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 클로드
*빅테크 친구들과 책모임에서 나눈 솔직한 AI 이야기*
나는 거의 6-7년째 월간 책모임을 하고 있다. 첫 직장 동료들이다. 물론 책도 읽지만, 각자 이직한 후 서로의 근황을 계속 공유하면서 꾸준히 연을 이어가는 게 진짜 목표다. 이제는 모두 굵직한 테크 기업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다 보니, 그들의 환경에서는 또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요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누구보다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되곤 한다. 어떻게 보면 오랫동안 알아왔으면서도, 또 다른 직장이다 보니 더 솔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 내가 쓴 클로드 블루 시리즈 글을 다들 사내 게시판에도 공유해줬다고 한다. 너무 감사했다. 근데 동시에 다들 엄청난 AI FOMO를 느꼈다고 했다. 공감이 많이 갔다고. 이번 모임은 책 이야기보다 AI 이야기로 훨씬 달아올랐다. 각자 회사에서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솔직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테크 업계인데도 회사마다, 사람마다 격차가 이렇게까지 클 수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놀라운 건 다들 이름만 대면 아는 테크 기업에 다니는데, 회사마다 AI 온도가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A사는 클로드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분위기다. 슬랙, 지라, 컨플루언스에 다 연동해서 기본적인 활용은 이미 하고 있는 상태. 그 외 AI 툴도 열려 있다고 한다. 회사 차원에서 밀어주는 분위기이긴 하다.
B사는 클로드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커서만 허용된 상태다. 슬랙에 클로드 붙이는 것이 신세계라는 건 알고 있는데, 회사가 막아놓으니 경험 자체를 못 하는 상황이다. 콘텐츠나 크리에이티브 쪽 조직은 AI 도입 자체에 거부감이 있어서 더 복잡하다고 했다. 번역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라, AI를 쓰고 싶어도 조직 내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사내에서도 격차가 극심하다고 한다. 옆 팀 사람이 "AI 뭐 쓰세요?"라고 되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는데, 그냥 GPT 챗만 쓰고 있더라고. 사내에 AI 관련 교육이나 강의가 거의 없고 그냥 알아서 배우는 구조다 보니, 직원들 간 AI 활용 격차가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특히 직급이 높을수록 아직도 한땀한땀 손으로 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테크 회사인데. 물론 잘 쓰는 사람도 분명히 있지만, 잘 쓰는 사람일수록 자기 일에 엄청 집중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알려줄 시간이 없고, 또 각자만의 노하우가 있어서 전파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격차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C사는 완전 팀바이팀이다. CS팀은 AI 도입을 잘해서 반복적인 업무 처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데, 데이터팀은 뭔가 곤조가 있어서 그런지 AI를 안 쓰고 사람이 다 데이터 분석을 한다고 한다. "내부 데이터가 비정형화돼 있어서 AI가 못 한다"는 게 이유인데, 아마 그냥 팀장의 곤조이지 않을까. 오래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테크 업계인데 이렇게 온도 차이가 극심하다면, 비테크 업계는 어떨까. 그리고 이 온도 차이가 곧 회사의 미래 경쟁력 차이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가장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이거였다. "AI가 좋은 건 아는데, 제대로 써보려면 딥다이브할 3-4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이 없다."
A사 친구는 PO 출신인데,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미팅이 꽉 차 있다고 했다. AI에 대한 FOMO는 엄청 큰데, 정작 들여다볼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는 상황. 그 와중에 CTO는 테크 리더 슬랙 채널에서 매일 자기가 클로드로 코드 몇 줄 썼는지 공유하면서 엄청 압박 중이라고 한다. 실무진이 "시간이 없어서 못 쓰고 있다"고 하면, "집에 가서 넷플릭스 볼 시간은 있냐"는 식으로 강하게 푸시한다고. 사내 AI 강의는 엄청 많이 열리는데, 역시 들을 시간이 없어서 못 듣는 악순환이라고 했다.
C사 친구는 오픈클로(OpenClaw) 같은 오픈소스 AI를 개인 컴퓨터에 깔아서 써봤는데, 포맷을 안 하고 설치했다가 개인정보 72개가 노출됐다는 알림이 뜨는 걸 보고 바로 삭제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쓰려 해도 딱히 쓸 것도 없어서 결국 안 하게 됐다고.
결국 다들 트리거와 시간이 없어서 이런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근데 그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써본 사람과 안 써본 사람의 차이는 이미 엄청났다.
그 "써본 사람"의 대표가 B사 친구였다. 이 친구는 커서를 거의 비서처럼 쓰고 있었다.
