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 클로드
*스타트업 AI 엔지니어 두 명, 그리고 1인 기업 사장님과의 대화*
최근 Claude Blue 주제를 두고 많은 개발자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다. 근데 사실 가장 쉽게, 가까이서, 서슴없이 대화하며 배우기 위해 멀리 찾을 필요가 없었다. 뒤를 돌아서 물어보면 됐었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 계시는 AI 엔지니어 두 분을 모시고 녹음기를 켜며 마찬가지로 45분간 인터뷰를 각자 진행했다. 한 명은 6년차, 다른 한 명은 3년차 엔지니어다.
Claude Blue가 좀 과장은 아닌지, 아니라면 각자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나가고 있는지 (우리끼리니까 좀 솔직하게 말하자구), 혹시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비개발자에게 조언을 해줄 게 있을지, 언어는 내가 비개발자 친숙하게 치환할 테니까. 편안한 사내 라운지에서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이어서 오후에 블로그를 보고 커피챗을 요청해주신 기념품 사업을 15년째 하고 있는 1인 기업 사장님과도 커피챗을 했다. 사실 별 기대를 안 하고 참석했는데, 오히려 미래의 모습을 보는 듯할 정도로 놀랐다. AI 전환이란 이런 분들께 먼저 일어나는구나. 대기업에서 여러 보고와 검토를 하면서 재고 있을 때, 스타트업과 개발자는 물론 자영업과 프리랜서처럼 늘 생계가 눈앞에 있는 분들은 다른 고민 없이 바로 뛰어든다. 그리고 결과는 내 기대 이상이었다.
AI 개발자 직군처럼 AI 비개발자도 생기겠지? 그럼 그 모습은 어떨까? 가장 쉬운 정답을 찾는 법은 AI 개발자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물어보면서 힌트를 찾는 것 같다. 이로써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미리 땡길 수 있지 않을까?
먼저 6년차 엔지니어에게 물었다. 클로드 블루가 그저 유행어는 아닐지. "뉴스는 당연히 과장이다. 하지만 걷어내면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변할 건 확실하고, 얼마나 빨리 변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인터뷰 도중 이 주제의 이름이 이제서야 코로나 블루에서 따온 것임을 알게 된 그는 "코로나 블루도 있었구나" 하며 담담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가볍지 않았다. "저도 당연히 우울함 같은 게 있었다. 최근에도 계속 있다. 롤링 디프레션이라고 해야 하나. 평소에는 괜찮은데 이렇게 인터뷰하면 또 집에 가면서 어떻게 해야 되지 하면서 빠진다."
3년차 엔지니어 쪽은 더 생생했다. 2023년에는 AI가 신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 LA 출장을 다녀온 뒤 현타가 왔다고. "진짜 살아남으려면 사업해야겠다. 아니면 아예 전문직을 가거나. 근데 이미 그거 좀 늦은 것 같고." 요즘은 매일 운동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산다고 했다. "너무 장기적으로 보기에는 좀 지치고. 답이 없는 거고. 딱히 스파크도 없고." 인터뷰 말미에 미래가 기대되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말이 짧았다.
"기대되지는 않아요. 저 지금 약간 무서워요."
인상적이었던 건 그녀가 집에서 가족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반응이 남는다. "우리 세대가 제일 럭키하다. 이 변화를 안 겪어도 되니까." 은퇴 세대가 스스로를 가장 운이 좋다고 말하는 시대라니. 그 한마디가 클로드 블루의 무게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에 AI에 관심 없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대학원 다니는 친구는 AI 이야기를 해도 "세상 좋아졌네" 정도로 끝난다고. 개발자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지만, 비개발자에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지금 그 온도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크다. 하지만 언젠가 이 간격이 좁혀질 때, 비개발자들도 같은 감정을, 아니 더 크게 느낀다면?
