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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유정 Sep 10. 2023

떠올리기 싫은 추억

너와의 마지막 3일

내 사랑하는 뭉실이가 떠난 지 벌써 5개월이 지나고, 다음 주면 뭉실이의 생일이 다가온다. 생일이

가까워서인지 요 며칠 실이 생각이 부쩍 머릿속을 맴돈다. 근데 좋은 기억이 아닌 떠나기 전 마지막 기억들이다.


정말 꺼내기 싫은 기억들.


아직도 나는 그때 그 선택이 옳았을까를 생각하며 죄책감이 남아있다. 한창 바빴던 3월, 조금씩 밥을 적게 먹고 기운이 떨어져 보였던 실이를 바쁜 거 조금 지나면 챙겨줘야지 하고 일주일을 보내고, 영 식욕이 없어 보여서 주말에 난생처음 꼬리곰탕을 끓였다.


뭉치가 살아있을 때 처음 심부전증 3단계 판정을

받았을 때,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과 함께 어제 까지 잘 먹던 사료를 거부하는 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뭐라도 먹여서 살려야 했던 나는 곰탕을 사서 약과 함께 핸드피딩을 했다.


그 당시에는 의사 선생님도 약을 거르면 안 되니

뭐라도 먹는다면 조금 먹여보 자고 했기 때문에 그냥 사람이 아플 때도 먹는 곰탕을 떠올렸던 것이다.

뭉치는 그걸 먹고 기적처럼 살아나 그 뒤 약을 먹으며 나에게 5개월의 시간을 더 허락해 주었다.


뭉실이는 뭉치보다 4년을 더 살았다.

나이로 치면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안 먹는다는 건 위험한 신호였고, 부쩍

말라있어서 노령견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버티기엔 실이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어쩔 수 없이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이별은 정말 한 순간에 찾아왔다. 꼬리곰탕을 끓여 집에 갔는데, 고기도 조금밖에 못 삼키고, 먹고 싶은데 못 먹는 것 같은 뭉실이를 보며 눈물이 났다.


국물도 삼키지 못해 억지로 주사기로 밀어 넣어줬는데, 뭔가 심상찮은 기분이 들어 병원에 갔다. 병원 가기 전에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눈물이 터져 나왔지만, 왠지 꼭 찍어야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 집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될 수 있으니까.


병원 가기 전 날은 생전 안 그러던 녀석이 새벽에 네 번이나 짖었다. 세 번째까지는 일어나 쓰다듬어주고, 안아줬는데 도저히 네 번 째는 일어날 수가 없어서 살짝 방문을 닫고 잠에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그냥 지칠 대로 지쳐 쓰러진-죽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뭉실이가 거실에 엎드려 있었다. (실이가 떠나고 가장 내가 원망스러운 몇 가지 순간 중 하나이다. 얼마나 아팠으면 나를 불렀을까.. 내 잠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병원에서는 실이를 보자마자 체중이 너무 줄어서(1.6kg)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위장에 종양이 세 개나 있었다.

그게 악성이냐 양성이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노령견이 되고는 수시로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결국 소용없었다. 그리고 이게 만약 악성이라면 마지막이 너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고, 최후의 경우는 안락사를 고민해야 할 수 있다고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대한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그때의 감정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가 막힌 감정이었다. 지금까지의 식이는 이제 불가능하고 병원처방식을 통한 식사만 가능하다고 했고, 그 처방을 제대로 맞추려면 병원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입원이 모든 면에서 좋지만 딱 한 가지, 치료 중 떠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실이의 상태는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가 너무 기운이 없어서 일단 입원시켜 두었는데, 입원하자마자 담당의로부터 전화가 와서 생각보다 실이가 좋지 않다고 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실이는 약속한 3일의 입원일을 무사히 견디는 듯했다. 중간에 면회 갔을 때는 더 기운이 없어 보였 긴 했지만..

마지막 한 달은 밤에 기저귀도 하고.


입원한 실이..이때만 해도 퇴원할 줄 알았는데..

퇴원하기로 한 날 아침,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의식이 없어 CPR후 호흡기를 달았다고..


내 강아지와 이별할 순간이 결국 오고 만 것이다.

일을 하다가 그대로 던져두고, 빗길을 달려갔다.

고요한 잠의 세계에 빠져든 내 강아지는 자기 몸만 한 호흡기를 달고, 낯선 담요에 쌓여있었다.


아침까지 급여받고 정말 가늘게 숨이 꺼져갔다고 한다. 자가호흡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사실 이별 인사는 우리가 몇 달 전부터 수시로 나눴다. 마음의 준비를 해도 역시나 마지막순간은 갑작스러우며, 준비 따윈 무색해진다.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 내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이제 삶의 끈을 놓으려고 한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때 그 선택이 떠나는 뭉실이를 외롭게 한 것 같아 아직까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 괴롭다.


2023년 3월 23일 국제강아지의 날 아침 9시 30분.

내 강아지, 내 반려견, 내 친구, 내 사랑 뭉실이는 그렇게 이 세상과, 나와 이별하고 강아지별로 떠났다.

주로 누워있는 말년


지쳐쓰러져 잠듬. 의자 밑에 잘못들어가면 못나온다.
아프고 늙은 강아지라도 이렇게 안고있을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
먹으려는 의지
작고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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