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 클로드
*테크/엔터 평론가 차우진님과의 대화, 그리고 앤트로픽 Claude Bloom 연사 참여 공지*
개인적으로 하이브 마케팅 출신이면서도 지금 AI 스타트업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나는 테크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여전히 문화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예전부터 네이버 출신으로 이 바닥에서 테크와 엔터를 교묘하게 연결지으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발행하시고 커뮤니티 빌딩 1세대로 활동하신 차우진님을 멀리서 보면서 늘 응원했다.
이번에 클로드 블루 글이 바이럴이 되면서, 앞서 공유했다시피 앤트로픽의 공식 앰버서더분과 함께 Claude Bloom이라는 제목으로 커뮤니티 행사를 열게 되었다. 클로드 블루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그런 캐주얼한 자리가 될 거 같다.
이런 행사를 준비한다고 하니, 거의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아직 홍보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참여 관심을 보였고, 그중에 우진님이 계셨다. 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드디어 행사가 공식화되고 홍보를 하는 순간, 혹시 Fireside Chat의 연사로 함께할 수 있을지 여쭤보게 되었다.
이유는, 이번 행사가 너무 기술, 생산성, 개발자향 모임이 아닌 인문학과 철학 예술까지도 나눌 수 있는 좀 다양한 커뮤니티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요런 오픈소스, 해커톤 같은 커뮤니티 문화는 개발자분들이 잘 이끌어내시고, 오히려 사무직/사업 분들은 영업 자리가 아니면 거의 이런 활동을 안 한다. 그래서 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렇게 연사에 참여해주실 수 있으실지 여쭤봤고 목요일 밤 9시에 간단하게 화상미팅을 했다. 내 생각이 적중했다. 우진님처럼 문화와 테크를 잘 조합해서 깊게 설명하실 수 있는 분이 많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마침 작년부터 AI를 깊게 파면서 올해 초 excitement에서 blue의 상태로 빠진 시점에 딱 내 글을 보고 너무 공감을 하시면서 본인이 안 그래도 풀 내용이 무척 많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어서, 도대체 왜 한국인들은 유독 AI FOMO를 더 느끼고 있는 거 같은지 (물론 내가 한국인이라서 이 글이 한국에서 더 퍼진 거 같지만, 같은 글을 레딧에서 올리고 브런치에서 올렸는데 확실히 레딧은 갑론을박하는 반응이 많았고, 한국은 꼭 나의 클로드 블루 글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이 전체적으로 모두가 경험하고 느끼고 있었던 거 같다), 그런 사회적인 현상까지 같이 들여다볼 수 있으면서 현장에서의 더 깊은 대화가 더 기대되게 되었다.
그럼 행사 전에 간단하게 사전미팅에서 얘기한 내용을 공유해본다.
개발자가 아닌 입장에서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AI를 탐구하고 이것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더 활성화할 수 있을지 연구를 많이 하셨다고 했다. 근데 주변에 많은 엔지니어분들과 소통했을 때 어차피 아직은 과도기 단계이고 매일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차라리 이미 자리가 좀 잡히고 나서 다시 팔로업해도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 한동안 놓았다고 했다. 참고로 본인은 좀 힙스터 기질이 있어서 GPT는 안 쓰고 그록, 제미나이만 집중하다가 요즘 클로드로 갈아탔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앤트로픽의 클로드 4.6 모델이 나오면서, 성능이 미쳤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AI를 파기 시작하고, 지금은 클로드 맥스로 프로젝트 약 10개를 돌리고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의 프로젝트는 기존에 본인이 몇십 년 동안 써온 칼럼을 모두 학습시키고, 대신에 그 당시에는 특정한 이론이나 공식에 의해서 칼럼을 쓴 게 아닐 테니, 오히려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는 마음으로 이론화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시켰다고 한다. 즉, 예전에는 본인이 직접 소스와 인사이트를 모아서 그게 메모에서 뼈대 그리고 최종적인 칼럼으로 완성이 되는데, 이게 이론화가 하나의 에이전트가 된다면 과정이 모두 생략되고 메모만으로도 칼럼이 바로 나올 수 있게 된 거다.
또한, DJ들이 믹싱을 하는 것처럼, 보통 내가 쓸 수 있는 글의 한계가 분명한데, 이제는 나의 인사이트와 글쓰기 방식과 다른 사람들의 방식을 잘 섞어서 제3의 전문가 페르소나를 만들어 보는 것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예전에는 내가 철학을 공부했는데 갑자기 기계공학에 대한 글을 쓰고 싶으면, 해당 분야에 대해 좀 깊게 공부를 한 후, 두 가지 학문을 합쳐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드는 아주 고된 작업이 필요했는데 (인간적으로 이 작업을 또 배워야 하니) 지금은 그냥 각 분야의 전문성을 따와서, 아주 괴물 같은 페르소나를 화학실에서 조합하듯이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어서, 마치 리믹스된 음원을 무한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하다.
AI를 재능이 있는 어린아이에 비유해서, 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요즘 제일 고민이라고 했다.