왜 개발자분들이 AI의 영향을 더 빨리 받았을까.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답이 있다. 개발자가 일하는 방식과 LLM이 작동하는 방식이 닮아있다는 것. 문제를 받으면 구조화하고, 실행하고, 검증한다. LLM도 마찬가지다. "검증이 쉽다. 돌아간다, 안 돌아간다. 버튼이 있다, 없다. 10초 걸린다, 3초로 만들어야 한다. 기준이 명확하다." 6년차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그래서 먼저 활용했고, 먼저 위협도 느꼈다. 비개발자의 업무는 상대적으로 비정형화되어 있어서 AI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이 더 필요했을 뿐이다. 3년차 엔지니어가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소프트웨어가 먼저 영향을 받은 건 맞는데, 다른 분야들은 더 세게 받아 당하지, 덜 받을 리는 없다."
흥미로운 건 개발자 커뮤니티의 공유 문화가 이 흐름을 가속화했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는 핵심을 숨기는데, 개발자는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오히려 실력 있어 보인다. 그래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뭔가를 던지면 파급이 다른 분야보다 훨씬 빠르다." 실제로 스포티파이 같은 큰 기업, 프로그래밍을 잘한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나도 직접 코드 안 쓴다"고 선언하기 시작하면서 반박하기가 어려워졌다. 몇몇 소신파를 제외하면.
최근 개발자 세계에서 벌어진 판의 변화를 6년차 엔지니어는 하나의 이름으로 요약했다. 클로드 코드. "클로드 코드가 생태계를 되게 잘 만들었다." 커서가 나왔을 때도 물론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와 신기하다, 유용하다" 수준이었지 생태계를 만드는 느낌은 아니었다고.
클로드 코드는 달랐다. 개발자에게 집중해서 스킬, 에이전트, MCP 같은 기능을 빠르게 진화시켰고, 처음에는 없었던 것들이 빡빡빡빡 추가되면서 생태계가 급격히 커졌다. 누군가 하네스를 하나 만들어놓으면 꽁꽁 싸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써보라고 공유하고, 금방 따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3년차 엔지니어도 이 시점을 전환점으로 꼽았다. "클로드 코드 나오고 좀 많이 달라진 느낌. 그다음에 오픈클로 나오고도 확 또 한번 난리 나고." 앞서가는 사람들이 너무 빠르게 앞서나간다는 거다. 6년차 엔지니어가 사무실에서 거울에 비유한 말이 계속 맴돈다고 했다. "예리한 사람은 더 예리해질 것이고, 게으른 사람은 더 게을러질 것이다." 자신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데, 앞에 있는 사람들이 멀어져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 보인다고.
인터뷰에서 여러 번 나온 개념이 있다. 하네스(harness). 요즘 개발자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개념이다. 말에 안장을 씌우고, 채찍을 달고, 마차를 다는 것. LLM이라는 말을 맨몸으로 타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시스템을 만들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기존에 조직 단위로 개발하던 업무 흐름이 있다. 기획, 분업, 조립, QA, 배포. 이 프로세스를 AI 위에 재구성하는 게 하네스의 핵심이다. 6년차 엔지니어 말로는 이 흐름이 이미 수렴하고 있다고. "기존 조직 단위 개발 프로세스를 얼마나 잘 떠오느냐, 그 위주로 가고 있다. 근데 이제 어느 정도 수렴한 것 같다. 최신 트렌드를 막 따라가지는 않는다." 계속 새로운 게 나오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건 아니라는 거다.
3년차 엔지니어도 비슷했다. 새로 나온 기능을 텔레그램에 연결해봤는데, 정작 뭘 보내고 싶은 게 없어서 안 쓰게 되더라고. "이걸 쓰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 되는 거지, 내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걸 차용해서 쓰는 느낌이 아니다." 도구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일을 위해 도구를 쓰는 거다. 하네스가 수렴했다는 건 지금 따라가도 늦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관성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팀의 한 동료가 클로드 코드를 열심히 쓰다가 구독을 취소한 적이 있다. 그때 한번 끊었는데, 다시 결제하면 되는 건데 안 한 거다. 안 하고도 괜찮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에 그동안 쌓아온 AI 근력이 무너진다. 그날 인터뷰에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뻔했다.
개발자의 정체성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세상에 있는 일의 일부를 소프트웨어 위에 올리는 게 개발자의 역할이었다. 인사든, 콘텐츠든, 투자든, 원래 있었던 영역을 소프트웨어로 번역해가는 과정. 그 번역에 전문 지식이 필요했다.
