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 클로드
*Lenny's Podcast x Marc Andreessen 인터뷰 분석*
오늘도 회사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얘기를 나눴다. 모두가 AX를 외치고 우리도 엔터프라이즈 AX를 돕고 있는데, 우리는 진짜 AI-native 기업이 맞을까? 올해 초 1달간 매주 목요일을 전 직원이 클로드 코드를 쓰면서 AI 업무 내재화를 이빠이 하면서, 분명 개개인의 AI 활용도는 눈에 띄게 빠르게 발전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내부적으로 목표 달성을 했다고 판단하고 그 이후로 그런 액티비티를 중단했다. 물론 그때 만들어진 습관 덕분에 모든 직원들이 깃에서 커밋을 날리고 개발자 없이도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MVP를 만들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조직 전체가 AI-native가 되는 것이 진짜 과제다. 안 그래도 곧 엔터프라이즈 AX 세미나를 앞두고 있었고, 여러 해외 컨설팅사의 사례를 얘기하는 것보다 우리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얘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데, 그래서 우리는 진정으로 AX 내재화를 한 건지부터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이다.
우리가 올해 1월부터 적극적으로 AI를 쓰면서 토큰도 아낌없이 쓰고 여러 AI 툴도 도입해서 쓰고 있는데, 그래서 실제로 눈에 띄는 정량적 성과를 만들었냐고 하면, 트래킹을 못해서인지 아니면 아직은 과정이라서 그런지 그게 눈에 잘 안 보였다.
결과론적으로는, 말했다시피 개개인의 AI 역량과 숙련도는 올랐지만 이걸 아직 기업 전체에 녹이지는 못했다. 단도직입적으로 13명이 있는 팀에서 각자 10명분씩, 총 130명 규모의 기업에서 만드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새로 잡는다면, 우리가 개인의 업무를 단순히 더 자동화하고 확장하는 것 이상으로 모두의 소통과 협력의 기술까지 향상시키는 것까지 목표할 수 있었다. 기업은 1+1=2가 아닌 1+1=5를 만들어야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AI 시대에서는 단순히 기업 내 팀원들의 협력뿐만 아니라 각자의 JD와 포지션까지 모두 재정의하고, 회사의 의사결정과 회의 방식들도 다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까지 거기는 논의 중에 있다.
나같은 경우에도 회사의 글로벌 그로스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보통 미국과 싱가포르 정도만 겨우 커버할 수 있었는데, AI를 통해서 인도와 일본까지 확장하려고 뻗고 있다. 사실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근데 만약 내가 2-3인분이 아닌 10인분을 해야 한다고 하면, 아예 사고방식을 바꿀 것 같다. 애초에 내가 유럽의 5개국, 아프리카의 5개국, 남미의 5개국씩 더 챙겨야 한다고 했으면 아예 액션 아이템도 달랐을 것 같고.
내가 회사에서 얘기했던 것은 클로드 블루 블로그에서도 썼지만, 우리가 AI를 잘 쓰고 있어서 별로 병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우리가 잘 쓰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란 인간이 병목이 될 정도로 AI를 빡세게 굴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아무튼 이렇게 실리콘밸리의 최신 AI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웬만하면 길을 걷거나 주말에 운동을 할 때 미국 스타트업 팟캐스트를 들으려고 한다. 그중 a16z의 마크 앤드리슨이 Lenny's Podcast에 나온 인터뷰를 들었는데, 이분은 딕션이며 카리스마며 아주 무서운 교장선생님 같은 포스다 (칭찬이다). 거의 2시간짜리 인터뷰인데 절반 이상 듣다가 너무 길어서 AI에게 요약을 부탁했는데, 모든 문장이 다 너무 중요하고, 뿐만 아니라 오늘 얘기한 AI-native 조직과 미래와 일에도 너무 일맥상통하다 보니 블로그로 적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인터뷰 내용으로 들어간다.
