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오키나와 다이빙 가이드가 아니다”
4박 5일의 일정동안 두곳의 숙소를 예약했다. 이곳은 첫날부터 3일 동안 묵었던 곳이다. 오키나와 인터내셔널 유스호스텔. 지역을 대표하는 듯한 위풍당당한 명명에 누를 끼치지 않을 시설과 서비스를 가진 곳이었다. 사실 대단한 숙소는 아니다. 구식으로 보이는 건축 구조, 외벽과 내부 시설도 적잖은 세월이 느껴졌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일본판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로비의 낡은 소파, 업무를 마감한 프런트에 쳐진 두툼하고 촌스러운 커튼, 초등학교 시절 교탁 위에 놓여있을 법한 알림 종과 빛바랜 바닥재가 눈에 띄였다. 낡았지만 잘 정비되어 있었고 구석구석 깨끗했다. 체크인하며 귀여운 영어를 쓰는 중년 직원에게 설명을 들은 뒤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404호. 6인실 도미토리에는 2층 침대 3개와 작은 소파, 행거, 수납장, 세면대 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사용할 침대를 정하고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 베개 커버를 씌우며 자리를 정비했다. 이불 커버를 씌울 때 두툼하고 푹신한 이불을 끌어안으며 침대 위로 쓰러졌다. 12월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얇은 홑겹 커버를 이불로 내주었고 매트마저 딱딱해 내내 잠자리가 불편했었는데 이번 숙소의 잠자리는 아주 성공적이다. 푹신한 이불에 크게 만족하며 짐을 풀고 소파에 늘어졌다.
도미토리는 공용 화장실과 욕실을 사용했는데 여행 내내 투숙객이 많지 않아 늘 여유 있게 사용했다. 다이빙을 다녀오면 샤워 차례를 기다릴 필요 없이 커다란 욕탕이 있는 공용 목욕탕을 이용하고 넓은 세탁실에 다이빙 수트와 빨래를 널었다. 여행 둘째 날부터 고등학교 야구부가 단체 투숙했는데 짧게 민 머리와 순박해 보이는 까만 얼굴이 귀여워 괜히 웃음이 났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 몇몇은 눈을 마주치며 꾸벅 목례를 했는데, 모르는 사람과 눈인사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그 인사가 어색했지만 싫지 않았다. 야구부 아이들이 도착한 날부터 밤은 조금 소란스러워졌고 남탕은 심하게 북적거렸다고 했다. 하지만 늦은 밤에는 조용해졌고 남탕의 상황은 나와는 상관이 없었다. 야구부 아이들을 보고 아다치 미츠루의 H2가 생각났다.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오래된 유스호스텔과 에너지 넘치는 야구부 남자아이들로 일본 만화나 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되어 혼자 조용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