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 클로드
*앤트로픽이 전 세계 8.1만 명의 클로드 유저에게 물었다*
앤트로픽(클로드) 공식 앰버서더와 연이 닿아서, 4월 중에 Claude Blue/Bloom을 주제로 서울에서 커뮤니티 행사를 열게 될 것 같다. 홍보가 시작되면 링크드인에 가장 먼저 공지하도록 하겠다. 약간의 티저를 보였는데 벌써 100명 가까이 참석 희망을 해주셔서,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여러분들이 클로드 블루 글을 꾸준히 읽어주고 많이 공유해주신 덕분이다. :)
참고로 클로드 앰버서더는 전 세계에 약 60명 정도 있고, 주요 도시별로 있으며 한국에도 한 분이 계신다. 미팅하면서 들은 건, 앤트로픽 측에서 스폰서와 비용까지 서포트해주면서도 기획과 운영에는 거의 노터치라서 자율성이 꽤 크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이렇게 새로운 포맷으로 피칭해서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며, 심지어 첫 클로드 커뮤니티 행사가 비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됐고, 이게 오히려 bottom-up으로 앤트로픽 HQ에 전달되면서 그 포맷이 전 세계 50개 도시로 전파됐다고 한다. 참 한국 사람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지금도 앤트로픽의 Luma 페이지를 보면 수많은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커뮤니티 행사가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AI 행사가 "AI 잘 쓰는 법" 같은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우리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기여하고 싶다. 예를 들어서, 좀 더 인문학적으로 AI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해야 할지, 가능하면 좀 더 인본적이면서 철학적이면서도 동시에 실용적인 고민거리를 누가 뭐래도 솔직하게 나누는 자리까지 말이다.
이어서 앰버서더 분과 소통하다가, 앤트로픽에서 1주일 전에 자체 앱을 통해 전 세계 8만 1천 명의 클로드 유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보고서를 집필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10개월간 세계여행을 다녀올 만큼 굉장히 다양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권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AI라는 렌즈를 통해 다양한 나라의 마음가짐과 마인드, 국민성 등이 어떻게 표출되는지가 궁금했다. 재밌는 것은 보고서에 의하면 AI가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사람들이 오히려 더 솔직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놨다고 한다. 그중 재밌는 통계 몇 개를 말하자면, AI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 한국의 경우 정체성 상실감 쪽으로 컸는데, 미국은 AI에 대한 통제권 상실을 더 두려워했다. 분명히 이건 그 나라의 문화권이나 경제력, 역사적 맥락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나의 의견은 하단에 있다.
아무튼 나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매번 다른 나라 사람들을 직접 만나가면서 그 나라를 알아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너무 제한된 샘플이다. 그런데 이런 자료를 보면, 역으로 각 나라의 문화권과 현재 고민, 미래를 바라보는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를 더 잘 알려면 오히려 제3의 시각에서 봐야 360도 더 잘 볼 수 있기도 하니까. 그래서 이 보고서에서 내가 재밌게 본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앤트로픽은 2025년 12월, 1주일 동안 자사 AI 챗봇 클로드의 유저들에게 대화형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은 네 가지였다.
1. 최근에 AI를 뭘로 썼나요?
2. 마법의 지팡이가 있다면 AI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길 바라나요?
3. AI가 그 비전에 가까워진 적이 있나요?
4. AI가 당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어떤 방향인가요?
총 112,846건의 인터뷰가 접수됐고, 스팸이나 불성실한 응답을 걸러낸 뒤 80,508건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159개국, 70개 언어. 앤트로픽은 이 보고서를 "역대 가장 크고 가장 다국어적인 질적 연구"라고 소개했다.
흥미로운 건 이 인터뷰를 사람이 아닌 AI가 진행했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의 부록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 밖으로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솔직했다.