우선 모든 업무 데이터를 로컬에 폴더화해서 잘 정리해 두고, 스케줄을 걸어서 커서가 매일 아침 본인이 해야 할 일만 보고하게 만들어놨다고 한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이 알아서 정리돼서 각 담당자에게 배분되고, 다시 위키에 업데이트되게까지 자동화해놨다. 그것만으로도 일이 엄청 줄어들었다고.
오퍼레이션적인 팔로업 업무도 인상적이었다. 원래 엑셀에 각 나라별로 데이터를 인풋해야 하는 작업이 있었는데, 이걸 예전에는 사람이 다 했다고 한다. 이제는 AI가 다 하는데, 3가지로 구분해서 하라고 시켰다고. 하나는 확실한 것, 하나는 추정치, 하나는 모르면 빈칸. 대신에 이걸 다 색깔로 표시해서 한눈에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해놨다. 최근에는 세무 관련 내용도 그냥 다 때려넣고 "나는 모르겠으니까 내 상황에서 해야 할 것부터 알려달라"고 해서 처리했다고 한다.
이 친구가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출근하면 옆 창에 커서가 켜져 있으면 마음이 너무 든든하다"고. 마치 믿을 수 있는 동료 하나가 항상 옆에 앉아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앞에서 "시간이 없어서 못 쓴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 친구를 보면 결국 한번 시간을 내서 세팅해 두면 이후로는 시간이 오히려 생기는 구조다. 같은 테크 업계에 있어도 이렇게 쓰는 사람과 GPT 챗만 쓰는 사람의 격차가 이미 어마어마하다는 걸 체감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모든 게 좋아질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A사에서는 요즘 주니어들이 PRD(Product Requirements Document)를 그냥 AI로 찍어내다 보니, 내용이 너무 방대해지고 있다고 한다. 18장짜리 PRD가 쏟아지는 상황. 문제는 그걸 하나하나 리뷰하고 캐치해야 하는 시니어 입장에서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AI가 생산성을 높였는데, 오히려 검증 비용이 폭발하는 아이러니. 물론 리뷰 자체도 클로드를 써서 대응하면 되긴 하는데, 앞서 말했듯 아직 딥다이브를 못 한 상태라 거기까지 못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AI로 만들고 AI로 검증하는 시대가 온 건데, 중간에 낀 시니어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었다. 이건 곧 인재상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PRD의 역습 이야기에 이어서, A사 친구가 꺼낸 이야기가 이번 모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본인은 원래 깊게 몰입하고 파고드는 스타일이 강점이었다고 한다. 하나를 파면 끝까지 파는 타입. 근데 요즘은 그 깊은 부분은 AI가 더 잘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고.
오히려 여러 일을 동시에 빠르게 치는 멀티태스킹형, 컨텍스트 스위칭을 잘하는 주니어들이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AI에게 이것저것 던지고, 결과물을 빠르게 판단하고, 또 다른 일로 넘어가고. 그 사이클을 빠르게 돌리는 사람이 AI 시대에 더 맞는 인재상이라는 것이다. 앞서 B사 친구가 커서를 비서처럼 여러 업무에 동시에 쓰고 있던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본인은 컨텍스트 스위칭이 너무 힘든 스타일이라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제는 깊이 파는 스페셜리스트의 시대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깊으면서도 넓게 쳐낼 수 있는 하이퍼 제너럴리스트의 시대로.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ADHD형 인재"가 AI 시대의 인재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깊게 공감한다. 스타트업에 있다 보니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 확인하고 처리할 일이 많지만, 큰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더 다양하고 큰 문제가 많다 보니 결국 비슷하지 않을까. 규모와 상관없이, 깊이보다 넓이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AI를 잘 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AI를 쓰느냐 자체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마침 이틀 전에 터진 사건이 있었다. Anthropic이 CMS 설정 실수로 비공개 자료 3,000여 개가 노출되면서, "Claude Mythos"라는 미공개 상위 모델의 존재가 들통났다. 현재 최상위 모델인 Opus 4.6보다 코딩, 추론, 사이버보안에서 성능이 "극적으로 높다"고 하는데, 사이버 보안 방어 조직 위주로 극소수에게만 접근 권한이 부여된 상태라고 한다. 돈이 있어도 접근 못 하는 모델이 있다는 것이다. 뭔가 권력 같은 느낌.
앞으로는 누가 어떤 AI 모델을 쓰느냐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거 아니냐는 대화로 이어졌다. 차등 AI 슈퍼파워. 같은 프롬프트를 넣어도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퀄리티가 완전히 달라지는 시대에, AI 접근권 자체가 하나의 특권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구독료 차이 정도지만, 점점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느냐도 결국 격차를 만든다.