지금은 그 마찰이 줄었다. "컴퓨터랑 소통하는 언어가 자연어가 되어버린 거다. 한 단계 위에서, 추상화를 한 상태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됐다. 코드를 쓰는 것보다 스펙 문서를 작성하게 되는 거다." 3년차 엔지니어의 말이다.
결과적으로 "뭐를 만들지"가 병목이 됐다. "사람들이 다 이야기하는 게 뭐를 만들지가 병목이지, 만드는 것 자체는 병목이 아니다." 누가 랜딩 페이지를 기깔나게 만들었다고 치자. 그걸 개발하는 데는 오래 안 걸린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거다. 6년차 엔지니어가 최근 윈도우 데스크탑 앱을 만들고 있는데, 만드는 건 되지만 문제가 빵빵 생긴다고. 결국 윈도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 "공부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 공부하고 나면 돌리는 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다."
개인적인 아픔도 있었다. 원래 그가 추구했던 건 백엔드, 프론트엔드, AI 셋 다 하는 것. 그게 차별점이었다. "근데 이제 누구나 다 셋 다 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엣지로 삼았던 게 엣지가 아니거나, 이전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 같으니까. 그런 우울함은 있다." 소프트웨어 시장 자체도 과포화다. "여기가 밥그릇이 작으니까 넘쳐 흘러간다." 오픈클로로 에이전트를 병렬로 20개씩 돌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들은 뭘 그렇게 많이 돌릴까."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다.
3년차 엔지니어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 음악 선생님 이야기가 있다. 이번 주말에 개발을 전혀 모르는 음악 선생님이 클로드 코드로 음악 게임을 만들었다는 거다. 키보드로 건반을 치면 화면에 화성학이 맞는지 틀리는지 게임으로 보여주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는데, 개발 지식은 전혀 없었다고. 너무 놀라서 1시간 수업 내내 집중 못 하고 그 사실에 멍했다고 한다.
비슷한 이야기를 오후에 커피챗한 1인 기업 사장님에게서도 들었다.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기념품 사업을 15년째 하고 있는 분인데, 원래 사내 재고정리 CRM이 필요해서 개발 에이전시에게 물어보니 2달은 걸린다고 하더라. 심지어 개발자와의 소통도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어제 Lovable이라는 바이브 코딩 도구를 처음 발견하고 하루 만에 CRM을 혼자서 뚝딱 만들었다. 미팅 때 보여줬는데 제법 인터페이스도 깔끔하고, 데이터도 올바르게 구동되는 것을 보고 내가 다 놀랐다. 심지어 해외 직원들을 위해 외국어 지원, 협력사와 쓰기 위해서 깃헙 서버 배포까지.
두 사례에서 개발로 뛰어든 트리거는 단순했다. 외부 개발자에게 돈과 시간을 주고 맡기느니, 만들고 싶은 게 명확하다면 그냥 직접 만드는 게 더 쉽고 빠르겠다고. 음악 선생님은 자기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 알았고, 사장님은 15년간 쌓은 사업 경험으로 사내 솔루션에 대한 정확한 그림이 있었다.
엔지니어들의 말과 정확히 맞물린다. 예전에는 개발이 특수한 도메인 전문성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요즘은 뭐를 만들지가 병목인 시대다.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가 AI를 더 빠르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선명하고, 그 문제를 자기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비개발자가 AI를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뭘까. 6년차 엔지니어의 답은 의외였다. "내가 생각한 걸 글로 쓰는 게 항상 어렵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라는 거다. AI와 소통하는 건 인간과 소통하는 것보다 오히려 쉽다고. "인간들끼리 하는 건 훨씬 어렵다. 서로 전제하고 있는 것들이 다르고, 용어를 다르게 쓰고. AI랑은 그런 건 맞춰진 채로 할 수 있다." 다만 모호하게 주면 AI도 모호하게 돌려준다.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이 잘 나오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심지어 AI의 속도 때문에 인간인 내가 더 조바심을 느낀다. AI는 딸깍 지시하면 결과물을 바로 실행한다. 하지만 지시를 잘해줘야 하다 보니 인간은 고민을 깊게 하고, 기획하고, 그다음에 지시를 한다. 근데 그 고민이 30분을 넘어가면 AI에게 뒤쳐지는 이상한 경쟁심이 생긴다. 이렇게까지 내가 고민을 하고 넘겨야 하나? 내가 더럽게 비생산적으로 느껴진다. AI 시대에 속도가 생명이고 누구나 빠르게 치고 간다면, 어떨 때는 그냥 잘 모르겠고 우선 앞으로 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매번 이런 생각이 부딪히면서 스트레스가 배가 된다.
