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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Oct 24. 2019

IT 기업 전략팀을 퇴사하고 느낀 9가지

Written by 클래미

며칠 전 전략팀으로 근무했던 IT 회사에서 퇴사를 했다. 첫 직장으로서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였기에 (친한 지인도 있고) 더욱 의미가 큰 것 같다. 아무튼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고 조직장과 면담을 나눈 후 마무리를 짓고 나왔다.


좋은 회사를 나오게 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전에 내가 지난 1년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자 한다. 누가 미리 알려줬다면 좋았을 뻔했기에 곧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싶다.




IT기업 전략팀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3가지

(1) 핵심만 요약하여 쉬운 언어로 전달한다 (= 의견을 초반에 제시하고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한다)

(2)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적인 흐름을 따른다 (= 느낌이나 생각 말고 직관적인 숫자나 비교로 설명한다)

(3) High-level 사고를 갖는다 (= CEO에게 작은 기능 개선이 아닌 큰 사업 계획을 전달한다 생각한다)


회사라는 곳을 다니면서 느낀 3가지

(4) 신규 입사자를 위한 교육체계가 부족하다 (= 알아서 배우고 살아남아야 한다)

(5) 분위기, 문화 등 팀바팀이다 (= 조직장의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6)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 처음에 많이 외로울 수 있다)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느낀 3가지

(7)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 바닥난 열정만큼 괴로운 것이 없다)

(8) 인생 계획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 상관없을 법한 기회라도 항상 가까이한다)

(9) 커리어보다 중요한 게 많다 (= 회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며 가족, 연인, 친구 관계를 소중히 한다)




IT기업 전략팀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3가지

(1) 핵심만 요약하여 쉬운 언어로 전달한다

[핵심 요약] 회사에서는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과장이 아니고, 결국 전달 방법에 따라 결과물의 퀄리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며칠 밤낮으로 작업한 보고서지만, 상사 입장에서는 몇 개의 보고서를 동시다발적으로 읽고 수많은 의사결정을 판단해야 한다. 즉, 내 보고서를 읽을 시간이 결코 많지 않기 때문에, 결과를 초반에 제시하여 전체 보고서를 읽지 않아도 핵심 포인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3줄 요약 방법

ㄴ 배경 Situation: 현황 설명. 예) 시장 규모는 XX원이며, 최근 5년간 XX%의 성장률을 달성함

ㄴ 전개 Context: 문제의 발판. 예) 시장이 매력적이기에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우리 회사의 점유율에 위협을 받고 있음

ㄴ 결과 Result: 취해야 하는 행동. 예) 차별화 점을 모색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및 업계 1위 목표

[쉬운 언어] 나야 여러 조사를 하면서 배우고 내용이 익숙해졌겠지만, 아무리 상사라도 모든 용어와 개념을 알지 못한다. 때문에, 전문 용어를 남발하는 것이 아닌 어린아이한테 말하듯이 쉬운 언어나 비유를 활용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2)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적인 흐름을 따른다

[데이터 기반] 의견을 제시한다면 뒷받침되는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근거가 실제 데이터에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추측에 불과하다. 때문에, 신빙성 있는 자료(정부 기관, 뉴스 매체, 컨설팅 업체, 업계 전문가 등)를 통해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아무리 상사의 촉이 뛰어나도 숫자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기 때문이다.

[논리적 흐름] 숫자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초반에 가설과 논리적인 흐름을 세우고 검증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데이터를 연결 지으면서 가설과 팩트를 구분하여, 논리적 비약이 없도록 주의한다. 결국, 흐름이 깨지면 보고서의 신뢰도와 의미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3) 얇고 넓은 High-level 사고를 갖는다

전략팀은 큰 사업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부서이다. 따라서, High-level 사고를 갖고 실제로 창업자의 입장에서 사업 계획서를 써 듯이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큰 그림이란, 시장의 규모와 성장률, 그리고 주요 플레이어의 실적, 특징, 성공 요인 등을 파악하여 전체 사업의 현황과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지도를 볼 때 각 나라의 수도와 주요 도시만 우선 보이는 것처럼, 서비스의 세세한 기능 등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초점을 둔다면 오히려 큰 그림을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얼마나 딥하게 파고들지 판단하는 것도 능력이며, 조사의 scope는 상사랑 상담을 통해 싱크를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업무를 주는 상사도 결과물을 보기 전에 가늠이 잘 안 가기 때문에 자주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라는 곳을 다니면서 느낀 3가지

(4) 신규 입사자를 위한 교육체계가 부족하다

신규 입사자로서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들어가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아주 체계적인 온보딩 교육을 시행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 회사의 비전, 연혁, 각 부서의 역할 정도 설명하고, 실제로 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하나씩 물어보고 인계받으면서 시도한다.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도 온보딩 세션 때 회사의 비전과 복리후생 부분을 반나절 정도 알려주고, 실제로 업무를 배우는 것은 회사 내 멘토를 직접 만나서 면담을 갖거나 위키와 같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 혼자서 배운다고 한다. 그만큼 회사란 알아서 배우고 살아남아야 하는 척박한 환경이다.


