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랑 대화를 하다보면 말 끝마다 "왜요?"를 붙인다. 40개월이 넘어간 시점부터 시작한 어린이의 정신적 성장이 드디어 '왜요?'를 끄집어내는 시기에 다다랐다 보다. 울 아들램 또래의 아이를 키우면서 해당 문의에 시달리는 어머님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의 말씀을 우선 전한다.
그런데 나는 이 시기의 도래가 내심 반갑다. 내가 또 말이야 독서토론방을 만들어 몸담은지가 5년에 넘어간단 말이야? 기술지원센터에서 6년간 고객응대를 해봤단 말이야? 질문? 다 드루와 드루와~ 40여 년 인생을 통해 쌓은 각종 경험과 지식을 융합하여 대응 해 주겠노라!
....하던 때에, 드디어 '그 질문'을 받고야 말았다. (두둥!) :
"엄마 엄마~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져요?"
후후후... 오셨습니까 고객님? 안 그래도 요즘 고객님께서 하시는 발화의 패턴을 보아 인지능력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아무래도 두뇌 속에서 시냅스가 신나게 가지치기를 하여 선택과 집중을 하는 가운데 이만큼의 성장을 이루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가지치기가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했을 법도 한데, 이 단계까지 다다르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안 그래도 몇 주 전에 문득, 예~~전에 육아지원종합센에서 받아온 참고자료를 보았지요. 아이의 시기별 훈육방법을 적어놓은 자료였는데. 해당 자료는 영아기, 1~2세 유아기, 3~5세 유아기로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하는지가 간단히 적혀있었습죠. 영아기, 1~2세 유아기는 지났고. 3~5세 유아기 훈육의 주요한 내용을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 언어 : 성인 수준의 완전한 문장 구사 가능 (주어 술어 목적어 보어 부사어 등등을 구사)
* 사고방식 : 자기중심적, 꿈과 현실 구분X, 물활론적 사고, 직관적 사고, 상징적 사고 진행 + 기초적 학습가능
* 영웅심리 : 쇼파에서 뛰는 등의 행동이 과격해질 수 있음
* 사회성 : 본격적인 집단생활로 또래와의 갈등발생 가능, 주도성을 획득하려 함, 성역할 개념이 확립됨
* 훈육 : 먼저 아이의 말을 경청해주기, 훈육할 땐 행동에 대해서만 훈육하기, 나 메시지 전달법으로 대화하기
* 감정 : 아이가 속상해하면 감정코칭대화법으로 대화하기, 타인의 감정을 입장바꿔 생각케 해 주기
* 갈등 : 승패 방식이 아니고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전략 활용하기
훌륭한 내용이지요? 어쩜 이렇게 훌륭한 자료가 때마침 제 눈에 딱 들어왔는지! 그리고 우리 고객님은 운도 아주 좋으십니다. 이 애미는 성교육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있습죠. 인간의 성이란 무엇인지, 성에 관련한 사건은 무엇이 발생하는지도 어느 정도 교육 내용에 포함되어 있어야 하겠지만요~ 성'교육'은 엄연히 '교육'이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의 목표를 지녀야 할 겁니다. 때문에 남자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서로를 이해해야하고 도와야 하는지가 성교육에 있어서는 중요하다 생각하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객님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대화를 이어나갔지요 :
"아기는 엄마 뱃속에 아빠가 씨앗을 뿌리면 생길 수 있어. 아 그런데 여기서 진~~짜 중요한 게 있는데 그게 뭔지 알아?"
"뭐지요?""
"남자와 여자가 아기를 만들 때에는 남자도 편안해야 하고 여자도 편안해야해! 그렇다는 건, 남자는 편안하고 여자는 불편하면 될까?"
"아니~"
"그럼 반대로, 여자는 편안하고 남자는 불편하면 될까?"
"아니~"
"거러취!!!"
누군가는 아이를 키우면 키울 수록 힘들다고 하는데. 그 말이 딱히 틀린 말이 아니긴 하지만 또한 적합하게 맞는 말도 아닌 것같다. 나는 울 아들래미의 갓난아기 시절보다 지금이 더 키우기 좋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물론 그 때가 행복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그 때는 아이의 신비로움과 귀염에 빠져 키웠고 쑥쑥 자라는 모습에 뿌듯했다면 지금은 아이가 인간다운 인간으로 거듭나며 상호 소통하는 데에서 기쁨이 있다. 어느 순간이든 고통스러운 게 육아이지만, 동시에 어느 순간이든 기쁨으로 차 있는 것이 육아더라.
그리고 그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라도 나를 성장시켜야 하는 육아이기 때문에 그 차이만큼 노력과 에너지가 들지만, 또한 그 때문에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육아의 매력이리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남편과 아이에게 감사하다. 그대들이 아니었으면 내 어찌 이런 행복을 누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