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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ludenshomo Nov 04. 2017

빅토리아 & 압둘

차라리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을 


<빅토리아 & 압둘>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왕실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한 영화이다. 그것은 영화 초반의 만찬 장면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화려한 궁정과 음식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빅토리아 시대가 대영제국이 가장 부흥하던 시기라는 것을 상기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는 초반 부분 만찬에서 그녀의 모습과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며 전담의사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평소 여왕의 성격과 현재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물질적 풍요로움과는 별개로 여왕은 늙고 지쳤으며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인도에서 온 잘생긴 하인 ‘압둘’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주변엔 아첨꾼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여왕은 쾌활하고 다정한 압둘과 금새 가까워진다. 외로운 여왕에게 압둘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마음 속에 깊게 와닿고, 압둘은 스승이라는 뜻의 ‘문쉬’ 칭호를 받으며 왕실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왕실 직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는데, 압둘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왕은 개의치 않고, 인도에 있는 압둘의 가족까지 초대해 왕실의 별채를 내주기까지 한다. 



 이 영화는 명백하게 주디 덴치의, 주디 덴치를, 주디 덴치에 의한 작품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빅토리아 여왕에게 집중하고 있다. 대배우 주디 덴치의 연기를 보는 것이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일 것이다. 그녀는 상황에 따라 미묘하고도 절묘한 강약조절을 하며 한 인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면서도 실존인물과 크게 어긋나지않게 그려낸다. 그러나 <빅토리아 & 압둘> 속의 세계는 시종일관 빅토리아 여왕의 시선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를 갖고 있는 부분이 많다.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미화와 오리엔탈리즘이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고 있으며 실제 영국과 인도 사이의 역사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적어도 오락성 면에서는 일정한 성취를 거두었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과 인도 신하 압둘의 우정 이야기는 말 그대로 영화보다 더욱 영화같은 이야기이다. 당시의 시대상과 빅토리아 여왕을 둘러싼 수많은 풍문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소재만으로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 특유의 유머와 아름다운 풍광은 <빅토리아 & 압둘>이 선사하는 큰 즐길거리이다. 특히 영국 문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당시 영국 왕실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을 고스란히 볼 수 있기에 더욱 만족스러운 관람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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