1. AI와 인구 감소의 "기적적 타이밍"
AI 없이는 경제 위기에 빠졌을 것 — 50년간 기술 변화가 느린 상태에서 인구 성장까지 둔화
AI와 로봇이 정확히 필요한 시점에 등장. 남은 인간 노동자는 프리미엄이지 할인이 아님
AI는 "현자의 돌" —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모래/실리콘)을 가장 희귀한 것(사고력)으로 전환하는 기술
2. AI 시대의 교육과 초능력 개인
"초능력 개인" 개념: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생산성이 2배가 아니라 10배, 100배로 도약
최고의 코더들이 이미 이를 경험 중 — "갑자기 예전보다 10배 잘하게 됐다"
자녀 교육의 핵심: 어떤 분야에 깊이 들어가되, AI의 힘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포지션에 놓는 것
T자형 인재보다 "깊이 있는 전문성 + AI 활용 능력"이 더 중요해짐
3.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 점진적이지만 긍정적
역사적으로 기술 혁명(ATM→은행 직원 증가, 자동화→제조업 일자리 변형)을 보면 기술이 직업을 없앤 적은 거의 없음
직무(task)는 바뀌지만 직업(job) 자체는 살아남음
AI가 빠르게 발전해도 규제·조직 관성·법적 책임 문제로 실제 적용은 점진적
의사, 변호사 같은 규제 직종은 "AI가 대체"하기까지 수십 년 걸릴 것
핵심: 인간은 여전히 감독·판단·책임의 역할을 맡게 됨
4. 코딩을 배워야 하는가?
절대 예스. 코딩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기술
AI가 코드를 작성해주더라도 "무엇이 좋은 코드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수
"자동 조종"으로 AI에 맡기면 평범한 결과, "직접 깊이 이해하며 AI 활용"하면 천재적 결과
프로그래머의 생산성이 10~1000배 올라가는 것이지, 프로그래머가 필요없어지는 것이 아님
5. AI 네이티브 창업의 3단계
1단계 — 제품 재정의: AI를 기존 제품에 추가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 창출
2단계 — 조직 재정의: "창업자 1명 + AI = 전체 회사" 모델. 엔지니어, 디자이너, 마케터 없이 창업자 혼자 모든 역할을 AI로 수행
3단계 — AI가 회사를 운영: 창업자가 AI 에이전트로 된 "회사"를 운영. 인간 직원 0명으로 시작해서 필요 시에만 채용
가장 최전방 창업자들은 이미 3단계를 실험 중
6. VC 투자 기준의 변화
전통적 VC: "이 시장이 충분히 큰가? TAM이 얼마인가?"
현재 a16z: TAM 분석을 거의 하지 않음 — AI 때문에 모든 시장의 크기 자체가 예측 불가
대신 "이 창업자가 세상을 바꿀 만큼 야심차고, 실행력이 있는가?"에 집중
Peter Thiel의 "확정적 낙관주의(determinate optimism)" —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태도가 핵심
"비확정적 낙관주의"(미래가 좋아질 거라고 막연히 믿는 것)보다 확정적으로 만들어가는 사람에 투자
7. 소프트웨어는 아직도 세상을 먹고 있는 중
2011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고 있다"고 했을 때 실제 소프트웨어 비중은 GDP의 5% 수준
지금도 여전히 5% 정도 — 아직 95%가 소프트웨어화되지 않음
AI로 인해 나머지 95%가 비로소 소프트웨어화될 수 있음 → 진짜 붐은 이제 시작
8. 번아웃과 일에 대한 관점
Andreessen 본인은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음 — "일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
번아웃은 보통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발생
일과 삶의 균형보다는 "일 자체에서 의미와 재미를 찾는 것"이 더 지속 가능
조언: 자신이 진정으로 즐기는 일을 찾으면 번아웃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됨
시사점
창업자에게: AI를 활용해 1인 운영 모델을 최대한 밀어붙이되, 깊이 있는 전문성(도메인 지식)이 차별화 요소
제품 빌더에게: 기존 제품에 AI를 추가하는 것(1단계)을 넘어, 조직 구조 자체를 AI로 재설계하는 것(2~3단계)을 고려
커리어 관점: AI 도구에 의존하되 "자동 조종"에 맡기지 말 것 — 깊이 이해하며 활용하는 사람이 초능력 개인이 됨
투자자/사업 관점: TAM보다 창업자의 확정적 낙관주의와 실행 속도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
마크 앤드리슨은 웹 브라우저를 발명하고, 세계 최대 벤처 캐피탈 a16z를 세운 인물이다. 2011년에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는 유명한 테제를 내놓았고, 10년 안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50억 명이 될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60억 명이 됐다. 틀리는 것도 많다고 본인이 말하긴 했지만, 맞추는 것도 상당히 많이 맞추는 사람이다.