(5) 분위기, 문화 등 팀바팀이다

입사 전 회사에 대해 주변 사람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수소문한다. 하지만, 회사가 클수록 각 부서는 따로 운영되기 때문에 팀 바이 팀일 가능성이 높다. 즉, 일반화시켜서 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우며, 실제로 입사해서 팀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조직장의 성향에 따라 팀의 분위기가 설정되기 때문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6)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서로 고군분투하고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뜻 맞는 선배나 동료를 찾고 싶겠지만, 실제로 되게 어렵다. 이유는, 우리는 회사가 고용한 비즈니스적인 관계이며 실적을 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 부족한 면보다는 잘난 부분을 앞세우기 바쁘며, 약점을 보이는 순간 소문이 빠르게 순식간에 나의 평판이 안 좋아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 따라서, 남들 앞에서 수많은 척(잘 지내는 척, 여유로운 척, 바쁜 척, 친구 많은 척 등)을 하기 시작하며, 솔직한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 어렵기에 초반에 많이 외로울 수 있다.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느낀 3가지

(7)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한때 나도 누구보다 열정과 의지만큼은 자신 있는 사람이었다. 회사란 나만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곳이라고 생각했건만, 막상 입사하면 별다른 꿈과 욕심 없이 다니거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달고 주말만 바라보며 사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이들이 곧 당신의 미래이기에 신입사원이라면 이 광경이 매우 충격적일 수 있다.

남이 보기에 좋은 옷이라도 내 사이즈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세상이 알아주는 직장이라도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지옥과도 같다. 입사하기 전까지 내가 무슨 일을 누구랑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혹여나, 내가 평소에 관심이 없고 진정성을 가지고 배우거나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면, 그 고통을 물밀 듯이 커질 것이다. 생각보다 어떤 주제에 대해 없는 관심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에 수많은 직업과 직장이 있는 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나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여러 번의 시도는 당연한 수고라고 생각이 든다.


(8) 인생 계획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대학교 때는 광고 기획자를 꿈꿨다. 인생 계획을 짜기 위해 50살에 유명 광고대행사 CEO를 목표하고 점점 내려와 20대 중반일 때 가장 유명한 광고대행사에서 인턴을 해야겠다고 계획했다. 8주간의 인턴 이후, 큰 기업의 작은 톱니바퀴가 아닌 작은 기업에서 여러 분야의 일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마케팅 스타트업을 운영했고, 이후 일하면서 각종 IT 스타트업과 일하면서, IT 회사에서의 커리어를 꿈꾸게 됐다.

그리고 또다시 인생 계획을 수정하면서, 언젠가 구글, 아마존과 같은 최고의 IT 회사에서의 전략가를 꿈꿨지만 불과 1년 만에 산산조각 났다. 그만큼 인생에는 나를 자극하는 수많은 요인과 변곡점이 가득하다. 물론 좀 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일 경우 뚝심 있게 쭉 계획을 밀어붙이겠지만, 6개월 이후의 삶도 예측이 불가능한데 앞으로 몇십 년의 계획을 짜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항상 오픈마인드를 갖고 지금 나랑 상관없을 법한 기회라도 항상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며, 오랜 기간 동안 차곡차곡 쌓이면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다.


(9) 커리어보다 중요한 게 많다

마지막으로, 인생에서 회사가 전부라면 참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이다. 회사는 내가 아닌 오너와 상급자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며, 나의 주체성을 남에게 맡기는 것 같기 때문이다.

회사란 학교와 마찬가지로 나의 성장을 도와주는 기관과 같다. 따라서, 회사를 통해 커리어를 쌓아 나의 꿈을 이루는데 한 발자국 다가가거나, 좋은 동료를 만나거나, 실력을 향상하거나, 필요한 자금을 버는 등의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 이미 인생의 절반 이상을 커리어를 위해 쏟고 있으며 앞으로 50-60년은 더 일할 것이다.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커리어는 매우 길게 갈고닦아야 하므로, 지금까지 잘 올 수 있도록 옆자리를 지켜준 가족, 연인, 친구 관계를 소중히 하는 것이 당신 삶에 더 큰 위로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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