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욕망은..

마음의 문을 열어 질문한다.

by 유월 토끼


'사랑파'냐 '현실파'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쁜 것은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가치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어색한 것은 여태 그 나이가 되도록 자기 가치관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알지 못해서 그렇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의 욕망에 무지하다 보니 그 어느 것도 우선순위가 모호해질 수밖에. 자신의 우선순위를 알려면 평소 내 마음의 소리르 듣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 휘둘리다 보면 정작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




가끔 최진석교수님의 강연을 찾아 듣곤 했다.

장자에 대해 연구하신 철학교수님, 자신의 이름의 석자가 '돌석'자라고 당당하게 소개하셨던 그분, 짧은 반삭의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위에 소개한 임경선작가님의 문장을 반복해 읽으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고유한 욕망을 확인하는 일을 제일 먼저 해야 한다"라고 강연 때마다 강조해 말씀하셨던 최진석교수님을 보며 느꼈던 같은 감정을 만나 한 번 더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

정신없고, 철이 없고, 좋은 건 진짜 좋아하고, 싫은 건 너무나 분명하게 싫어했던 20대.

준비되지 않은 엄마의 역할을 덜컥 맡게 되어 어설프고 성숙하지 못한 엄마의 모습으로 살았던 30대.

사회생활하는 여성으로도 가정주부로도 학부모로도 뭐 하나 딱 떨어지게 잘 해내지 못했고,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도 우유부단함으로 얼렁뚱땅 기회를 놓쳐버린.... 40대.


그 언제쯤에 나의 욕망을 확인하고 우선순위에 올려두고 나의 삶을 내가 원하는 그림으로 그려 내고 있었을까? 몇 차례 생각해 봤다.

이리저리 상황에 휘둘려 그때그때 그럴만한 이유라는 생각에 아내이니까, 엄마니까 하는 마음에 적당히 나의 역할에 맞게 그리고 나의 마음이 죄책감 없이 마음이 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먼저 움직였던 것 같다.

헌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때 그 순간에 그 선택또한 나의 욕망이었지 않았나?

괜찮은 아내와 좋은 엄마의 모습 또한 내가 가지고 싶었던 모습이라 선택했고 애썼던 거 맞는데..

우선순위를 전혀 따져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는데..

죄책감이 없이 나의 마음이 평안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남편과 아이들의 삶에 나를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들 또한 중요했기에 우선순위에 두고 살았다.


가끔 지금 현재 내가 마음먹은 욕망,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나의 행복과 성취를 위해 선택을 했다면...

사실 그 옛날의 내 마음속에는 나의 꿈, 원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강열하게 드러나거나 나를 온통 뒤흔들어 놓지는 못했던 것 같다.

좋은 엄마이고 싶었고 건강하고 따뜻한 기억을 심어주고 싶었고, 남편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기에 남편이 좋아하는 일들을 더 많이 많들어 나누었다.

그러나 한 번씩 속상한 일들이 터지면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때 나의 욕망에 충실한 것이고, 지금 나는 또 어떤 욕망을 가자고 생활하고 있나에 집 중해 보아야 한다.

특별한 무엇인가 없는 그냥 아줌마가 되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좋은 책을 읽다가도 좋은 강연을 듣다가도 문득 과거를 끌고 와 어쩌고 저쩌고 핑계를 한 뭉치 만들어 투덜거리고 있는 나를 본다.

언제 얼마나 대단한 무엇이 되고 싶었다고 조금이라도 내가 마음에 차지 않는 날엔 아쉬움이 묻어 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자꾸자꾸 불러 모으고 앉아 진정한 아줌마의 청승을 떨고 앉아 있는 나에게 솔직하게 말을 걸어 본다.

매 순간 평범하게 너답게 욕망에 충실했으니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누구도 더 잘살아 보지 그랬냐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스스로 마음이 쪼그라들어 과거를 돌아보며 투덜거리지 말자고...

남은 시간 내가 얼마나 이쁘게 재미나게 욕망을 채워가며 살아갈지 모르는 일이라 토닥토닥 양손을 뒤로 보내 날개뼈 깊숙하게 밀고 들어가 꼭 안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