앤드리슨은 이번 인터뷰에서 AI를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이라고 불렀다. 뉴턴이 평생 집착했던 연금술의 핵심은 흔한 것(납)을 귀한 것(금)으로 바꾸는 기술이었는데, 뉴턴은 끝내 해내지 못했다. 그런데 AI가 바로 그것을 해내고 있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인 모래(실리콘)를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것인 사고(thought)로 바꾸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2025년이 자기 커리어와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해였다고 했고, 2026년은 그걸 넘어설 거라고 했다. 웹 브라우저를 만들고 닷컴 버블을 겪고 스마트폰 혁명을 본 사람이 "지금이 가장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앤드리슨이 지적한 가장 반직관적인 사실이 있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엄청난 기술 변화 속에 살고 있다고 느꼈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경제에서의 기술 진보는 매우 느렸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기술의 경제적 영향을 "생산성 성장률(productivity growth)"로 측정하는데, 미국의 생산성 성장률은 1940-1970년 대비 절반, 1870-1940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체감상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둔화된 것이다.
여기에 인구 감소까지 겹쳤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출산율이 대체 수준(2.0) 이하로 떨어지고 있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향후 100년간 인류가 실제로 감소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앤드리슨의 핵심 포인트는 이거다. "AI가 없었으면 지금 우리는 경제가 어떻게 될지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기술 진보도 느리면 경제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확히 그 시점에 AI가 등장했다. 앤드리슨은 이 타이밍이 "기적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AI와 로봇이 정확히 필요한 시점에 그것을 갖게 된 것이고, 남아 있는 인간 노동자는 할인이 아니라 프리미엄이 된다는 것이다.
피터 틸(Peter Thiel)과의 유명한 논쟁도 언급했다. 당시 앤드리슨은 "기술 진보는 계속된다"고 주장했고 틸은 "아니다, 멈췄다"고 했는데, 앤드리슨은 지금 와서 틸의 관점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고 했다. 틸이 말했던 것은 "비트(bits)에서는 진보가 있었지만 원자(atoms)에서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1960년대에 지은 건물, 1930년대에 지은 다리, 1910년대에 지은 댐이 아직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새로운 도시는 어디에 있는가. 캘리포니아 고속철도는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물리적 세계의 진보는 확실히 멈춰 있었다.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우려에 대해 앤드리슨은 명쾌하게 반박했다.
"모두가 job loss를 얘기하고 싶어 하지만, 진짜 봐야 하는 건 task loss다." 경제학에서 직업(job)은 태스크(task)의 묶음이다. 기술이 바뀌면 태스크가 바뀌는 것이지, 직업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든 예시가 아주 직관적이다. 1970년대 임원은 타자기나 컴퓨터를 직접 쓰지 않았다. 비서에게 메모를 구술하면 비서가 타이핑해서 보냈다. 이메일이 등장하자 비서의 태스크가 바뀌었다. 비서가 이메일을 받아서 프린트하고, 임원이 종이에 답변을 휘갈기면 비서가 다시 타이핑해서 보냈다. 지금은 임원이 직접 이메일을 쓴다. 비서의 직업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태스크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비서는 출장 기획, 이벤트 조율 등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 오히려 임원의 태스크가 확장되어서, 예전에는 절대 하지 않았던 사무 업무를 직접 하고 있다.
AI 시대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 거라는 것이다. 코딩, PM, 디자인 모두의 태스크가 바뀐다. 직업은 태스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설령 AI가 생산성을 3배로 올린다 해도, 그건 1870-1930년의 경제 변화율과 같은 수준이다. 그 시대를 기록한 문서를 읽어보면, 사람들은 세상이 기회로 가득 차 있다고 느꼈다. 아이들은 새로운 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사는 현대 세계의 대부분이 바로 그 시기에 발명되고 확산된 것이다.
PM, 엔지니어, 디자이너. 테크 기업의 핵심 세 역할에 대해서 앤드리슨은 "Mexican Standoff"에 비유했다. 존 우 감독의 영화에서 세 명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상황이다. 모든 코더가 이제 자기도 AI로 PM과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PM이 AI로 코딩과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디자이너가 AI로 코딩과 PM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짜 아이러니는, 이 세 역할 모두가 "AI가 매니저 역할도 더 잘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라는 점이다. 총구가 조직도 위쪽으로도 향하게 되는 것이다.
