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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an 19. 2023

버리지 못하는 것

감정언어 [정(情)]

사전적 의미: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아이들이 생긴 후 집 밖을 나선다는 것은 많은 짐이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세단을 좋아하는 신랑이 둘째 탄생에 맞춰 결국은 SUV 차량으로 갈아타게 된 것도 아이가 있는 집의 공식처럼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캐리어를 꺼내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은 너덜 해진 스킨과 덜거덕 거리는 바퀴를 달고 있음에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 캐리어로 말하자면, 나의 20대 첫 해외출장 때 멋모르고 샀던 싸구려 캐리어의 악몽으로 출장에서 다녀오자마자 캐리어 대표 브랜드 매장에 방문해 없는 살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가장 성능 좋은 걸로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살아있는 생명이 아님에도 오랜 시간 함께한 정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여러 번 캐리어를 바꾸려고 시도했었는데 아직도 이 녀석이 떡하니 입을 벌리고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걸 보니 아직 난 대체할만한 것을 찾지 못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 훨씬 좋은 성능에, 디자인도 뛰어난 여러 제품들을 골라줄 수 있을 것 같다.


‘정(情)’의 힘이란 강력하다.

아마도 함께한 시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캐리어는 바쁜 나의 20대 힘든 무게를 덜어주었고 30대 행복한 순간에 함께 했으며, 40대 늘어난 식구의 짐을 나눠지고 있다. 나의 기억 속 순간순간에 같이 있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이 캐리어를 놓아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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