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부로 코딩융합전문가 방과후교사 양성과정이 완료되었다. 200시간에 걸쳐 스크래치, 엔트리, 마이크로비트, 마퀸, 엔트리, 3D 모델링, 딜레이텍스(=코스페이시스), AI 등 꽤나 차세대 교육스러운 내용을 전수받았다.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주신 상상코딩플러스 협동조합 강사님들과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게끔 애쓰고 또 애써주신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주임님들께 이 자릴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달하고 싶다.
군대를 가는 것과 애를 돌보는 것의 공통점이라면, 군인이 된 남성분이나 육아를 전담하게 된 여성분이나 어느 정도 사회와 유리되는 상황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가 일정 개월에 도달하면 어린이집에 맡긴다던가, 조부모나 시터 등을 통해 아이를 돌아가며 돌볼 수 있는 옵션이 있기라도 하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집들에서 이루어지는 양육은 엄마 위주로 돌아가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집은 남편이 육아 참여의 비율이 상당히 낮은 집이니만큼 거의 내가 독점하는 육아를 했고 ㅎㅎㅎ
그렇게 만 3년 간 '가정주부'라는 이름으로 지내보니, 사회와 유리된다는 느낌이 적잖은 무게로 다가오곤 했다. 좋든 싫든 남편에게만 경제력을 의지해야 한다는 미안함과 불안감, 전에는 그냥 직장생활을 해도 당연히 알았을법한 뉴스를 애써 찾아야지만 알고 있는 격리감. 거기에 덧붙여 만에 하나 사회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전처럼 자유롭게 직장일에 몰두하기 힘들 거라는 예감. (일단 주 양육자가 엄마가 되면, 엄마가 직업을 가져도 육아 영역의 상당 포션은 엄마가 쥐고 있게 되버린다.) 아이를 낳고 첫 1년 동안은 이 감각이 참 버거웠긴 했다. 하지만 것보다 아이를 제대로 키워야 하는 데에 드는 에너지가 큰 탓에 불안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육아와 집안일의 제 1책임자가 되면 하루하루 쏟아지는 태스크를 쳐 내기에 너무 바쁘다. 바빠도 과히 바쁘다.
그래도 아이가 만 3세가 지나고 나니 한숨을 좀 돌린다. 튼튼하고 밝게 자라준 덕분에 걱정도 덜하게 해주는 울 멋진 아들램 덕분에, 3년 간의 고생이 보상을 받는다는 기분도 난다. 전에 스님께서 '엄마는 적어도 3년은 같이 있어야 해요'라고 말할 때는 왜 그리 말씀하셨나 했는데, 키워보니 알겠다. 3년 동안 안정된 환경 속에서 아낌없이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아이는 삐뚤어질래야 삐뚤어질 수가 없구나. (네 자랑이 맞습니다. 자랑 좀 하면 안됩니까? ㅋㅋㅋㅋ) 육아효능감이 낮지 않았기에 둘 째도 생각하긴 하였으나, 남편과 나의 처지를 생각했을 때 둘째는 참으로 무리이다 싶어 맘을 접었다.
둘째 생산을 포기하고나니 자연히 채용정보와 교육과정에 눈길이 갔다. 막 몰입하여 찾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관심을 놓지 않고 찾아봤다. 그 덕분이였을까, 잡아바 뉴스레터에서 발견했던 '코딩융합 전문가과정'을 발견했다. 방과후 코딩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잠시 배웠던 JAVA,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 나를 홧병에까지 이르르게 했던 학원강사시절,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모든 팀플에서 PPT를 도맡아 만들었던 나. 이 모든 것을 결합하니, 이 일이야말로 마치 날 위해 마련된 일같아 보였다.
육아와 가사의 고단함 때문에 얼른 자고 싶은 매일매일이었다. 하지만 그 피로함을 물리치고 지원서를 넣었다. '이 수업은 저를 위한 것입니다'를 말과 태도로 모두 보여드리며 면접을 치뤘다. 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서 일부러 맨 앞자리에 앉았다. 매 수업마다 집중을 열심히 한 탓인지 쉬는 시간에는 너무 졸립더라. 하지만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다. 생각을 코드로 구현하는 그 모든 과정이 재미있었다. 글쓰기를 재미있어하는 것만큼이나 코딩이 흥미로웠다. 둘 다 언어를 다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시간동안 꽉 차게 집중하는 것만큼이나 수업시간에도 코드를 짜다보면 딴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200시간이 홀랑 지나갔다. 마지막 주에는 강의시연과 팀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지금까지 쌓은 모든 스킬을 총동원하여 정말 그럴싸해보이는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만들었다. (보면서도 내가 다 흐뭇...) 정말 오랫만에 팀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행히 팀원도 잘 만나서 각자 일의 분배도 잘 되었고 결과물도 훌륭하였다. 우리가 만든 것은 아두이노를 이용한 스쿼트 카운팅 머신이었는데, 실용성부터 확장가능성까지 너무 매력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너무 훌륭한 나머지 종강식 때 센터장 님 앞에서 한 번 더 시연을 했다는 것이 자랑!
게다가 강의를 마치고 만든 디딤돌 동아리에서 나는 회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기야... 학창시절에도 반장은 안되도 꼭 조장은 했었긴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키면 일을 할 것같이 구는 건 여전한가보다. 조용히 살아야지 마음 먹어도 어느 순간 나대면서(....) 뭔가 열심히 하는 그런 스타일의 인간. 하지만 어쩌겠어, 이게 내 모습인 것을. 다행히도 이 수업을 사랑해주시고 서로 아껴주시는 울 쌤들이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 왠지 이 동아리는 꽤 잘 굴러갈 것같은 느낌이 든다.
저번 주에는 집 근처 어느 초등학교의 코딩 교사 공고에 지원서도 냈다. 새벽 2시까지 새로이 학습계획서를 짜고 지원서를 써내려갔다. 노력이 헛되진 않았는지 서류합격은 하였다. 지금 글을 쓰는 오늘을 기준으로 이틀 뒤에 면접이다. (옷은 뭐 입고 가지?ㅋㅋㅋㅋㅋㅋ;) 얼마만에 가져보는 취업용 면접인가! 설령 떨어지더라도 면접을 볼 기회를 가졌음에 감사하다. 기왕이면 합격해서 우리 선생님들이 희망을 갖고 교사직을 맡는 데 있어서 물꼬를 트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만에 하나 합격해서 일을 시작할지도 모르니 (김칫국 드링킹이 이렇게나 즐겁습니다 여러분ㅋㅋㅋㅋ) 남편에게 내가 만일 합격을 하면 어린이집 등원 도우미를 써야 한다고 말을 했다. 남편은 출근 시간을 늦추어 본인이 등원을 시켜줄 수 있겠다 말씀하셨다. 하... 이런 멋진 남자같으니.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옆으로 봐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내 남자로다. 하여 나는 당당히 말하였다 '그럼 제가 하원을 시킬게요!' 시원하게 마신 김칫국만큼 시원시원한 결과가 나와주면 더 좋겠다. '오빠 나 합격했어요!'라고 알려주면서 시원한 맥주 한 잔 기울이면 그거 참 좋겠는데~!
....라고 즐거운 상상을 할 시간에 면접에 입을 옷도 좀 찾아보고, 예상 질문에 답변하는 이미지 트레이닝도 좀 해야겠다. 오늘도 화이팅이다, 내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