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해방직후 리얼리즘론 연구」,『한국어문연구』Vol.9, 1995
본고는 권오현의 「해방직후 리얼리즘론 연구」에 대한 서평이다. 성균관대학교 2018년 2학기 예술학 협동과정 <현대 연극론>(교수자: 오세준)의 페이퍼 과제로부터 시작되었으며, 필자는 2021년 현재 일부를 수정하여 발행한다. 문학계, 연극계에서 리얼리즘을 연구하는 동시대 연구자들에게 부디 유효한 논의로 남길 바란다. 특히 본고는 한국 근대 리얼리즘 희곡의 대표작 차범석 <산불>에 대하여 일정부분 다루기도 한다.
1. 논문 요약
2. 논문의 장점 및 단점
3. 최종 평가
본 논문은 해방직후 남한과 북한의 리얼리즘 문학에 대한 연구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서부터 맥을 이어온 리얼리즘 이론이 이 시기에 어떻게 전개되었는가에 관한 논의에 주목하고자 한다(권오현, 138). 본문에서, 해방직후 문단의 흐름을 살펴봄으로서 해방직후 문학운동의 특징은 문학운동이 각종 문예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점과 문학과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는 점(139)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문학이론이나 문단적 대립이 정치적 흐름에 쉽게 영향을 받아 내부의 갈등과 화해로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본 논문의 연구자는 이 시기에 남한과 북한에서 나타난 민족문학론의 대립양상을 살펴보고, 각 문학론들이 정치성을 띄고 있었다는 점을 주장한 뒤 리얼리즘 이론의 전개 양상에 대해 살펴본다. 왜냐하면 민족문학론을 바라보는 관점의 대립은 실제 작품에 적용되면서 리얼리즘 이론으로 표출되었기 때문이다(146).
본 논문이 다루고 있는 리얼리즘 이론의 전개 양상은 크게 3가지로—진보적 리얼리즘, 고상한 리얼리즘, 조선적 리얼리즘—나타난다. 1) 진보적 리얼리즘이란 리얼리즘과 혁명적 로맨티시즘이 합쳐진 것이다. 즉, 이것은 객관적 현실을 주로 해서 주관을 그에 종속시키는 리얼리즘에 더하여 일본 제국주의적 잔재로 인한 우리 민족이 당면한 민족적 과제에 투항하는 영웅적 정신이 깃든 로맨티시즘이 합쳐진 것이다. 2) 고상한 리얼리즘이란 남한의 진보적 리얼리즘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북한의 현실에 맞추어 용어를 바꾼 것이다. 김일성의 고상한 인간 형성에 관한 강연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고상한 인간형을 그린다는 의미에서 ‘고상한 리얼리즘’ 이라는 용어로 제창된 것이다(149). 3) 조선적 리얼리즘이란 당대 조선의 당면 과제를 통일로 인식하고, 문학이 정치성을 가지는 것이 바로 외세에 의존하는 것으로 직결(153)된다고 봄으로서 문학의 탈정치화를 주장한다. 외세에 대한 비판과 자유주의로의 회귀 추구, 그 바탕에서 제창된 것이 바로 조선적 리얼리즘이다(153). 하지만 ‘조선적 모랄’을 언급함으로서 이론의 취약성을 제고한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연구자가 세 가지 요소를 강조한다. 첫째로, 해방직후의 문학이 정치와 긴밀한관계가 있었음을(154) 다시 한번 강조한다. 둘째로, 연구자가 “오늘날 논의되고 있는 리얼리즘 논쟁의 적확한 파악을 위하여서 멀게는 1930년대의 리얼리즘 이론과, 가까이는 해방직후의 리얼리즘 이론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것이다.”(155) 라고 언급함으로서 해방직후 리얼리즘 이론의 연구 필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자 스스로가 본 연구에서 다루지 못하였던 점을 제시함으로서 본 연구가 기존에 선행된 연구의 성과를 정리하는 작업에 불과(155)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서술한 뒤 본 논문을 마무리 한다.