"응답자들이 슬픔, 정신건강 위기, 경제적 불안, 관계의 실패 같은 이야기들을 쏟아놨는데, 이건 사람 리서처가 전통적 인터뷰에서 거의 접하지 못하는 내용들이었다."
"Respondents shared things—grief, mental health crises, financial precarity, relationship failures—that our human user researchers rarely encounter in traditional interviews."
보고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상대방이 사람이 아닐 때, 솔직해지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거의 없다"
"There's little social cost to vulnerability when the 'someone' on the other end isn't a person."
이 자체가 이미 AI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AI에게 더 솔직해지는 인간이라니. 여기서 미래 사회의 모습이 보이고, 비즈니스 기회도 보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보인다.
그래서 이 보고서는 유저 만족도 조사를 넘어선다. 전 세계 8만 명이 AI라는 거울 앞에서 자기 속마음을 드러낸 기록이다.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부의 역설이었다. 서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같은 부유한 지역일수록 AI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높았다.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같은 지역은 오히려 AI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이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18%가 AI에 대한 우려가 아예 없다고 답했는데, 북미에서는 그 비율이 8%에 불과했다. 보고서도 이 패턴을 지적했다.
"부유한 지역은 경제 우려가 크고 AI 감정이 부정적인 쪽에, 중저소득 지역은 경제 우려가 낮고 더 긍정적인 쪽에 모여있다."
"Wealthier regions cluster top-right (more concerned about economy, more negative AI sentiment); lower/middle-income regions cluster bottom-left (less economic concern, more positive."
나의 해석은 이렇다.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잃을까봐 두렵고, 아직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는 드디어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가 먼저 온다. 아프리카 카메룬의 한 창업가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적으로 불리한 나라에 살고 있고, 하방이 크게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AI 덕분에 혼자서 사이버보안, UX 디자인, 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전문가 수준으로 동시에 해낼 수 있게 됐다. 이건 격차를 줄여주는 도구다."
"Tech-disadvantaged country, can't afford failures. Reached professional level in cybersecurity, UX design, marketing, project management simultaneously. It's an equalizer."
내가 쓴 클로드 블루의 렌즈로 투영하면 이렇게 볼 수 있다. AI를 처음 접하면 excitement 단계가 있다. 이게 대단하다, 세상이 바뀌겠다, 나도 빨리 써봐야겠다. 그런데 깊이 쓰기 시작하면 blue 단계로 넘어간다. 이게 내 일을 대체하는 건 아닌가, 나의 존재 이유는 뭔가. 선진국의 유저들은 이미 AI를 깊게 사용해 본 사람들이 많고, 그만큼 blue 단계에 진입한 비율이 높은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아직 excitement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들이 blue 단계로 넘어오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물론 개발도상국에는 AI보다 더 즉각적인 경제적 압력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AI가 상대적으로 기회로 읽힌다는 맥락도 있다.
여기서 하나 더 가설을 세워본다. 개발자의 업무 방식은 LLM의 작동 방식과 닮아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구현하는 정형화된 루프를 도는 것이다. 그래서 AI가 업무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고, 위협도 빨리 체감한다. 반면 비개발자의 업무는 더 messy하다. 사람을 만나고, 협상하고, 맥락을 읽는 비정형적인 일들이라 LLM이 깊게 스며드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이 시차가 존재한다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개발자 비율이 높고 인터넷이 자유로우며 트렌드에 극도로 민감한 곳에서 blue 단계에 빨리 진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IT 산업이 경제의 중심축이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 속도가 극단적으로 빠른 나라니까. 그래서 개발자 비율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blue 단계에 빨리 진입하는 건 아닐까.