앤드리슨이 흥미롭다고 한 건 이들이 실제로 다 맞다는 거다. AI는 지금 꽤 좋은 코더이고, 꽤 좋은 디자이너이고, 꽤 좋은 PM이다. 적어도 각 직무의 많은 태스크를 처리할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똑같은 Mexican Standoff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감독은 "AI가 대본 쓰고 연기도 하니까 작가와 배우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작가는 "AI가 연출하고 연기하니까 감독과 배우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배우는 "AI가 대본 쓰고 연출하니까 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테크와 할리우드의 구조가 동일한 삼각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AI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 층위가 있다고 했다.
첫째, 괜찮은 사람을 매우 괜찮게 만드는 것.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AI를 쓰면 훨씬 잘 쓰게 되고, 코드를 짤 줄 아는 사람이 AI를 쓰면 훨씬 잘 짜게 된다. 전체적인 평균이 올라가는 효과다.
둘째, 정말 뛰어난 사람을 경이적으로 뛰어나게 만드는 것. 앤드리슨의 친구 중 정말 잘하는 코더들은 이미 이걸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내가 예전보다 2배가 아니라 10배 잘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그가 말하는 "super-empowered individual"이다.
스콧 애덤스(Scott Adams)의 유명한 커리어 조언도 언급했다. 딜버트(Dilbert) 만화의 창작자인 애덤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꽤 괜찮은 만화가일 수도 있었고, 꽤 괜찮은 비즈니스맨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만화가였기 때문에 딜버트를 만들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만화가라도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딜버트를 그릴 수 없었고,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맨이라도 만화를 그리지 못하면 딜버트를 만들 수 없었다.
앤드리슨은 이걸 더 확장했다. 두 가지를 잘하면 효과는 2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고, 세 가지를 잘하면 효과는 3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다. 영역의 조합에서 초특급 전문가가 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작가 겸 감독인 사람을 "오퇴르(auteur)"라고 부르는데, 이 사람들이 업계를 진짜로 움직이는 창작자다.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도 비슷한 표현을 썼다고 한다. "대체 가능하지 마라(Don't be fungible)." 코더만 되거나 디자이너만 되면 교체 가능한 부품이 된다. 하지만 코딩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PM도 하는 사람은 대체 불가능하다.
Lenny가 이걸 듣고 "T-shape(한 분야에 깊고 나머지는 넓게)인가요?"라고 물었더니, 앤드리슨은 한 발 더 나갔다. "옆으로 누운 E"라고 했다. 하나의 깊은 전문성에 두세 개의 수평적 역량이 달린 형태. 그리고 AI가 바로 그 수평 확장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AI 시대에도 코딩을 배워야 하느냐"는 질문에 앤드리슨은 단호하게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가 풀어낸 코딩의 역사가 인상적이다. "Calculator(계산원)"라는 단어의 원래 뜻을 아느냐고 물었다. 원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전자 계산기나 컴퓨터가 없던 시절, 보험회사나 군대에서 수학 계산이 필요하면 큰 방에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앉혀놓고 수작업으로 계산을 시켰다. 그 사람들의 직함이 "calculator"였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최초의 컴퓨터는 1과 0의 기계어(machine code)로 프로그래밍했다. 그다음에 어셈블리 언어가 나왔고, 앤드리슨이 성장할 때는 C 언어가 중심이었다. 그 후에 JavaScript, Python 같은 스크립팅 언어가 등장했다. 그때도 "스크립팅은 진짜 코딩이 아니다"라는 논쟁이 있었다. 진짜 프로그래머는 C로 코드를 컴파일하고 메모리 관리를 직접 해야 하는데, 스크립팅은 편법이라는 거였다. 물론 답은 "아니다, 스크립팅도 진짜 코딩이다"였고, 지금 대부분의 코딩은 스크립팅 언어로 이루어진다.
AI 코딩도 같은 맥락이다. 스크립팅 언어가 그 아래 다섯 단계의 디테일을 추상화한 것처럼, AI 코딩은 스크립팅 코드를 작성하는 과정 자체를 추상화한다.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들은 이미 브라우저 10개를 띄워놓고 AI 코딩 봇 10개를 동시에 돌리면서, 이 봇에서 저 봇으로 옮겨다니며 결과를 검토하고 디버깅하고 방향을 수정한다. 프로그래머의 일이 "코드를 직접 쓰는 것"에서 "AI 봇과 논쟁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코드를 직접 쓸 줄 모르면, AI가 내놓은 결과를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여전히 어셈블리와 기계어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거다. AI 코딩에 그냥 맡기면 무한한 양의 평범한 코드가 나온다. 하지만 깊이 이해하면서 AI를 활용하면 천재적인 결과가 나온다. 차이는 거기서 갈린다.
