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다닌 회사. 그래도 열심히 일했고 어느 정도 능력도 인정받아서 고객센터에서 IT부서로 이동도 시켜주심에 보람을 느끼고 이제는 기획자로서 능력을 키워야겠다 하였던 때. 수습직원도 3개월이 지나면 급여를 올려주는데, 1년간 고객센터 월급에 기획자로 일하였던 상태에서 다음 해 연봉은 동결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그 순간 기분이 참 안 좋더라.
안 그래도 업무 난이도는 더 올라갔는데, 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업무 성과로 보건대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후퇴한 것도 아니건만. 이 회사와의 거래는 더이상 안되겠구나 싶더라. 퇴사결정. 물론 내 짧은 시야로 내 퍼포먼스 향상을 과대 해석하고, 내 속물같은 근성으로 월급 안 올려준다는 불만에 휩싸였을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뭐 그 때는 불자가 아니었기도 했거니와 심지어 지금이었더라도 나는 같은 결정을 내렸지 싶다. 불'자'도 사람(子)이다.
그래서 이직을 위해 뭐라도 찾아보자는 차에 유튜브에서 커리어 관련 영상을 많이 봤다. 그 중에서 가장 즐겨본 채널은 <면접왕 이형>이다. 이형 특유의 깔끔한 진행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가 말하는 생각의 기조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모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나의 문제해결 경험을 서술하고, 그것이 귀사와 얼마나 적합한지'를 어필하는 것이라고. 이력서와 자소서를 꾸미는 잔재주는 정말 잔재주에 불과하다. 조미료 좀 맛있는 거 친다고 썩은 재료로 훌륭한 맛의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니다. 메인 재료가 훌륭해야 음식 퀄리티가 확 올라간다. 지금은 이형의 채널을 찾아보지는 않지만 '문제해결능력'이라는 키워드는 마음에 담고 산다.
아 그러고보니 나 이직도 성공하긴 했다. 오래 전부터 외국계 회사에 한 번 쯤 다녀보고 싶었는데, 결국 성공했다. 비록 3년 계약직이긴 했지만, 좋은 기억이 많다.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던 Cecilia는 지금쯤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지? (정말 괜찮은 자였는데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기에는 내가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게 아쉽다!)
답답한 구석이 많기야 했지만 열심히 일하시려 노력하시던 부장님, 업무 피드백은 부디 간결하게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이게 피드백인지 제 업무에 대한 불만털기인지 구분히 안갈 정도로 꽤 감정적이셨죠. 게다가 안 그래도 바쁜데 얘기 듣다보면 한 시간은 금방 넘어가더군요. 너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함께 소통했던 인도네시아 직원분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내 영어가 짧아 대신 MBR을 진행 해 준 00000 (갑자기 이름이 딱 생각이 안나넹 ㅠㅠ 미얀), 놀랄만큼 친절하고 겸손했던 Franki, 한국어 굉장히 잘해서 놀랐던 Nur, 똑부러지고 멋졌던 Irma. 멀리서 봤을 때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은 뭔가 전투적일 것같았는데, 내가 실제로 접한 무슬림들은 예의바르고 유쾌한 자들이었다. 내 언젠가 돈 많이 벌고 여유 좀 생기면 인도네시아 친구들 함 보러 가보고도 싶은데.
요즘에는 일 하면서 나홀로 일하는 문화가 많아졌다 하지만,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아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그런 면 때문에 부정성을 뿜뿜하는 사람은 멀리하고 싶고, 긍정성을 퍼뜨리는 사람은 가까이 하고싶어 하는 것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나 타인에게나 기대하고 싶은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면 '위트있고 유쾌한' 모습인데, 적어도 이런 면이 있어야 꽉 짜여진 일의 틈바구니 속에서 숨을 좀 쉬는 것같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진지하기만 한 사람은 나는 좀 힘들다. (그러니까 남편, 나한테 프로그래밍 가르쳐줄 때 너무 진지하기만 하지 말라규... 뭇쪄워....)
