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하게 받은 것들의 힘은 세다.

by 유월 토끼
(25년 2월 숲 속 도서관 책에서 본 글, 출처 모름)


= 엄마의 음식은 아름다운 기억이에요.

= 너의 장미가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어린 왕자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먹었던 엄마의 밥이 그냥 끼니때가 되어 먹는 밥이 아니라는 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그 밥의 진가를 알게 되었네요.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원하지 않는 사건, 사고, 해내야만 하는 역할들 속에서 힘이 되어주고, 버텨내는 기술을 연마하게 하는 원소라고나 할까?

위기의 순간마다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원천, 회복탄력성을 만들어내는 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치원시절, 초등시적, 중고등 시절 각기 다른 종류로 떠오르지만, 중요한 장면마다 뚜렷하게 떠오르는 맛과 모양 그리고 냄새가 있어요.

너무 추운 겨울 어느 날 터벅터벅 걸어 퇴근하던 날 엄마가 차려내 준 밥상 위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곰국이 떠올라 얼어가는 몸을 녹여주었고, 환절기 감기에 코가 막혀 먹먹할 때 빨간 콩나물 소고깃국의 칼칼함이 코를 뻥 뚫어내 주었던 시원함까지 그대로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워내는 과정에서 그 돌봄의 시간들이 성장한 자녀들의 삶 속에 드러나 있지 않지만, 온몸에 흐르는 피 속에 뼛속에 각인되어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방울방울 이슬 맺히듯 모여 힘을 만들어 내어 주는 것만 같아요.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고 그냥 음식을 만들어 내주신 것이 아니라, 특별한 힘을 담아 아이들 몸속에 장착시킨 거죠.

그 정성에 특별한 힘을 담아낸 밥을 먹었으니 밥값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거죠.


어린 왕자의 말처럼 장미에게 온마음을 담아 돌봐온 그 애틋한 시간들이 있기에 더욱이 장미꽃이 특별하게 소중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그냥"은 없는 것 같아요.

당연한 것으로 보아도 되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내민 따뜻한 차한 잔의 마음에도, 배려에도, 깨끗하게 청소된 거리를 걷으며 느끼는 쾌적함에도, 누군가의 수고와 정성이 지나간 흔적이며, 사무실 창가의 작은 화분도 누군가의 따뜻한 눈길과 손길이 지나갔기에 초록빛이 반짝이며 주변을 환기시켜 주고 있으니까요.


필사 노트에서 위의 두 문장을 다시 한번 만나며 새삼 '그 어떤 것에도 당연함은 없다'는 생각이 올라와 함께 나누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