AI는 결국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슈퍼파워이고, 앞으로 더 강해질 예정이다. 예전에는 윤리라면 지도자나 경영인만의 책임이었는데, 모든 개인이 AI를 쓰게 되면서 이러한 윤리적 책임과 부담이 개인의 단위로까지 내려오게 된 거 같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서, 물론 본인의 글을 학습시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누군가는 순수성에 대해서 시비를 걸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재료로 쓴다면 그 작업마저 경계가 모호해질 텐데, 문제는 전 세계 AI를 쓰는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서로를 섞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AI 시대에서는 무엇이 윤리적인지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윤리에서도 뉴노멀의 시대가 올 거 같다고 얘기를 나눴다. 단순히 윤리가 중요하다는 선언은 충분하지 않다는 거지.
얘기를 많이 나누다보니, 우진님도 그렇고, 게시글에 댓글을 200명 넘게 달아주신 분들도 그렇고, 또 수많은 퍼가기와 DM을 보면서 오히려 글을 써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을 볼 때면, 도대체 이게 뭐가 그리 대단한데 이렇게까지 연락을 주시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굳이 어려운 시간을 내서 나에게 가식을 떨 필요도 없고.
근데 우진님과 대화를 하다보니, 한국인들이 특별히 AI에만 그런 것도 아니었고, 비트코인 때문이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그 당시 비트코인, NFT에 일찍 들어간 사람들은 실제로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늦게 들어간 사람들은 다 손해를 봤고, 뗄감으로 쓰이고 버려졌다. 그 경험을 했다보니, 한국인들은 무조건 빠르게 따라가야겠다는 마인드가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유튜브 시장은 이미 늦었으니, 쓰레드가 나왔을 때 똑같은 현상이 있었다. 오픈하자마자 "쓰레드로 3일 만에 팔로워 1만 명 만드는 법" 같은 글이 쏟아졌다. 지금처럼 새로운 플랫폼 공간에 먼저 들어가야 돈을 벌 수 있다는 FOMO는 실제로 예전에 비트코인, 그 전에 부동산 시장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익힌 것이다.
어쩌면 AI도 같은 패턴으로 소비되는 것 같다. 지금 유튜브에 AI를 검색하면, "지금 안 하면 평생 후회합니다", "100년 만에 온 기회" 같은 썸네일이 넘쳐난다. 이걸 보는 사람들은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까지 놓친 비트코인, NFT, 부동산, SK 하이닉스, 엔비디아.. 갓 졸업해서 사회 초년생이 된 31살 청년이 이런 걸 보면 정신이 아찔해질 수밖에 없다.
나도 돌이켜보면 클로드 블루 글을 쓰기 전부터 이미 존재하는 AI FOMO 현상이 있었다. 그걸 그냥 내가 좀 깊게 탐구해서 글을 쓰고 네이밍을 붙인 거 뿐이다. 지금 시대가 부른 현상에 내가 그냥 올라탔을 뿐이다. 내가 FOMO를 만든 게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이미 느끼고 있었기에 적절한 시기에 딱 바이럴이 됐었던 거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다보니 한국의 학창시절 문화에 대해서 100% 다 잘 알진 못한다. 근데 군대에서 많은 한국 친구를 사귀면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한국은 철도선에서 벗어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어. 그래서 주류에서 벗어나지 않게 안간힘을 써야 하지.
인서울 4년제를 못 가면 인생이 꼬이고, 대기업이나 건실한 중견기업에 못 들어가면 또 꼬이고. 차우진 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국은 유난히 급하고, 특히 30대들이 엄청 힘들어한다고. 사실 인생이 길어졌으니까 기회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길게 살기 때문에 초반에 빨리 올라타지 못하면 큰일 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쓰레드 현상과 동일하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실리콘밸리 트렌드에 관심이 많고 AI가 신기해서 클로드 블루에 열광한 게 아니었다. "나 이거 안 따라가면 사다리 떨어지는 거 아닌가?"라는 공포가 깔려 있는 거다. 미국 레딧에서 반응이 갈린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미국은 한국처럼 사다리가 1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많다보니, 이 사다리가 안 맞으면 다른 사다리로 옮겨탈 기회가 더 많으니까. 애초에 여유가 더 있고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을 기회도 있으니까.
FOMO에 대해서 더 탐구하게 되었다. FOMO란 결국 남들을 엄청 의식하고 따라가야 할 것 같은 강박을 뜻하는 거 같다. 왜 한국이 유독 그게 더 심하다고 느끼는 걸까?
