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원의 아침 편지> 11월 27일
팔씨름
수능 끝난 아들의 손을 감싸 쥔다.
많이 컸구나.
썩고도 부패한 링이지만
청소는 링위에서 하는 것이라며
의미 없는 경쟁으로
버티고 버틴 3년
그래.
버티기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늙으신 장모님의 손을 잡았다.
힘줄이 툭툭 불거지고 거칠고 메마른 그 손
격정의 시대에 그 여인은
인내와 희생을 강요받았지만
자식의 그리고 손주 새끼의 맑고 허연 얼굴을 보며
버티고 버틴 90년
그래.
버티기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손을 잡았다.
날은 추워지고
진눈깨비는 흩날리는 주말
그들은 밤새워 외쳤다.
굴려도 굴려 올려도 떨어지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보며
버티고 버틴 70년
그래.
버티기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그녀는 부패 자본과 근본 없는 사기꾼과 손을 잡았다.
역사를 되돌리는 국정교과서 왜곡
위안부 할머니 마음에 꽂는 비수
농민의 머리에 투하되는 물대포
근로자의 연명 줄을 끊는 가위
그리고
아이들의 영혼이 떠돌고 있는 검은 바다
버티고 버티는 4년
그렇지 않다.
그렇게 버티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