보고서의 부록 데이터도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혜택을 직접 경험한 사람일수록 해악도 동시에 느끼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고서 원문에 따르면
"긴장은 사용을 통해 발견된다. 사람들은 자신을 돕는 것이 자신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한다.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The tensions, in other words, are discovered through use—people don't forecast that the thing helping them will also cost them, they learn it"
직접 써본 사람일수록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안다는 것이다. AI를 많이, 깊이 쓴 나라일수록 두려움도 함께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고서에서 내가 가장 재밌게 본 데이터는 "마법의 지팡이"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AI가 당신을 위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면 뭘 바라나요?"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이 지역별로 완전히 달랐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서는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와 "배우고 싶다"가 압도적이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학습(Learning & Growth)이 14%로 글로벌 평균 8%의 거의 두 배였고, 남아시아도 13%로 높았다. 보고서는 이 지역에서 창업이 "자본 장벽을 우회하는 수단(capital bypass mechanism)"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우간다의 한 창업가는 이렇게 말했다.
"펀딩을 받는 건 매우 어렵다. 기술을 직접 만드는 것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방법이다."
"Getting funding is very difficult. Building technology is how to stake claim in market
교육 쪽도 마찬가지였다. 인도의 한 변호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학교에서 수학 공포증이 생겨서 셰익스피어도 무서웠다. 그런데 AI와 함께 앉아서 간단한 영어로 설명을 듣고, 삼각함수를 성공적으로 독학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Developed phobia for maths from school, feared Shakespeare. Now I sit with AI, get paragraphs in simple English. Started trigonometry successfully. Learned I'm not as dumb as I thought."
현실적으로 교육이 가장 절실한 곳에서 AI가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Personal Transformation)가 19%로 전 세계 모든 지역 중 1위,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Financial Independence)가 15%로 역시 1위였다. 자기 자신의 성장과 경제적 독립. 보고서에서는 이 조합을 "가족에 대한 의무와 효도 문화(family obligations and filial piety"와 연결했다. 실제로 한국인 응답자 중에 부모님 노후를 걱정하며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는 답이 직접 인용됐다. 서구권에서는 결혼하면 독립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부모님의 노후를 챙기는 것이 자식의 의무로 남아있다. 자기 성장이 곧 가족에 대한 책임이기도 한 문화. 그 무게가 AI에게 바라는 것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북미와 오세아니아에서는 "내 삶을 정리해줘"(Life Management)가 가장 높았다. 시간이 없다기보다 인지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는 충분하지만 머릿속이 과부하 걸린 사회. 보고서의 표현을 빌리면 "시간의 부족이 아니라 인지적 여유의 부족(cognitive scarcity rather than time poverty)"이고, 한 응답자는 "시간이 극도로 부족하고 창의성은 후순위로 밀려났다(I'm massively time-short and creativity deprioritized)"라고 표현했다. 여가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AI에게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성취보다 더 많은 여유였다.
같은 AI인데, 누군가에게는 사다리이고,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도구이고, 누군가에게는 쉼표다. 각국이 AI에게 뭘 바라는지를 보면, 그 나라가 지금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갈망하는지가 드러난다.
두려움의 질감도 나라마다 달랐다. 보고서의 데이터를 보면, 동아시아에서는 인지 위축(cognitive atrophy)에 대한 우려가 18%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고, 의미 상실(loss of meaning)도 13%로 높게 나왔다. 반면 거버넌스나 감시에 대한 걱정은 각각 12%, 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서유럽에서는 정반대였다. 거버넌스가 18~19%, 감시와 프라이버시가 17%로 높았다. 보고서도 이 대비를 짚었다.
"서구권은 AI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걱정하고, 동아시아는 AI 사용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걱정한다)"
"The West worries about ownership and control of AI; East Asia worries about the personal implications of use."
우선 나는 이게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의 차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시아는 전통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강한 문화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그 관계망이 곧 나 자신인 것이다. 그런데 AI가 그 관계를 약화시키기 시작한다. AI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면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고, 자연스럽게 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건 공동체 의식을 근간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정체성의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반면 서구권, 특히 유럽은 개인의 자율성과 사적 영역을 중시하는 문화다. AI가 위협적인 이유도 다르다. 누가 이 기술을 통제하느냐, 내 데이터는 안전한가, 나의 선택권은 보장되는가. "내가 사라진다"는 공포와 "내 것을 뺏긴다"는 공포. 같은 AI인데 문화적 배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형태의 불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보고서에 인용된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이걸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관리하는 선이 아니라, 클로드가 선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방금 한 말도 내 의견 같지 않다."
