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힘이 되는 열매가 되었으면 한다.

by 유월 토끼

이 해 인 수녀님의 [ 말을 위한 기도 ] 중에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제 언어의 나무.



매일매일 생각합니다.


오늘 내가 들었던 말들로 기뻤고, 슬펐고, 즐거웠고, 아팠고, 당황스럽기도 감사하기도 했던 순간들은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잊지 않고 남겨져 어느 순간 되감기 되어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당일 하루만 맴돌다 옅어지는 말도 있고, 이삼일 이어 머릿속에 붙어 있기도 합니다.

더 무서운 건 잊었나 싶었다가 부르지 않아도 어떤 상황에서 흐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떠올라 방금 일어난 일처럼 선명한 감정의 느낌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또한 내가 꺼내놓은 말들도 생각해 봅니다.

적절한 순간에 적당한 농도로 말한 것일까.

내가 사용한 단어가 적당한 힘을 가지고 전달되었을까.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섭섭하게 하진 않았을까.

다정하게 달콤하게 진심을 담아 힘이 되는 말을 전하였을까.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면 돌아보며 나를 통해 전달된 말이 어떠했는지 떠올려 확인하게 됩니다.

평소 보다 조금 더 특별했던 순간들의 장면이 있을 땐 꼭 돌아보고 정검헤 봅니다.


낭송 모임에서 이해인수녀님의 [말을 위한 기도]를 낭송해 주신 분의 목소리가 진하게 귓가에 머물러 시에 담긴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속에 성큼성큼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말의 씨가 어디에서 어떻게 열매를 맺을지 미리 예측하고 말을 하는 사람은 드물겠죠.

내가 심은 말의 씨에 대해 긴 호흡을 가지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늘 좋은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지만 문득 말의 씨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라는 문장에서 잠시 멈칫하게 되네요.

혹시... 나도 모르게... 적절하지 않은 순간이...

하는 걱정과 함께 오늘의 몇몇 장면들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말을 하는 사람, 말을 듣는 사람 사이에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말의 내용과 말의 모양새가 말의 온도가 적정하게 균형이 맞아야 오해가 생기지 않을 텐데요.

전하고 싶은 마음은 동그라미인데 전달받은 사람은 뾰족한 세모로 받게 되는 경우이겠죠.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을 생각을 온전히 그대로 전한다는 것.

필히 마음과 생각을 전하는 것에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보통의 기술로는 부족하니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을 경험하며 기술력을 더 업그레이드시켜가야 말의 씨가 건강하고 힘이 생겨나 좋은 열매를 맺게 되겠지요.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들으면 온몸이 포근해지고 자동으로 입술이 길어지며 미소 짓게 되니 복을 나누는 행위가 분명합니다.

말의 온도가 비슷한 사람과 대화를 하면 마사지받고 나온 것처럼 몸도 마음도 가볍게 풀어져 나오게 되고, 온도차가 큰 사람과 대화를 마치고 나오면 온몸이 경직되어 담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평생 살아가는 동안 연마해야 할 기술이니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듯 말의 기술을 연마하는데도 시간과 마음을 쓰며 말의 씨가 건강하게 만들어져 좋은 열매를 맺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