앤드리슨의 10살 아들 이야기도 나왔다. 아들이 Replit에서 바이브 코딩에 완전히 빠져 있다고 한다. 저녁 식사 시간에 2시간 동안 AI와 논쟁하면서 게임을 만든다고. 앤드리슨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AI가 코드를 써주는 건 좋지만, 그 코드가 왜 작동하고 왜 안 작동하는지 네가 직접 이해해야 한다." 스크립팅 언어를 쓰는 사람도 결국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앤드리슨은 아들을 홈스쿨링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그의 관점이 명확했다.
교육학에서 수세기 동안 알려진 사실이 있다. 개인 교육의 이상적인 방식은 1:1 튜터링이다. "Bloom's 2 Sigma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이 있는데, 1:1 튜터링은 학생의 성과를 표준편차 2만큼 올려서, 50 퍼센타일의 학생을 99 퍼센타일로 끌어올린다. 역사상 모든 왕실과 귀족 가문이 이걸 알았다. 알렉산더 대왕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개인 교습을 받았다.
문제는 경제적 현실이었다. 1:1 튜터링은 사회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AI가 이걸 대중화할 수 있게 됐다. 아이가 뭔가에 관심이 있으면 LLM에게 무한히 질문할 수 있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이거 가르쳐줘"라고 하면 가르쳐주고, "좀 더 쉽게 설명해줘"라고 하면 수준을 낮춰주고, "이제 나한테 퀴즈 내줘"라고 하면 시험을 봐준다. 이게 지금 당장 가능하다.
앤드리슨은 부모들에게 하이브리드 접근을 제안했다. 아이가 여전히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을 거치되, AI 튜터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Alpha라는 새로운 사립학교가 이미 이 철학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대면 수업과 교사가 있지만, AI와 AI 튜터링을 핵심 축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앤드리슨이 가장 강조한 포인트 중 하나가 이거다. 사람들이 AI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AI에게 "일"을 시키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I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도 똑같이 강력하다. "나는 코더인데, PM이 되는 법을 가르쳐줘." AI는 기꺼이 그걸 해준다. 과제를 내주고, 결과를 평가해주고, 부족한 점을 짚어준다. 그게 AI가 당신을 위해 일하는 것만큼 강력한 기능이라는 거다.
"커리어를 정말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은, 내 생각에는 지금 시점에서 모든 여유 시간을 AI와 대화하는 데 쓰면서 '나를 훈련시켜줘, 나를 super-empower 해줘'라고 해야 한다."
Lenny도 팁을 공유했다. 하나는 AI 에이전트가 작업하는 과정을 그냥 지켜보는 것이다.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에이전트가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관찰하면 아키텍처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또 하나는 문제에 막혔다가 해결했을 때, AI에게 "내가 뭘 다르게 말했으면 이 에러를 처음부터 피할 수 있었을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앤드리슨은 가장 선도적인 창업자들이 세 가지 층위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1단계는 제품 재정의다. AI가 기존 제품에 기능으로 추가되는 것인가, 아니면 제품 카테고리 자체를 뒤집는 것인가. 예를 들어 Adobe Photoshop에 AI 이미지 편집이 추가되는 것과, 아예 이미지를 편집하지 않고 AI로 새로 생성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편집보다 생성이 더 쉬우면, 40년 된 포토샵 프랜차이즈의 존재 이유가 흔들린다.
2단계는 조직 재정의다. 100명의 코더가 필요했던 회사에서, AI로 super-empower된 코더 10명으로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100명을 두되 10배의 성과를 낼 것인가. 이건 바로 우리 회사가 오늘 논의한 그 질문이다.
3단계는 회사 자체의 재정의다. 창업자 한 명이 AI 봇 군대를 지휘하면서 모든 것을 하는 회사를 상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 오랫동안 쫓아온 성배가 있다. "1인 10억 달러 기업." 비트코인의 사토시 나카모토가 그걸 해냈다. 이더리움도 아주 소수의 팀으로 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도 아주 작은 팀으로 거대한 성과를 냈다. AI 시대에는 이게 더 현실적이 되고 있다. 가장 선도적인 창업자들은 이미 3단계를 실험하고 있다고 했다.
AI 분야의 해자(moat)에 대해서 앤드리슨은 놀랍도록 겸손했다.