실무적으로는 클로드 챗, 코워크, 코드의 구분도 중요했다. 한 번 하고 말 거면 클로드 챗으로 충분하다. 나에 대한 기억 정도만 남는 수준. 지속적으로 뭔가를 만들어야 하면 코워크나 코드가 필요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거라면 코워크로는 힘들다. 코드는 그 자체로 네이티브한 코드 실행 환경이니까. 반대로 코드 개발을 안 할 사람한테는 부차적인 얘기다.
3년차 엔지니어는 비개발자의 허들을 솔직하게 짚었다. "비개발자 업무 중에 자동화를 하려면 사실 코드를 써야 되는 게 맞다. 아예 모르는데 AI가 막 써내리면 어떻게 쓰는지도 잘 모르겠고, 주먹구구식으로 하더라도 힘들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고.
"문제를 구조화해서 레버리지할 수 있는 다른 것에게 맡기는 플로우를 만드는 게, 결국 개발자든 비개발자든 똑같다."
우리 회사는 AI를 잘 쓰고 있는 건지, 잘 쓴다는 건 대체 뭔지 물었다. 3년차 엔지니어의 답이 명쾌했다. "지금 시대에서 AI 잘 쓴다는 건 그냥 AI 네이티브하게 일하는 조직 문화를 뜻한다." 거창한 AI 오케스트레이션이 아니다. 슬랙방에 AI들끼리 대화하게 만드는 게 잘 쓰는 게 아니라는 거다. 조직 차원에서 "각자의 업무에서 어떤 부분을 AI로 개선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으면, 그게 잘 쓰고 있는 거라고.
문제는 눈앞의 태스크에 치이면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다는 거다. "새로 도입하는 데는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근데 그걸 해야 나중에 10배가 되는 거다. 눈앞에 있는 것만 보면 그 시간이 아깝다." 회사 내부에서 AI 시식이라는 이름으로 도입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솔직한 후기는 이랬다. "테마가 좀 모호했다. 어떨 때는 토이 프로젝트 같기도 하고. 차라리 아예 더 진지하게 업무 효율화로 해버렸으면 취지에 맞았을 것 같다." 중박 정도였지 않았을까.
하지만 큰 기업은 더 어렵다. 뭐 하나 도입하려면 결재를 받아야 하고, 진행 중인 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에 새로운 걸 끼우는 건 리스크가 크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다시피 글로벌 금융 빅테크 스트라이프(Stripe) 같은 경우에는 일주일 동안 회사를 거의 셧다운하고 전 직원이 AI 전환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정도 해야 될까 말까다. 한 번에 되는 것도 아니다. 마인드셋을 바꿔야 하고, 스텝 바이 스텝이다.
요즘은 정보의 피로도 겹친다. 링크드인과 뉴스레터를 보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예전에는 진짜 인사이트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노이즈가 너무 많다. AI Slop 자체가 늘어났다. 다른 사람이 쓴 거 베껴가지고 자기 말로 바꿔서 포스팅한 사람 분명히 많아졌다." 3년차 엔지니어의 말이다. 진짜 도움 되는 글을 봐도 "이걸 또 언제 내 워크플로우에 적용시키지"를 고민하는 것조차 피곤해진 상태. 클로드 블루 위에 정보 피로까지 쌓이면서 점점 링크드인도, 뉴스레터도 안 보게 된다고 했다.
