도록 계획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평소 김 회장을 알던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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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지난 29일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전 재산을 돌멩이 ‘미르’에게 상속하겠다고 밝혀 세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비인간 존재에게 직접 상속을 한 국내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상 미르를 실제로 본 건 미르의 보조인 A 씨뿐이다. 그리고 그 말은, A 씨가 속이려면 충분히 속일 수 있었다는 말이다. ‘미르’의 외모와 출신지, 성격, 심지어는 김 회장의 상속 사실과 내용까지도. 어쩌면.. 미르의 실존까지도.
‘정말 이 돌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태완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긴다.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정보를 감추려고 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보조인에 따르면 김 회장은 미르가 자신에게 각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미르에게 재산을 상속하길 원했다. 물론, 정말 그런 이유라면 소중히 여기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굳이 공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사람들은 꼬투리를 잡아 공격할 것이고, 근거 없는 루머들이 양산될 테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건 좀..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느낌인걸.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속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그 상속이 미칠 영향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단 말이지. '비인간 존재에의 첫 상속'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이 붙는 사건이니 분명 파급력이 있을 거란 걸 알았을 테니까. 아니면, 정말 보조인이나 관계자가 무언가를 조작했을 수도 있고. 유언장이 비공개니까 말이야. 그것도 아니라면..’
‘돌이 회장에게 비밀로 해달라 부탁한 것일 수도 있고.’
태완은 머릿속에 갑자기 든 생각에 놀란다.
‘그건, 말이 안 되지. 돌이 어떻게, 사람과 대화를 해. 아니, 부탁을 한다는 건 자유의지가 있다는 거잖아. 너무 웃긴다.’
코웃음을 치던 태완의 시야에 우연히 동글이 걸린다. 태완은 말없이 동글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설득이 일어나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걸 자각하자 약간의 충격을 받고 진지해진다.
‘그럴 수도 있나?’
정적 속에서 몇 초가 흐른 후, 태완은 자신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머리가 어떻게 되어가는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일단 자자.'
어느덧 시간은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태완은 주섬주섬 노트북을 정리하고 취침등을 끈다.
‘좋아, 두 시간 뒤엔 일어나야 해.’
호기롭게 누운 태완은 걱정이 되어 다시 일어난다. 1분 간격으로 알람을 10개 정도 맞춘다. 꼭 일어나야 하는데. 제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까. 더 일찍 누울걸 후회하며 태완과 동글은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