최근에 한 테크 리더가 자기가 AI로 코딩한 양을 분석해서 공유했는데, 약 한 달간 클로드와 Codex를 번갈아가며 쓴 결과가 시니어 개발자 여러 명이 몇 달간 해야 할 분량이었다고 한다. 코드 변경량만 수만 줄. 혼자서.
이 리더는 모든 엔지니어링 리더들이 벌 수 있는 모든 시간을 최대한 내서 AI 코딩을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팀의 개발자가 어떻게 AI를 써야 잘 쓰는 것인지 알 수 있고, 가이드를 할 수 있고, 그것이 개발 리더로서 업계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OpenAI의 리드 개발자와 많은 석학들이 예측하기를, 올해 말까지 90%의 코드가 AI로 만들어질 것이며, 내년 말이면 거의 모든 조직에서 100% AI로만 코딩하게 될 거라고 한다.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Harness Engineering이 필수라고. 앞에서 A사 친구가 "시간이 없어서 못 쓴다"고 했는데, 이 데이터를 보면 시간이 없다는 게 더 이상 변명이 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러면 결국 AI를 잘 쓰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마지막으로 나온 이야기는 그보다 더 본질적이었다. 조수용(카카오 전 대표)의 책 이야기가 나왔는데, 핵심 메시지는 이거였다. AI로 생산이 모두 상향평준화가 되면, 결국 유일하게 차별화되는 건 매력 있는 사람과 퍼스널 브랜딩뿐이라는 것. 그래서 결국 모두가 연예인화를 지향하거나, 아니면 매력적인 IP를 손에 쥐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잘 되는 콘텐츠의 기준도 인상적이었다. "받는 사람이 너무 고마워서 미안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바보가 아니라서 결국 진정성의 문제이고, 쓰는 사람도 "내가 돈 주고 볼 만한 정보"를 줘야 바이럴이 되고 결국 다 돌아온다는 이야기.
래퍼 팔로알토의 유튜브 채널 중에 AI 음악에 대해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인터뷰한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음악도 퀄리티만 보면 AI가 굉장히 잘 만든다. 우리가 이미 유튜브에서 AI 편곡 리믹스를 큰 거부감 없이 잘 즐기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은근히 음악을 들으면서 어느 아티스트가 어떤 서사로 이런 음악을 만들게 됐는지, 그 스토리를 같이 듣는다. 노래 자체가 잠깐 유행처럼 틱톡에서 뜬 적은 있지만, 결국 그 아티스트의 색깔과 스토리에 매료되어서 팬이 되고 더 그 음악에 몰입이 되는 거다.
최근에 쇼미더머니를 보면서도 느낀 건데, 노래도 너무 좋지만 그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올라오면서 여러 번의 탈락 위기 속에 이겨나가는 그 성장 스토리가 노래의 몰입도를 엄청 키운다고 생각했다. 만약 1화부터 그냥 계속해서 공연 무대만 보여줬다면 사람들이 그 음악을 그렇게 좋아했을까?
결국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개개인의 서사고 스토리다.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업계에서는 말하지만, 더 쉽게 말하면 우리 모두가 연예인화를 지향하고, 내가 그런 끼가 없다면 최소한 그런 IP를 만들어서 키워가는 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되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미래에도 조직에서 찾고, 또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모임은 늘 그렇듯 AI 이야기로 시작해서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근데 결국 다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시간이 없어서 AI를 못 쓰는 것도, ADHD형 인재가 주목받는 것도, AI 모델 접근권이 계급이 되는 것도, 서사가 있는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것도. 결국 어떤 조직과 환경에 있느냐,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움직이느냐의 문제였다.
요즘 클로드 블루 커뮤니티 행사를 한번 열어볼까 고민 중이다. 각자의 도메인에서 AI를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 유즈케이스를 공유하고, 동시에 솔직하게 요즘의 클로드 블루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자리. 사실 AI를 잘 쓰는 법은 콘텐츠가 너무 많고 좀 지겹기도 하다. 오히려 각자 솔직하게 불안과 FOMO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 의식 같은 게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와이프랑 저녁 먹으면서 나온 이야기인데, 요즘 다 서울에 젊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지방에 사람이 정말 없다고 한다. 막상 젊은 사람이 지방에 가서 할 일도 없고. 채소나 과일이 다 비싼 것도 결국 지방에서 농업이 많이 죽어가고 있어서일 텐데, 이런 건 온전히 AI로만 대응하기 힘든 문제다. 전편 "AI 말고 세상을 바꿀 미친 아이디어" 글의 연장선이기도 한데, 주말에 자주 지방으로 봉사를 가서 실제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AI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시장조사 겸 해볼까도 고민하고 있다. AI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AI 밖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계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