우진님이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시고 사업하시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일본은 정말 선진국처럼 느껴지는데 그 이유가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대규모 행사 안전 수칙이 정말 잘 돼 있다. 그걸 보고 한국 사람들은 "우리도 저런 걸 배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일본의 지인께서 말씀하시길 "일본이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생각해보았냐고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안전 수칙을 만들기 위해, 1970년대부터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투신하면서 시위를 했고, 공연장에서 조명 설치하다 떨어져 죽는 사고가 무수히 쌓여서 그 안전 기준이 자연스럽게 빌드업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일본은 그런 규정 분야에서 굉장히 탄탄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많다. 다 경험과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것은 나의 가설이지만, 한국은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과정을 돌아보기도 전에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나다보니 과정을 돌아볼 여유나 의미를 잃게 된 거 같다. 그러다보니, 더 좋은 결과를 계속해서 만들고자 늘 우리보다 앞선 사회나 나라를 벤치마킹하게 되었고, 그게 결국 각자만의 색깔이나 노하우 없이 무작정 남을 의식하고 따라가게 만드는 FOMO가 더 강해진 것 같다. 일본만 해도 패션이나 음악이나 취향 같은 것을 보면 진짜 자유분방하고 다채롭다.
예전부터 나는 한국이 단일민족이라서 그런지, 혹은 그냥 문화성인지 생각했었는데.. 이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급성장된 경제로 인한 결과중심적인 사회에서 FOMO를 더 가속화했고, 사람들의 도파민과 기대감을 더 심하게 자극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우진님은 취향도 중요하지만 태도가 더 본질이라고 했다. 취향이라면 좋아하는 것이고, 태도라면 무언가를 왜 좋아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한국 사람들은 그러한 이유와 맥락에 대해서 깊이 탐구하는 역량이 등한시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스티브 잡스 같은 정말 아이폰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든 듯한 사람들이 한국에서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데, 따지고 보면 예술과 인문학은 공학처럼 결과를 바로 만드는 것보다 이런 태도를 형성하게 도와주는 도구인데, 패스트팔로워와 FOMO 기질 덕분에 이런 걸 담을 여유가 우리에게 없어서 자꾸 스킵하게 되는 거다.
실제로 GPT 3를 대중들에게 출시했을 때, 오픈AI에서 유저들에게 뿌리고 AI를 어떻게 쓰는지 보고 역으로 서비스 개발을 더 했다고 했다.
우진님은 우리는 AI를 너무 테크의 끝판왕으로만 보는데, 차라리 100년 전, 200년 전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을 때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찾아보면, 오히려 인사이트는 이러한 도구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창작하는 예술가들의 예시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도구를 만든 기술자들보다.
예를 들어서, 얼마 전 뉴욕 MoMA와 서울 현대카드에서 동시에 진행된 전시가 있었는데, ChatGPT로 실시간 시를 쓰는 작업이었다. 24시간 풀타임으로 돌아가면서 몇만분의 1초 단위로 시가 생성되고, 그게 스크린과 벽면에 매핑돼서 뿌려진다. 카메라가 관객을 인식해서 상호작용하는 아트를 만드는 작가들도 있다.
이런 작업들이 실용적으로 쓸모가 있냐고 물으면 솔직히 모른다. 근데 우진님은 "쓸모가 없을수록 더 가치 있다"고 했다. 왜냐면 이런 예술가들은 그런 쓸모를 생각하지 않기에, 오히려 최전방의 기술력을 가지고 전혀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인사이트와 영감, 그리고 새로운 감각과 기회가 생성되고, 그걸 포착한 비즈니스맨들은 그걸 잘 양산하는 실력을 갖게 된다.
그러다보니 따지고 보면 요즘 시대 예술은 비즈니스인 거 같다. 그래서 비즈니스는 예술에 대한 이해, 인문학적 관점이 더 중요하고,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과 애플뮤직을 만들 정도로 음악과 예술에 대한 깊이가 남달랐고, 그런 친구들과 동료들이 많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Claude Bloom 행사에 우진님이 참여하시는 것에 대해서 본인도 굉장히 흡족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이런 걸 탐구하고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만의 폐쇄적인 자화자찬 모임으로 변질될까봐 걱정된다고도 했다.
나도 처음에 큰 뜻을 갖고 이런 글을 쓰고 행사를 열게 된 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기에 이런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자리가 협소하다보니 모든 사람들을 다 초청하지 못한다면, 그 사이에서 또 다른 FOMO를 내가 생성하게 되는 꼴이 되는 거다. 클로드 블루에 대한 블루를 만든다고 할까? 뭔가 진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는 거다.
그래서 최근에 실리콘밸리의 미국인 친구랑 오랜만에 만났는데,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큰 행사장에서의 네트워킹보다 커피숍이나 집에서 몇 명이서 모여서 하는 대화가 훨씬 더 밀도 있고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만든다면 몇백 명이 아닌 그냥 소규모 자리를 계속 만들고 돌아가는 게 더 효과적인 거 같다고.
그래서 비록 이번에 거의 150명이 모이는 자리가 될 것 같지만, 이미 2,000명이 넘는 분들께서 신청을 해주셔서.. 이 모든 분들이 FOMO를 느끼지 않게 서로서로 소규모 모임을 지속할 수 있게 지원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고민을 많이 해봐야겠다.
차우진님 뉴스레터: https://maily.so/draft.briefing/posts/32z8dpkvrn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