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산물

by 힙스터보살


근래 내 유튜브 알고리즘 피드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자주 띈 적이 있었다. 터덜터덜 걸어오는 아틀라스를 보며 웬만한 한국인들은 느꼈겠지. '아 저거 내 출근길 모습인데....' AI가 무슨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상상하면서 짠한 건 덤이고. 그게 나이고. 렛잇고.


아틀라스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놀라웠던건, 지금까지 상상했던 '일하는 로봇'이라는 게 실제로 구현해 놓으면 딱 쟤같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신체의 전면/후면을 자동으로 바꾸는 움직임에 감동. 이게 로봇의 맛이지!!) 근래 '코스모스 플랫폼'을 알게 되면서 피지컬 AI가 인간을 복제하듯 따라하면서 대체하겠구나 싶었는데. 아틀라스를 통해 인간을 복사하는 수준을 넘은 레벨을 구현해 놓았다는 느낌을 팍 받았다. 실제 현장에서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데에는 그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건 단지 시간문제 밖에 안되겠다 싶다.


image.png 시연용 장비를 기존 테스트 모델 그대로 쓴 듯. 몸의 스크래치가 꽤 간지난다.


나는 현대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좀 많이 놀랐다. 당시에 내가 아는 가장 잘 나가는 로봇회사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였고, 그걸 한국의 기업이 인수한다니. 우리가 그런 대단한 회사를 품을 수준인가 자문했다. (지금이야 한국이 막 세계적으로 날리는 느낌이지, 내가 10~20대였을 때에는 한국은 부족한 게 많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꽤 있었다.) 현대차 노조가 워낙 욕을 많이 먹다보니 로봇으로 대체하려나보다~ 라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던지는 것도 봤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게 인수합병의 큰 이유였던 것같기도 하다.


노조라는 게 있어서 노동자의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받지 않게 하는 건 맞는데. 그 장치를 이용하여 공존을 무너뜨리는 수준까지 자기주장을 내세우면 그건 곤란하다. 사회문제란 그렇게 인식된다. 본래 문제랄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으나, 다들 '이게 문제다'라고 인지하며 문제가 된다. 현대차를 사며 고객들이 느끼는 부당함(내수용은 왜 이모양?)의 시발점을 찾다보니 노조가 눈에 걸리고, 그 노조의 모습에 인간의 이기심이 비쳐졌다. 인간의 이기심은 본래 좋고 나쁠 바는 없으나 그게 실제적인 불편함을 만드는 순간 극복의 대상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의 아틀라스의 등장에 내심 반가움을 표시하는 것같다.


그러고보면 삶의 부조리나 고난은 색다른 발전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현생을 살다가 빌런을 만나 화가 치밀어올라서 왜 화가나는지, 이 화는 과연 정당한지 고찰을 하다 토해낸 글 덕분에 브런치에 연재도 하고. 풍족하지 않았던 부모님 밑에서 이러저러한 경제지식을 쌓아둔 덕분에 가산이 쪼그라진대도 버텨낼 자신이 어느 정도 생기고. 두 팔 벌려 고생을 환영하고 싶지는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고생 포인트 한 두 개 덕분에 인생에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아프니까 젊음이고, 새옹지마인 셈.


세상을 살다보면 거진 필연적으로 부조리와 빌런들을 보게 된다. 이들의 존재로 인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로 인해 세상의 그 무엇인가가 변화하게 된다. 생물의 매커니즘으로서 변화와 적응이 일어나는 것과 같이, 이 사회 역시 그리된다. 우리가 좋다고 믿을법한 그 무엇인가가 생겨나고 (예 : 코끼리 상아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플라스틱), 시간이 지나면서 좋다고 생각한 것이 해로운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예 : 아까 그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


역시나 좋은 것/나쁜 것은 엄밀하게는 영속적이지 못하다. 어떠한 맥락 속에서 특정한 때나 상황에 일시적으로 성립할 뿐이다. 가끔은 항구하게 좋아보이는 뭔가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우주적인 스케일에서는 그마저도 찰나일 뿐이이다. 또한 나의 인지가 우주적으로 사건을 오롯이 다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롯이 인지하자면 연산량이 너무 많아 이 한 몸 거느리고 사는 것이 너무 버겁기 때문에, 작은 수준으로 구현된 호불호 시스템속에서 살면서 오해와 편견을 거의 필연적으로 달고 살아야 한다. 그렇게 인생은 역시나 고(苦)되다.


image.png 아재요~ 인생이 그러한 거 아니겠심~


AI가 논리를 앞세워 세상을 잠식해 갈 미래에 인간은 꽤나 약점같은 존재이지 싶다. 인간은 잊고 실수하고 오해한다. 그런데 또 모를 일이지. 그 어리숙함 때문에 생기는 어떤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로인해 세상이 또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인간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컴퓨터와 인간을 연결하여 원하는 지식은 언제든 뇌로 로딩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모르지, 그로 인하여 인간이 자아정체성이 해체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 혹은 인간이 해킹의 대상이 되면서 논리적인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는 대상이 되고 좀비 2.0이 등장할지도 모르고.


그런 변화가 거듭되다가 언젠가 끝이라는 것을 마주할 수도 있을 듯한데. 끝내는 것이 축복이 될지 여전히 인류적 아쉬움을 자아내는 사건이 될지도 사뭇 궁금하다. 그것마저도 우주적인 스케일에서는 그저 n번째 사건에 지나지 않을테지만. 어쩌겠어, 이런 걸 궁금해하는 내가 인간인 걸~




* 연재는 매주 수요일에 합니다. 답방을 잘 가지 못하더라도 양해해 주세요. 일폭탄이 터졌어요.... ㅠㅠ

작가의 이전글유행특보 (Feat. 도태방지 보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