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 해보다

by 힙스터보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화두는 나에게 참 재미있는 자극을 주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입법하려는 분들이 지향하는 바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이용하여 여론을 선동하고 그 과정에서 명성을 쌓는 기회주의자들에 대한 괘씸한 생각도 든다.


분별심에 넘어가서 저런 기회주의자들에 대한 분노가 일어났지만, 생각 해 보면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선동과 거짓말이 없던 적이 있었던가. 나라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선동과 거짓말에 대한 민감도라는 게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마치 세포의 역치반응과 같이 내가 남들보다 좀 더 민감하게 싫어했던 현상이 있었을 뿐이다. 그마저도 집착할 필요가 없고. (= 조견 오온개공 照見 五蘊皆空)


그리고 이러한 생각 저러한 생각을 해 본 끝에 나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아 물론 나는 여전히 동성애를 혐오하는 자들을 기피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나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자들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럼 그 이해와 기피 사이에서 어떻게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로 의견이 내 의견이 수렴했는지 지금부터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다.


본인이 뭐라도 되나고 차별을 하냬마냬... 그리고 차별을 할 수 있는 기준은 세상에 무수히도 많다.


내가 '동성애 반대'를 '반대한다'고 해서, 평소에 어떤 사안에 대해 반대를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민감하게 기피하고 싶어하는 몇 가지가 있다. 남들은 '그게 뭐라고 민감하게 구냐, 무시하고 살어 너만 피곤해'라고 말하지만 슬프게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사실을 왜곡하여 여론을 선동하려는 시도, 어떤 상황을 극단적으로 해석하여 무조건적인 반대나 찬성을 하는 사고방식에 대해 마치 알러지 반응이 있는 것마냥 나는 참지를 못하겠다. 이미 역사적으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은 안다. 아는데 어쩌겠어, 나라는 사람의 마음작용이 이러한 것을....


아무리 대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무엇인가를 싫어할 권리를 뺏어갈 권리는 함부로 행사하는 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싫어하는 자유도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 중 하나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진리가 있고, 그 진리 중에는 내가 선호하거나 또는 기피하고 싶은 진리가 있게 마련이지 않겠는가. 나 하나야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으니 나 혼자 선에서 싫어하고 말 뿐이지만, 역사의 흐름상 다수가 감응하는 공동의 악이 등장했을 때에는 무엇인가를 싫어하던 그 마음으로 사회의 변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그게 자유가 가진 변화의 힘이지 않았던가. 때문에 법으로 사람의 행동을 규제하는 방식은 굉장히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울러 나는 이 시점에서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법률'이라는 형식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회전교차로의 역설을 예시로 들고 싶다.


회전교차로는 얼핏 보면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보다 많이 위험 해 보인다. 나 역시도 운전하다가 회전교차로에 진입해야 할 때는 한 껏 긴장하고 진입과 탈출을 시도한다. 그런데 의외로 회전교차로의 사건사고 건수는 신호등 교차로에 비해 훨씬 낮다고 한다. 위에 걸어둔 링크에 의하면 부산에서 회전교차로를 설치한 전후 사고건수를 비교했더니 평균 33.3%, 부상자는 60%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불필요한 신호지체가 줄어서 소통이 원활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회전교차로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운전자들이 공통의 규칙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들어가는 차는 일단 정지해야하고, 현재 돌고 있는 차를 관찰하여 최적점에 진입을 해야 한다. 현재 돌고 있는 차의 운전자도 들어오는 상태를 의식하며 적절히 배려 해 줘야 한다. 이게 전제되지 않으면 회전교차로는 운전자들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바도 회전교차로와 같았으면 한다. 굳이 입법까지 할 필요까지는 없어보인다. 대신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문화를 개선 해 나갔으면 한다. 그 누군가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조건(성별, 나이, 성적지향, 장애여부 등)은 차별의 대상이 아님을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명확한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 소수라는 게 차별의 근거가 되지 못할지언정 그 누군가는 그 소수자를 싫어할 수 있음도 인지해야 한다. 때문에 소수자 입장에서는 내가 배척받아서는 안되고 오히려 소수자이기 때문에 더 우대받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 역시 이 사회에서 곤란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입로가 몇 개야....... 로마는 여러 모로 대단한 나라구나.......?!?



법은 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법은 사회문화와 도덕이 함께 굴러갈 때 제대로 된 힘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도덕감각과 문화적 공유가 어쩌면 법 못지 않은 효용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차별금지법 역시 법적인 접근보다는 사회문화적인 접근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행히도 내가 겪어온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대체적으로 중립적이었기에 이러한 흐름이 생기게 되면 딱히 반대하지도 않을 것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심지어 법이 복잡해짐에 따른 피로감도 약간 늦출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것이 법가(法家)를 근간으로 한 진나라였을런지 모르나, 중국의 저력을 보여준 나라는 유가(儒家)를 근간으로 한 한나라였나보다. 법으로 모든 것을 통솔하는 나라의 한계점과 도덕으로 사회 시스템을 구성했을 때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양쪽 다 미비점이 있기 때문에 현대의 국가는 법과 도덕을 제 나름대로의 레시피로 균형을 맞추어 실제 운용에 적용하고 있고 말이다.


일단 내가 만든 레시피는 기존에 이미 있는 법으로 차별금지의 근간을 만들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바는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한다이다. 그렇다면 독자님들께서 생각하는 레시피는 무엇이신지? 좋은 생각이 있으면 함께 나누어서 더 맛있는 대한민국 레시피를 만들어 보자.




* 아 그러고보니 오늘 퀴어 퍼레이드를 한다고 기사가 나더군요? 지지하는 분들 반대하는 분들이 뒤섞여 난장판이 되겠지만, 큰 사고 없이 무탈히 행사를 끝마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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