그녀는 이 감각을 "정신력의 도트데미지"라고 표현했다. 운동으로 체력은 올렸는데, 정신력은 하루하루 조금씩 까인다고. 체력이 많이 올라왔는데 정신력이 못 따라온다. AI가 고도화되면서 시간에 대한 압박이 심해졌다. 1분 1초가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느낌이 계속된다.
"분명히 나침반 보고 지도 보면서 걸어가는 게 맞을 수 있다. 근데 지금 당장은 눈앞에 쌩 지나가는 스포츠카가 보인다." 개발자들은 원래 더 나은 방법을 찾는 훈련을 해왔다. 몇 년간 그렇게 해왔는데, 이제 그걸 하는 자신이 비생산적으로 느껴지면서 무기력해진다.
"이게 맞나, 그냥 냅다 달려보는 거지 뭐."
6년차 엔지니어의 대처법은 역사적 관점이었다. "내가 갖고 있던 스킬이나 경력이 없어지는 거는 한두 번이 아니다. 주판 하는 사람, 속기사, 마부. 사례 엄청 많다. 2026년에만 일어나는 특수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면 우울한 건 좀 덜하다고. 요즘은 로봇이나 하드웨어처럼 "뚝딱뚝딱이 안 되는" 분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소프트웨어처럼 혼자서 금방 만들 수 없는 영역. 거기에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한편으로 결혼 준비도 한창이라, AI 고민과 별개로 삶의 큰 이벤트가 우선순위를 재편하고 있었다.
3년차 엔지니어의 대처법은 달랐다. "회피. 현실 도피." 웃으면서 말했지만 진심이 섞여 있었다. "그 회피마저도 안 하면 너무 절망스럽기 때문에." 매일 운동을 하면서 체력이나 올리고 있다. "도메인을 잃어버린 나그네"가 된 느낌이라고. 개발만 했는데 그 개발이라는 도메인이 사라져가고 있으니, 창업을 하고 싶어도 LLM과 붙으려면 도메인 specific해지거나 훨씬 더 뛰어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건가.
"그래서 요즘 제가 와인 자격증을 열심히 따고 있잖아요."
영상 편집을 전공한 본인의 동생에게도 진지하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너 이거 계속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앉혀놓고 설득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보냈다. 요리든, 몸으로 하는 일이든, 일단 해보라고. AI한테 가장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직군 중 하나가 영상 편집이라는 걸 가까이서 보고 있으니까.
FIRE(조기 은퇴)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는 게 포인트라고 깨달으면서 굳이 빨리 은퇴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다시 돈을 빨리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이라는 게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돈을 벌 수 있는 행위를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그 불안감 때문에 안전장치를 만들어놔야겠다고 했다. 생각이 왔다갔다한다.
인터뷰 끝에 매트릭스 이야기가 나왔다. 빨간 약과 파란 약. "파란 약 먹는 게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물론 농담 반이다. 그렇지 않기에 우리가 모두 스타트업이라는 빨간 약을 먹고 이를 악물고 트렌드의 끝단에서 부딪히고 있으니까. 그래도 늘 생각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현실적인 마음이다.
두 명의 AI 엔지니어와 한 명의 자영업 사장님. 세 사람의 이야기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역설이 보인다. 개발자는 코딩을 넘어서 사업 도메인을 파고 있고, 자영업 사장님은 사업 도메인을 넘어서 코딩을 파고 있다. 서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AI 비개발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인터뷰에서 나온 답을 종합하면 이렇다. 자기 도메인을 더 깊게 파라 (그 도메인이 아직 AI로부터 습격을 당하지 않았다면). LLM처럼 문제를 구조화하는 습관을 들여라. 생각을 텍스트로 정리하는 연습을 많이 하라. 하네스, 즉 AI에게 가드레일을 심어서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방법은 이미 수렴하고 있으니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개발자들이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타인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어쩌면 그것은 약과일 수도. 그 감정이 당신에게 더 큰 눈덩이로 오는 것은 어쩌면 시간문제일 수도.
AI 전문가는 아니지만 늘 커피챗에 열려있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시다면, 다른 분들의 경험을 더 자세히 듣고 싶으시다면 링크드인으로 DM 혹은 이메일(pahan@umich.edu)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