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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Dec 08. 2024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도시

Written by 클래미

최근에 회사 구성원들과 워크샵을 다녀왔다. 나를 포함해 4명이 한 차에 탔고, 왕복 약 6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최근에 합류한 팀원이 철학과 전공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학, 문학, 정치, 미래 등 인문학적으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만약 언어, 돈, 가족 등과 같은 제약이 없다면, 나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나라나 도시는 어디일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1번째 분

다른 나라의 문화권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기후가 화창하면서도 한국처럼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곳을 원한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뉴욕, 동남아, 북유럽 등을 상상해 보면, 날씨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날씨는 아마도 우리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2번째 분

철학을 공부한 배경 때문인지 유럽을 선택했다. (정확히 어떤 나라나 도시는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는 유럽이 역사와 전통의 본고장이며, 그에 대한 흥미와 존중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면 매우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에 약 10개월간 유럽을 중심으로 여행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두 번째 분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요즘 유럽이 쇠퇴하고 있다는 말이 많더라도, 유럽의 레거시는 여전히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가치다. 아무리 아시아나 미국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유럽의 '올드머니'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며 찾는다. 예컨대, 고급 와이너리, 명품 브랜드, 프랑스 및 이탈리아 요리와 같은 것들 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분야는 확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역사는 더 늘릴 수 없으며, 새로 확장하려 한다면 더는 진정한 역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다이아몬드나 비트코인처럼 희소성이 커질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원리처럼, 유럽이 이 강점을 더 강화하고 여기에 집중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유럽의 소프트 파워, 즉 문화적 영향력은 역사에서 비롯된 독특한 자산이며, 이는 다른 나라들이 쉽게 모방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가치 높은 강점임이 분명하다.


3번째 분

중국의 선전을 언급했다. 사실 그는 선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중국이 단순히 값싼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품질을 보장하는 가성비 제품을 만들어내는 수준으로 도약한 점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선전은 그러한 변화의 중심 도시로, 한 번쯤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DJI 같은 브랜드는 드론에서 시작해 카메라와 IT 소비재 시장을 거의 점령한 수준에 이르렀다. 흥미로운 점은, 이제는 아무도 DJI 카메라가 중국산이라는 점을 문제 삼지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너무 좋은 제품"일 뿐이다.


선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도시가 마치 거대한 하드웨어 생산 캠퍼스 같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떻게 그런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불태우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선전은 마치 90년대생들에게 과거 한국이 고도성장을 이루던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 역시 선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선전 야경


본인

그 순간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미국을 선택하는 건 너무 뻔해 보였고, 조금 더 특별한 옵션을 고민해보고 싶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다만 선전이 나에게도 흥미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치기는 했다.


집에 와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내 과거 경험이 지금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래서 고정관념이 무섭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선택할 도시는 실리콘밸리일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5살까지 살았던 경험 때문인지, 실리콘밸리는 내 마음의 고향 같은 느낌이 있다.


동시에, 2022년에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내와 함께 미국 서부를 여행하며 실리콘밸리 근처에 위치한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를 방문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곳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적인 테크 중심지로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 여러 문화권을 경험하고도 내가 실리콘밸리를 다시 선택한 이유는 바로 집중도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그곳의 평범함에 놀랄 것이다. 도시 자체는 특별할 게 없고, 건물들은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IT 중심지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판교와 같은 밀집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주변 환경도 자연이라기엔 척박하고 황량한 편이다. 


하지만 바로 이 단순한 환경이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람들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회사에서 일에 몰두하는 삶을 살기에 최적화된 환경 속에 있다. 이 점은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찾기 어려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주도나 강원도처럼 자연이 가까운 지역에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집중 환경을 조성한다고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까? 창업을 하거나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일까? 글쎄, 아직 그런 성공 사례가 없어 확신할 수는 없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리콘밸리의 진정한 가치는 일과 쉼의 완벽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구조에 있다고 본다. 단순히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라고 해서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는 없다. 심지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곳에 집값이 미국에서 가장 비싼 이유도, 사람들이 단순히 일자리 때문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정신'에 끌려 모인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실리콘밸리는 그 고유의 문화가 있는 곳이다.


물론 실리콘밸리가 예전만큼 혁신의 중심으로 불리지 않는다는 말도 있고, 오스틴이나 내쉬빌 같은 새로운 허브들이 뜨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내 핵심 포인트는 특정 도시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과 쉼'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내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잘 맞는다는 점이다.


서울은 과연 그런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도시일까? 그렇지 않다면, 갑작스럽게 이민을 가는 것보다,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생각들로 깊어지는 일요일 밤이다.


애플 본사가 위치한 쿠퍼티오의 애플 비지터 센터


2022년에 방문했던 애플 비지터 스토어 브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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