해방 직후 리얼리즘의 세가지 종류를 남조선, 북조선 그리고 그 중간 지점의 정치성으로 나누어 보아 그 전개 양상을 살펴보려고 한 점은 서론에서 나타난 목적인 “일제강점기에서부터 맥을 이어온 리얼리즘 이론이 이 시기에 어떻게 전개되었는가에 관한 논의에 주목하고자 한다.”에 부합한다. 그리고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에서 다루지 못하였던 점을 결론 부분에 제시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객관화 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문화 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문학론과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당의 전략에 대한 비교 연구 등 아쉬운 점 및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들에 대한 나열을 구체적으로 하면서 후학을 위한 길을 제시해 주는 점이 눈에 띄었다. 1995년에 쓰여진 논문이라는 점을 살펴보았을 때, 연구자가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가진 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해방 직후 리얼리즘의 종류에 대해 설명할 때, 연구자는 ‘고상한 리얼리즘’의 개념에 대해 언급을 함으로서 그 속에 사용된 ‘고상한’이라는 단어가 무슨 의도로 사용된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을 부족하게 했다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고상한 리얼리즘이란 북조선의 실정에 맞도록 남조선의 ‘진보적 리얼리즘’으로부터 단어를 바꾼 것, 그리고 그것이 본 논문 149쪽에 언급된 ‘김일성의 고상한 인간 형성에 관한 강연’에 대해서 영향을 받은 것 정도로만 이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왜 ‘고상한’ 리얼리즘이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연구자가 첫째로, 그 강연이 내용이 무엇이었기에 ‘고상한’이라는 단어와 결합될 수 있었으며 둘째로, 김일성이 이룩하고자 한 북조선 건설에 대한 정치적 이상이 무엇이었는지 본 논문에서 조금 더 부연설명 해주었다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요컨대, 김일성이 ‘고상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으로 이것이 왜 리얼리즘과 결합되어서 남조선의 ‘진보적 리얼리즘’과 차이점을 나타내는지 설득력이 부족해보이는 점이 아쉽다.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산불>에 대한 분석 논문과(이미원) 연관지어 권오현의 논문을 고찰 해 보았을 때, 이미현의 논문을 통해서 해방 후 사실주의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차범석 작 <산불>은 해방 전 사실주의에 비하여, 감상성이 없고 인과율이 촘촘하게 짜였으며 환경의 묘사에 뛰어나며, 집단 주인공의 성격(이미원, 128)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록 1962년에 발표하여 일제강점기의 해방 직후의 작품이 아닌 6·25 전쟁을 다룬 작품이지만, 본 논문에서 다룬 진보적 리얼리즘, 고상한 리얼리즘 그리고 조선적 리얼리즘이 <산불>에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진보적 리얼리즘’과 같이 우리 민족이 추구했던 해방직후 리얼리즘의 맥락이 작품 속에 적용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불>은 객관적 현실을 주로 해서 주관에 종속시키면서 작가를 생활인의 차원으로 승화시켜 ‘생활이 곧 동시대 사람들의 생활이고 작가 주위의 모든 현실이 곧 그들의 현실’임을 보여주는 ‘진보적 리얼리즘’과 맞물린다. <산불>에서 작가는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며 전시 환경을 인과율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충실하였다. 그리고 ‘산불’이 ‘규복과 점례 그리고 사월의 삶 전체를 태우고 있으며, 바로 당시 우리 사회를 태우고 있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생각해보았을 때, 작가가 삶의 차원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개인의 비극이 아닌 특정한 집단의 비극을 그려낸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현의 논문을 통해 권오현의 논문을 조명한 바, 본 논문은 해방 직후 리얼리즘이 후학 및 후대의 극작가들에게 어떠한 경위로 인해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 추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자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연구자 스스로가 지적했듯, 본 연구가 기존에 선행된 연구의 성과를 정리하는 작업에 불과하였다는 작업으로 그친 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사적 사건으로 인하여 해방 후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문학운동의 양상으로 나아가게 되었는지, 그 시기가 어떤 정치적 변화 가운데에 있었는지, 문학과 정치는 왜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선행되었다면 문학과 정치성에 대한 물음이 조금은 해결 될 수 있지 않을까를 재고한다.
권오현, 「해방직후 리얼리즘론 연구」,『한국어문연구(구 계명어문학)』Vol.9, 1995, 137-157p
이미원,「“한국 사실주의의 희곡의 최고봉”」,『한국예술연구』Vol.- No.10, 2014, 113-140p
이상기, <차범석 작·윤현식 연출 ‘산불’···동작연극협회, 강동구 둔촌동 호원아트홀 27~29일>, 아시아엔, 2017-04-25, http://kor.theasian.asia/archives/176666
아래의 QR코드에 접속하시면 필자를 후원 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의 소중한 후원금은 '도네리카노' 시스템을 사용하여 필자의 카카오페이로 전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