그런데 며칠 전 어떤 유튜브 영상을 보고서 나는 유쾌함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얻게 되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니 김(Jonny Kim). 일단 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 보자면 :
- 어렸을 적 알콜중독과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밑에 있다가 (심지어 그는 경찰에 불응하다 사살됨)
- 힘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수한 성적을 포기하고 네이비씰(미 해군 특수부대)에 입대
- 이라크 파병 2회, 100여 차례의 전투작전 수행, 다양한 보직으로 활동하며 훈장까지 받은 우수대원인데
- 전쟁수행 도중 총상을 입은 동료를 잃은 사건을 계기로 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
- 귀국 후 미 해군 ROTC에 개설된 샌디에이고 수학과(...수학?!)를 3년만에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
- 장학생(!)으로서 미해군 장교 신분으로 하버드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여 의사면허 취득
- 하버드 재학시절 만난 우주비행사이자 의사인 스캇 패러진스키로부터 영감을 받아 우주비행사 지원
- 2017년 NASA 우주인단 최종 12인에 발탁, 2020년 아르테미스 계획 17인 후보로 최종발탁
- 2025년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체류 중으로 예상
간략한 거 맞다...! (맞다니깐?ㅋㅋㅋㅋ) 나무위키에 있는 주요내용과 Gemini한테 물어본 근황을 꾹꾹 압축한 게 저 정도다. 척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엄친아인 조니에 대해, 그의 동료인 케일라 배런(Kalya Barren)은 인상깊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훈련받던 유타(Utah) 지역은 물이 거의 없었어요. 바위 웅덩이에 고작 2~3cm 정도 고여있는 물을 퍼담아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을 때였죠.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어요. 다들 춥고 (참고 : 사막은 저녁이 춥다. 유타 지역은 사막지역) 지쳐 있었고, 기분도 좀 가라앉아 있었죠. 그 와중에 조니 혼자 폭우 속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판초를 깔대기처럼 활용해 빗물을 물병이나 냄비에 받고 있었어요. 그는 정말 신난 얼굴로 저를 바라보며 '케일라 이 공짜 물 좀 봐!'라고 말했죠! 그 말에 한참을 크게 웃었어요. '공짜 물좀 봐!'라니요! '비도 오고 춥고 최악이구나'라고 할 상황인데. 그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있었죠. 덕분에 모두가 웃게 되었고 (화면을 동료들을 비쳐주는데 다들 웃고 있다) 팀원들의 사기가 한껏 올라갔죠. 너무나 조니다운 행동이었고, 긍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를 기꺼이 나눠준 조니 덕분에 팀 전체가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죠."
(캬... 이걸 자막이 아니라 그냥 영어로 듣고 바로바로 이해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내 뇌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뇌가 시원하게 뻥 뚫린 느낌이랄까? 조니 김이 한국계라서 자랑스러운 것 솔직히 잘 모르겠고, 그가 세상을 보는 시선 그 자체에 가슴이 뛰었다. 저런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일런지 모른다. 그가 도전하는 순간순간에는 부침이 있을런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그는 참 재미진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와 함께 술 한 잔을 나눈다면 왠지 엄청 재미질 것같은데!
인류가 살아온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하지 싶다. 인류는 어느 시기였든지 늘 문제에 부딪혀왔고, 그것을 해결하고, 해결하다 또 다시 생기는 문제에 부딪히고, 또 그것을 해결하며 살아왔다. 굳이 인류 역사 전체를 볼 것도 없다. 우리네들도 하루하루 내 눈 앞에 닥치는 문제를 해결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뭍한 청소년들은 게임에 접속하여 퀘스트를 받아서 해결중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거지? 근데 그게 고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대가 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생의 실체도 없는 걸지 몰라? This is 제!법!무!아!)
문제에 몰입하여 그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꿰뚫는 것은 중요하다.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부터가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다. (This is 사!성!제!) 유쾌함은 몰입과는 반대방향으로 에너지를 쓴다. 그 문제에서 한 발자국 빠져나와 전체를 아우를 수 있게 해 준다. 해당 상황의 전체를 아우르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던 기회를 발견하거나 또는 위기를 발견하여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쾌한 사람을 선호하는 우리의 행동패턴은 문제해결을 염원하는 본능적인 행동기제에서 출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괜히 여자들이 유머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개그맨이 미녀들과 결혼에 골인하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게 아니다. 내가 스탠딩 코메디를 좋아하는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는 듯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인의 해학적인 모습이 좋다. 지나치면 문제를 희화화해서 사안의 중차대함을 희석시킨다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유쾌함으로 무장하고 한 발자국 떨어져 있어야 전체도 조망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쯤되면 한국인이 문제해결을 잘 하기 위해 해학적인 된 것인지, 해학적이어서 문제해결을 잘 하고 있는 건지 구분도 안 간다. (돌고 도는 윤회?!) 전 세계에서 꽤나 유능함을 인정받는 한국인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그 비법에는 유쾌함이 숨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마무리로 추천곡을 남긴다. 추천곡은 Ray Chales의 Hit the Road Jack. 가사만 보면 상당히 슬픈데 리듬은 유쾌하다. (이런 경쾌한 리듬에 이별노래라니 ㅋㅋㅋㅋㅋㅋㅋ 한국노래였다면 애절함이 절절 끓지 않았을까? 물론 내 편견일 수도) 흑인들 특유의 유쾌함도 어쩌면 낮선 타국에 노예로 팔려온 현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개발된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물론 이런 관점이 과대해석일 가능성은 높다. 그래도 재밌잖아? 재미있다는 건 중한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