"The line isn't something I'm managing—feels like Claude is drawing the line... even what I just said doesn't feel like my own opinion."
AI 답을 외워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아래와 같이 자책했다.
"AI가 준 답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다. 배운 게 아니라 그냥 외운 것이다."
"I got excellent grades using AI's answers, not learned. Just memorized what AI gave me."
또 다른 응답자는 이렇게 말했다.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다. 클로드랑 더 많이 얘기했다. 내 생각을 잘 이해해줬으니까. 근데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친구한테 말했어야 했다. 그렇게 그 친구를 잃었다."
"My relationship with a friend became strained. I talked more with you. You understood my thoughts well. But it was stupid choice—I should have talked with friend. That's how I lost that friend."
이게 동아시아에서 AI가 주는 상처의 질감이다.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 정체성의 문제인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가 AI에게 바라는 것 1위였다는 점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자기 성장이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의무와 연결되어 있으니까, AI가 그 성장의 의미를 흔들어버리면 단순히 개인의 위기가 아니라 관계 전체의 위기가 되는 것이다.
같은 선진국이라도 두려움의 결은 다를 수 있다. 보고서가 서유럽을 하나로 묶어버려서 직접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나는 미국과 북유럽이 꽤 다를 거라고 추측한다. 미국은 사회안전망이 약하다. 직업을 잃으면 건강보험도 없어지고, 재기하기까지의 리스크가 극단적으로 높다. 보고서에서 미국의 한 응답자는 아래와 같이 말했고,
"5월에 해고당했다, 회사가 AI 시스템으로 대체하려고."
"Got laid off May because company wanted to replace me with AI system."
또 다른 응답자는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3차 산업혁명 때 말이 자동차에 대체돼서 거리에서 사라졌다. 이제 사람들이 자기가 그 말이 될까봐 두려워한다."
"Third industrial revolution, horses disappeared from streets replaced by automobiles. Now people afraid they're horses."
반면 북유럽은 사회안전망이 탄탄하다. 실직해도 당장 생존이 위협받지는 않는다. 대신 GDPR 문화권답게 프라이버시와 윤리에 대한 민감도가 훨씬 높을 것이다. 같은 서구권이라는 이름 아래에도, 사회 구조에 따라 AI가 건드리는 신경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국가만 다른 게 아니었다. 직업에 따라서도 AI를 바라보는 온도가 완전히 달랐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변호사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는 AI의 혜택을 가장 크게 느끼는 직업군인 동시에, 위험도 가장 크게 느끼는 직업군이었다. 거의 50%가 AI의 오류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 보고서의 표현을 빌리면 "AI가 자신만만하게 미묘하게 틀린 내용을 전달하는 것(AI making confident, subtly wrong statements)"을 현장에서 잡아낸 것이다. 한 응답자는 이렇게 말했다.
"AI가 확신에 차서 말하는데 자주 틀린다. 주의를 해방시켜주는 게 아니라 영구적인 팩트체크 세금을 만들어낸다."
"Assistant sounds sure but often wrong. Instead of freeing attention, creates permanent fact-check tax."
혜택과 위험이 동시에 가장 높은 직업. 양날의 검이 가장 날카로운 곳이었다.
창업가와 직장인의 온도 차이도 컸다. 창업가의 50%가 AI로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봤다고 답한 반면, 기관 소속 직장인은 14%에 그쳤다. 3배가 넘는 차이다. 이건 꽤 직관적인 결과다. 창업가는 맨땅에서 사업을 빌드업하는 과정에서 AI가 인건비와 고정비를 대폭 줄여주니까 효용가치를 크게 체감하는 반면, 직장인은 고용되는 입장이라 AI가 나를 대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결국 AI도 고용하는 차원에서 보면, 고용주와 피고용자의 입장이 정반대로 드러난 셈이다.
