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 클로드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클로드 코드를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사적으로, 강요에 가까울 정도로 모두에게 권했고, 나 역시 지금은 AI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메일 답변 자동화, SNS 업로드 및 게시글 반응 분석, 회의록 자동 업데이트, 블로그 AEO 적용하기 등 프롬프트 하나만 쓰면 AI가 바로바로 그 자리에서 실행해 주니까, 도파민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근데 문제는, 우리 인간에게는 집중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개를 동시에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지끈 아파진다. 48시간 동안 PC방에서 게임하다가 쓰러지는 뉴스가 왜 일어나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요즘 AI로 인해서 사람이 오히려 더 피폐해지고 있다는 글을 정말 많이 접했고, 솔직히 우리 직원들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요즘 나는 클로드 코드 대신 코워크를 주력으로 쓴다. 코드만큼 자유도가 높지는 않고 속도도 좀 더 느리지만,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창을 띄워두고 하나씩 일을 처리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나 같은 비개발자에게는 이게 더 효율적인 것 같다.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 일이 많지 않다면 굳이 코드까지 쓸 필요가 없으니까)
AI 시대를 정면 돌파하는 방법도 있다. 코딩을 배우고, 에이전트를 만들고, 자동화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것. 매우 중요하고 유의미하다. 하지만 동시에, AI가 채워주지 못하는 것을 직시하고 그걸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뭘까?
미생을 좋아하는 아내가 어느 날 이 대사를 들려줬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뒤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뒤 복구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 윤태호, 《미생》
듣자마자 너무 설득이 됐다. 사람들은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체력이 정신력을 지배한다. 몸이 버텨주지 않으면 어떤 의지도 구호에 그친다. 바둑에서 나온 대사인데, AI 시대의 직장인에게 이보다 더 정확한 말이 있을까.
나 스스로 체력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젊었을 때는 계속 달리고, 밤새고를 아무렇지 않게 해냈다. 근데 요즘은 좀만 무리하면 다음 날에 확실히 지장이 온다. 근데 인생은 롱런 마라톤이다. 우여곡절 롤러코스터를 타며 성장하고, 배우고, 치고받고 하면서 나아가려면 결국 체력이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더 떨어지고, 일은 더 터질 텐데 그걸 지탱해 주는 건 AI도 있겠지만, 결국 내 몸뚱이 하나다. 그러니까 내 몸은 내가 관리해야 한다. 아직 AI가 해주지 못하니까. (그거 말고도 육아, 설거지, 청소 같은 것들까지, 아직 AI가 못 해주는 게 너무나도 많다. ㅎㅎ)
참고로 최근에 우리 60대 중반이신 어머니가 거의 주 6일 운동을 하고 계신다. 필라테스와 PT를 병행하시면서. 평생 운동을 전혀 안 하시던 분이 매일 1~2시간씩 운동을 하시더니, 활력이 돌아오고 에너지가 넘치신다고 한다. 그렇게 바뀌신 게 신기하다.
그리고 어머니가, 지금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나의 여동생에게 진지하게 이렇게 물어보셨다고 한다. "너는 영어도 잘하니까, 한남동에서 영어로 가르치는 필라테스 강사 하면 어떠냐." 그때만 해도 나도 동생도 무슨 소리냐고 했다. 근데 지금 와서는 은근히 꽤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남동에서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어차피 운동도 꾸준히 시킬 거고, 영어도 시키고 싶을 텐데, 그런 걸 동시에 해주는 곳이 한국에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결국 AI가 할 거다"라고 하면 뭐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명확한 수요가 있고, 무엇보다 운동을 가르치면서 본인의 체력도 좋아질 테니,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에이전트를 잘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것,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아직 인간임을 방심하면 안 된다. (휴머노이드가 아직 아니다) 그래서 아마 AI 시대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외로 꽤 단순하지 않을까?
체력이나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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