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도 불륜이 많다보니 '이 자가 내 아이의 친부모인가'를 알아내려 유전자 검사를 많이 하더라. 심지어 미국은 이를 소재로 예능 프로그램까지 있던데. 그런데 진짜진짜 부부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자식이 맞는데 유전적으로 불일치하기 때문에 친자가 아니라고 나오는 케이스가 아주 가~~~끔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검색창에 '리디아 페어차일드 사건'이라고 검색하면 그 사례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엄마 혈액을 검사하다 남성세포가 확인되어 조사해보니, 해당 세포가 자기 자식의 세포였던 것. 본래 인간의 몸은 다른 세포가 들어오면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몸에서 거부반응 없이 존재하는 생리현상이 있다. 이를 가리켜 키메리즘(Chimerism)이라고 한다. '키메리즘'이라는 말을 보고 '키메라'가 떠올랐다면 제대로 된 연결이다. 이름이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키메라(Chimera,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인 괴수)에서 따온 이름이 맞다. 강철의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그 '키메라'도...!
그런데 며칠 전에 접한 쇼츠가 좀 놀라웠다. 쇼츠 내용은 이러했다. 임신을 한 엄마 몸에 아이의 세포가 남아있었다는 것. 아이의 세포가 태반을 넘어 엄마몸으로 소량 이동하게 되는데, 이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엄마 몸에 남은 것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아들이 있는 엄마 몸의 DNA 검사를 할 때 아이의 DNA가 검출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남아있는 자식의 세포가 엄마 몸에서 무슨 역할을 하나? 엄마의 몸 곳곳에 퍼져있다가 특정 장기가 손상되면 이 세포가 마치 줄기세포처럼 작용하여 장기 기능을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내용이 놀라워서 별도로 조사를 해보니 실제로 검증된 내용이라 한다. 이 역시 키메리즘의 예. 여기서 문득 궁금해졌다. 어떻게 우리 몸은 피아를 식별하지?
AI를 통해 알게된 내용을 요약하겠다. 모든 세포는 '신분증'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는 게 있다고 한다. 우리 몸에서 다른 물질이 들어오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게 T세포라는 녀석인데, 이 녀석이 MHC를 검사하는 일을 한다. (T세포라는 이름은 중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나올 겁니다 아마...!) T세포가 보기에 MHC모양이 다르면 '어? 내 몸의 세포가 아니네? 꺼져~!'하며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기능 덕분에 우리 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거부하고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또 궁금하다. T세포는 어떻게 나와 타인의 세포를 구분하는 능력을 갖게 될까? 이는 태아가 뱃속에서 10~14주 정도 생존해 있는 기간동안 형성되는 과정이라 한다. 앞단계에서 대충 몸의 장기들이 만들어진다. 그 후 태아 골수에서 만들어진 T세포가 흉선(Thymus)라는 기관으로 이동한다. (이 때까지만 해도 T세포는 피아를 구분할 줄 모르는 무지상태) 흉선은 도착한 T세포에게 MHC를 보여준다. 자기 몸의 MHC를 인식하고 결합한 T세포는 살아남고 이를 수행치 못하는 T세포는 자멸한다. 그 다음 흉선은 우리 몸의 다양한 조직을 T세포에게 보여준다. T세포들 중에서 내 몸의 성분을 보고서 '적이네? 꺼져!!!'라며 오작동하는 세포는 즉각 제거된다. (이런 T세포가 살아남으면 자가면역질환에 걸림) 이렇게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피아식별 기능을 갖추게 된다. 이 기능 덕분에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다.
부모와 자식간의 키메리즘 외에도, 쌍둥이간 키메리즘도 존재한다고 한다. 쌍둥이를 잉태하였다가 어느 순간 나머지 쌍둥이가 사라지는 증상을 가리켜 '쌍둥이 증후군 (Vanishing Twin Syndrome)'이라고 한다. 한 명의 쌍둥이가 사라지면서 나머지 쌍둥이에게 흡수될 수 있는데, 이 때 T세포가 MHC학습을 진행하며 나머지 쌍둥이의 MHC까지 한 가족으로 인식하면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은 채 둘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그러고보니 내가 임신했을 때도 처음 산부인과 갔을 때에는 아기집이 두 개였는데. 두 번째 갔을 땐 아기집이 하나만 남아있었다. 그 때 당시에는 그냥 '아~ 쌍둥이 되려다 아닌 것같아서 방을 뺐나보네~'하고 말았는데. 어쩌면 지금 울 아들램 몸에는 두 개의 유전자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원리를 알게되니, 이런 시도를 상상해봤다. 애당초 애를 만들 때, 태아 시기에 특정한 MHC를 인위적으로 학습케하여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겠다. 그러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그 MHC를 가진 장기의 소유자로부터 장기이식도 받을 수 있겠다~ 이런 식. 그게 가능할까 AI에게 물어봤더니 이미 그런 시도를 1953년에 피터 메더워(Peter Medawar)라는 생물학자가 했고 1960년에 노벨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뭔가 신박한 아이디어다 싶어 조사 해보면 이미 세상에 나와있어... 놀랄 노자야...) 지금도 면역 거부반응 극복을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예전에 어린 아들램을 키우면서 요통이 심해져서 침을 좀 맞으려 한의원을 찾았던 적이 있다. 괜찮은 곳을 직접 찾아내려고 집근처 한의원을 여러 군데 다녔다. 그 중에서 유독 말이 많던(....) 한의사 분이 계셨다. 본인 습관이 본래 그러하신지, 새로온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려니 피곤했다. 와중에 이런 말씀도 하셨다 :
"애 낳으면서 생긴 요통 없애려면, 애를 하나 더 낳으면 돼!"
그 때 당시에는 이 말이 가뜩이나 출산율이 떨어진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신 한의사 선생님께서 아이를 더 낳을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 한 말이라 생각했다. '이게 뭔 소리야?'라며 마음의 소리가 울려퍼지고, 어색한 웃음을 띈 채로 한의사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어째 이제는 저 말이 달리 느껴진다. 둘째가 생겼더라면... 요통이 좀 덜해졌을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진짜 있었던 셈이다.
굳이 요통이 아니더라도, 내가 우리 오빠를 조금 일찍 만났더라면 둘째까지 낳았을텐데. 지금 우리 아들램이 자라는 모습을 보니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도 깊고 심지어 잘 챙기던데. 둘째랑 같이 다정하게 노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흐뭇했을까. 하지만 이제와서 둘째를 갖기는 힘들지 싶다. 오빠의 인생에 너무 큰 짐을 짊어주고 싶지 않기에. 그렇게 키메리즘에 대한 탐구는 단촐하지만 꽉 찬 행복을 누리는 우리 세식구에 대한 소망으로 마무리 지어본다. 어쩌면 내 아들램 신체에 몰래 살고있을지 모를 1-2 녀석을 포함해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시라~
* 글은 매주 수요일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