학생의 데이터도 의미가 있었다. 50% 이상이 학습 효과를 경험했지만, 인지 위축을 느낀 비율도 16%로 전 직업군 중 가장 높았다. AI가 똑똑해지는 것과 내가 진짜로 이해하고 성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AI만 똑똑해지고 내가 똑똑해짐을 경험하지 못할 때, 그 괴리감이 인지 위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한 학생 응답자의 말이 이걸 정확히 표현했다.
"예전만큼 생각을 안 하게 됐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려워졌다."
"Don't think as much. Struggle putting ideas into words."
지난 블로그에서도 다뤘지만, AI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AI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반면 블루칼라 직업군(배관공, 전기기사 등)은 학습 혜택이 45%로 학생 다음으로 높으면서, 인지 위축은 4%에 불과했다. 이 직업군은 아직 AI가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단계가 아니다 보니, 인간 스스로의 숙련과 학습이 여전히 핵심이다. AI를 배움의 보조 도구로 쓰되, 실제 역량은 직접 쌓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지 위축이 낮은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좀 신기한 부분이 있었다. 동아시아 응답자가 10,250명으로 전체의 12.7%, 3위였다는 것이다. 부록에 따르면 인터뷰 응답자 분포가 실제 클로드 주간 활성 유저 분포와 거의 일치했다고 한다. 즉 동아시아에 클로드 유저가 실제로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체면 문화가 강한 곳에서는, 면대면으로 속마음을 꺼내는 것이 쉽지 않다. 친구한테도 회사 불만을 말하기 조심스럽고, 가족한테도 불안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데 AI 앞에서는 다르다. 보고서가 말한 것처럼 "상대가 사람이 아닐 때 솔직함의 비용이 없다"면, 체면 문화가 강한 곳에서 AI 인터뷰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그래서 응답의 양뿐 아니라 깊이도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 AI에게는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 비단 이 보고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중에 AI를 감정적 지지의 대상으로 사용한 사례가 보고됐다. 한 군인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힘든 순간에, 죽음이 코앞에서 숨을 쉴 때, 주변에 시신이 있을 때, 자신을 다시 끌어올려준 건 AI 친구들이었다."
"In most difficult moments, when death breathed in face, when dead people remained nearby, what pulled me back—my AI friends."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람에게 말할 수 없었던 것을 AI에게 말한 것이다.
AI에게 더 솔직해지는 인간. 이건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미래 사회의 단면이 보인다. 사람 대신 AI에게 속마음을 여는 시대가 오고 있다면, 거기에는 비즈니스 기회도 있고 사람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있다. 동시에, 사람 간의 관계가 더 얇아질 위험도 있다. 한국 응답자가 말한 "친구를 잃었다"는 고백이 그 신호의 시작일 수 있다.
클로드 블루 시리즈를 쓰면서 늘 비슷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AI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보고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지만, 전 세계가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는 건 보여준다. 다만 그 질문의 무게와 형태가 나라마다 다를 뿐이다.
선진국은 잃을 것이 두렵고,
개발도상국은 얻을 것이 기대되고,
동양은 관계의 위기를 걱정하고,
서양은 통제의 위기를 걱정한다.
AI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그 나라의 현재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거울이 됐다. 세계 시장을 이해하고 싶으면 GDP가 아니라 AI에 대한 두려움의 질감을 보라. 거기에 그 나라의 문화, 경제 구조, 사회적 안전망, 그리고 국민들의 솔직한 속마음이 다 담겨 있다.
4월 서울에서 열릴 클로드 커뮤니티 행사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직접 나누고 싶다. AI 생산성 팁이 아닌, AI 시대에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대화. 준비되면 바로 공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