그의 경험상, 정말 큰 기술 전환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초반에 엄청난 확신을 가지고 예측을 한다. "이런 회사가 이길 거다, 저런 회사는 적응 못 할 거다, 해자는 여기에 있다." 미디어는 당연히 확정적 답변을 선호한다. 하지만 몇 년 후에 돌아보면, 그 예측들의 거의 대부분이 상당히 크게 틀렸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인터넷에 대한 확신에 찬 예측들을 지금 다시 읽어보면 거의 다 틀렸다고 했다.
AI 모델의 방어력도 양쪽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쪽에서 보면, 수십억 달러의 투자, 희소한 엔지니어, 막대한 컴퓨팅 리소스가 필요하니까 2-3개 회사가 과점할 것 같다. 반대편에서 보면, ChatGPT가 나온 지 1년 반 만에 미국에서 5개 회사, 중국에서 5개 회사, 그리고 오픈소스까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내놓았다. 마법처럼 보였던 것이 엄청나게 빠르게 범용화된 것이다. DeepSeek은 중국의 헤지펀드에서 나왔는데, 미국 빅랩의 아이디어를 재구현하면서 자체 혁신까지 더했다.
Claude Code와 Cowork의 사례도 언급했다. Anthropic이 Claude Code로 Cowork를 1주 반 만에 만들었다고 발표했는데, 앤드리슨은 두 가지 시각으로 봤다. 하나는 "AI가 1주 반 만에 제품을 만들다니 놀랍다." 또 하나는 "1주 반 만에 만들어진 것에 얼마나 큰 진입장벽이 있겠는가." 모든 다른 모델 회사가 당연히 에이전트를 만들고 일반인용 제품을 만들 것이다. 6개월 후에 Claude Code가 GitHub Copilot처럼 추월당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술 한두 잔 하면서 솔직하게 얘기하면, "빅랩들 사이에 진짜 비밀은 별로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같은 정보, 같은 지식을 가지고 서로를 정기적으로 추월하지만, 독점적인 무언가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앤드리슨의 결론은 명확했다. "5년 후 업계 구조가 어떻게 될지, 어떤 회사가 이길지, 킬러 앱이 뭔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이 시점에서 유연하고 적응력 있게 행동하는 게 훨씬 나은 시간 활용이다."
앤드리슨은 투자 철학에 대해 피터 틸의 프레임워크를 인용했다. 틸은 2x2 매트릭스를 제안했다. 낙관/비관, 그리고 확정적/비확정적. 틸이 보기에 실리콘밸리에는 "비확정적 낙관주의"가 너무 많다. 세상이 좋아질 거라고 믿지만 왜 좋아질지는 설명 못 하는 것이다. 틸이 원하는 건 "확정적 낙관주의"다. "내가 이 구체적인 것을 만들 거니까 세상이 좋아진다"는 태도.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전기차, 태양광, 화성. 매우 구체적이다.
앤드리슨은 자신을 확고하게 "비확정적 낙관주의자"라고 분류했다. 틸과 여기서 의견이 갈린다고 했다. 앤드리슨이 보기에 비확정적 낙관주의는 단순한 희망사고가 아니다. 일론 같은 확정적 낙관주의자가 1명만 있는 게 아니라 100명, 1000명, 10000명이 있는 시스템이 바로 실리콘밸리라는 것이다. 개별 창업자는 확정적 낙관주의자여야 한다. 하지만 그 위에서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은 실험을 돌리고 가능한 한 많은 똑똑한 사람이 흥미로운 시도를 하도록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역사가 기억하는 건 창업자지 시드 투자자가 아니라고 했다. 헨리 포드를 기억하지, 포드 자동차에 시드를 넣고 다른 10개 자동차 회사에서 실패한 투자자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공로의 99.9999%는 확정적 낙관주의자인 창업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AGI에 대해 앤드리슨은 두 가지 정의를 구분했다.
"우주적 정의"는 싱귤래리티다. AI가 자기 자신을 개선하는 순환 고리에 들어가서, 인간의 판단이 더 이상 의미 없어지는 세계. 앤드리슨은 "우리가 그런 세계에 살 만큼 운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용적 정의"는 AI가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모든 태스크를 인간만큼 잘하는 시점이다. Anthropic의 공동 창업자는 이걸 "가장 가치 있는 경제적 태스크 10-15개의 바스켓"으로 좁혀서 정의했다고 한다. 이 기준으로는 이미 거의 도달했거나 곧 도달한다.
앤드리슨이 더 흥미롭다고 본 건 그 너머다. 인간의 IQ는 생물학적으로 약 160에서 한계가 있다. 아인슈타인 수준이다. 140이면 세계적 연구자나 베스트셀러 작가, 130이면 정말 좋은 변호사, 110이면 좋은 관리자, 105면 소규모 사업 회계사 정도다. 인간이 지적으로 인상적인 일을 하는 범위는 대략 110에서 160 사이다.
하지만 AI에는 그런 생물학적 한계가 없다. 현재 AI 모델은 130-140 수준으로 테스트되고 있고, 수학 분야에서는 160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앤드리슨은 곧 160, 180, 200, 250, 300 수준의 AI가 나올 거라고 했다. "아인슈타인이 더 많으면 세상이 더 나아지느냐 나빠지느냐? 당연히 나아진다. 아인슈타인보다 똑똑한 기계가 있으면? 당연히 나아진다."
"인간 수준(human equivalent)"이라는 개념은 그냥 각주가 될 거라고 했다. "아, 그래 2026년 화요일에 그 수준을 넘었지." 그 이후의 질문이 훨씬 중요하다.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를 손끝에 두고 사는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앤드리슨의 미디어 소비 전략도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의 전략을 "거의 완벽한 바벨(barbell) 전략"이라고 불렀다. 한쪽 끝은 X(트위터)로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본다. 다른 쪽 끝은 50년 이상 된 오래된 책을 읽는다. 시간의 검증을 통과했으니 그 안에 시대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 즉 신문, 잡지 같은 것에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지난주 금요일 신문을 다시 읽어보면, 예측한 것 중 거의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잡지는 더 심하다. 발행 주기가 일주일에서 한 달이니, 기사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오래된 정보다.
대신 그가 아직도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본 것은 "현장의 실무자가 직접 만드는 콘텐츠"다. Substack 뉴스레터, 팟캐스트가 바로 그런 채널이다. 해당 분야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직접 설명하는 것의 가치가 엄청나다고 했다. 물론 자기 제품을 파는 측면이 약간 있지만,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자기가 하는 일을 설명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기를 원한다고 했다.
사실 이번 블로그를 쓰게 된 계기가 팟캐스트만은 아니다. 나의 고민은 AI 말고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글로벌 사고다.
나도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왔지만, 오랫동안 한국에서 생활하고 일하면서 어쩔 수 없이 더 한국인화가 됐다. 아무리 SNS나 유튜브를 영어로 소비하려고 하지만, 평소에 한국어를 쓰고 한국인 직원과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고방식도 한국화된다.
우리 회사가 유니콘이 되고 글로벌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결국 단순하게 글로벌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현실적으로 우리 팀은 모두 한국인이다. 이 괴리감이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병목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그래서 지난주에 두 개의 모임에 참석했다. 하나는 실리콘밸리 출신인데 서울, 도쿄, 상하이를 오가면서 사업을 하는 미국인 창업가 친구가 운영하는 영어 커피 모임이었다. 커피를 같이 마시는 거지 주제는 AI다. 이 모임을 통해서 한국에서도 AI 분야에서 꽤 적극적으로 사업을 하시면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글로벌 인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같은 마인드로 모이다 보니, 첫 만남이지만 오히려 더 편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날 저녁에는 실리콘밸리 미국 금융 상장사에서 PM으로 일하다가 최근에 퇴사하고, PM을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모임을 주최하고 있는 친구의 친구를 만나러 갔다. 강남역을 걸으면서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있는지 놀랐고, 행사에 도착하니까 테크 업계의 교포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호주, 인도 등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미국에 있을 수 없는데, 그 글로벌 사고라는 병목을 가장 크게 느낄 때, 한국에서 은근히 미국에 있는 것처럼 글로벌 커뮤니티와 문화를 조성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꼈다.
AI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어쨌든 내 뇌에 AI를 박지 않는 이상 AI는 내 사고를 바꿀 순 없다. 그런데 그걸 꽤 쉬운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벌 커뮤니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그리고 앤드리슨이 말했듯이 "모든 여유 시간을 AI에게 나를 훈련시키는 데 쓰는 것." 이 두 가지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AI가 나를 super-empower 해줄 수 있지만, 내가 먼저 super-empower 되고 싶다는 의지와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