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10개월 세계여행을 다녀오고 더욱 느꼈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의 전성기라는 사실을!
루이비통이 어제 잠수교에서 여성복 패션쇼를 열었다. 이에 질세라 구찌는 5월에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연다고 한다. 보통 패션쇼라 하면 Creative Director의 감각과 그가 제시하는 트렌드에 주목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서울'이라는 베뉴에 모두가 꽂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잠수교가 너무 "콘크리트 다리"라서 생각보다 그리 멋져 보이지는 않았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꽤 상징적인 모먼트였던 것 같다. 무려 루이비통이었으니!)
아무튼 전 세계의 모든 패션/음악/영화 관계자들이 한국에 관심을 주는 것은 여러모로 한국인으로서 매우 자부심을 느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게 돈이 되니 우리 모두 관심을 이빠이 가져야 하고!
90년대생이라면 분명 기억할 것이다. 일본의 닌텐도/코나미/소니가 전 세계 게임과 애니메이션 시장을 지배했던 '때'가 있었던 사실을. 그리고 그전엔 홍콩이 아시아 영화 산업을 주름잡던 '때'가 있었다. 시장의 흐름이 돌고 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한국 특유의 겸손함과 사대주의 때문에 스스로를 필요 이상으로 낮출 때도 있지만 (그리고 이게 장점이 될 때도 많지만) 지금 한국이 바로 그 '때'라는 점은 부정해선 안 된다.
한 가지 더 예시를 들어보겠다. 어느 날 해외 유명 미디어 관계자가 회사로 연락해 자동차 문화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으니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LA/런던/도쿄/서울 총 4곳에서 촬영할 계획이라는 데 한국인이라면 잘 알겠지만 한국의 자동차 문화가 거의 전무하다. 도로 규제가 너무 빡세서 뭘 하기에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 그런 나라에서 도대체 어떤 스토리를 담고 싶은지 궁금했는데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자동차와 타이어를 모두 생산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대여섯 개밖에 없다고 한다. 미국/독일/이탈리아/영국/일본/한국? 그것도 전 세계 3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글로벌 대기업(현대차그룹)이 조그마한 동방의 변두리에 있으니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놀라울 수밖에.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가 특정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것은 많이 없는 것 같지만 거의 모든 분야에서 Top 10안에 드는 최상위 입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업적인 것 같다.
누군가는 한국이 갑자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럽고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은근히 한국은 단계별로 성장을 이룬 국가이다. 지금은 금융업/서비스업과 같은 3차 산업이 고도화된 산업이라 하여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를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지만 코로나 사태를 목격했다시피 국제 무역이 무너지고 스스로 자립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제조업/농업과 같은 기초 산업이 나라의 근간을 튼튼하게 지탱해 준다. 세계지도를 펼쳐봐라. 1차, 2차, 3차 산업이 모두 골고루 발달한 나라가 결코 많지 않다. 그렇다고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가 지금부터 철강이나 토목 같은 기초 산업에 대규모 투자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이 개발도상국의 딜레마)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한국과 대만이 선진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기차를 탔다고 평가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이 이례적으로 대단히 빠른 성장을 이룬 나라인 것은 맞지만 그만큼 밸러스 좋게 커왔기에 지금과 같은 전성기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의 미래 또한 매우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트렌드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여기서 좀 더 오르다가 몇 년 사이에 피크를 찍고 그 바통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고 천천히 내려오는 데까지 길어봤자 20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노를 무진장 열심히 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경제의 허리를 책임지는 3040대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거시적인 흐름은 언젠가 변할 테고 우리의 역할은 마치 댐을 쌓는 것처럼 그 흐름이 최대한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주의를 계속 환기하고 트렌드를 발굴하면서 잘 버텨주는 거로 생각한다.
과거 블로그에도 몇 번 강조했지만 지금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나 프랑스의 특징이라면 군사력이나 경제력 못지않게 소프트 파워 또한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압도하지 못하는 시대에서는 문화의 힘이 더욱 강력하다. 미국의 경우 예전부터 할리우드 시스템을 통해 "America No. 1"이라는 사상을 전 세계에 꾸준히 주입하고 선전했으니 전략적으로 뉴욕이나 LA에 대한 환상을 심을 수 있었고 (관광업에 매우 도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동경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가보면 그 괴리감이 커서 충격받는 사람들도 꽤 많음) 아무튼 이러한 사상 때문에 전 세계 인재들이 미국에 모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발전되는 구조를 가질 수 있었다.
각 나라마다 지향하는 ideal이 있는데 미국 같은 경우 출신 배경을 막론하고 누구나 fresh start를 할 수 있다는 '다양성'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은 과거와 달리 너무 포화된 상태라 오히려 보호 무역을 강조하며 다양성보다 반대 성격인 '애국심'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즉, 미국의 정체성이 점점 fade out 돼 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ideal은 무엇일까?
전 세계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자료를 모은 게 아니기 때문에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현시대에도 비교적 relevant한 '한강의 기적'이지 않을까 싶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한국은 선진국으로 향하는 기차에 마지막으로 운 좋게 탑승했다.
당연하게도 기존의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경제적 번영을 경험하면서 계층의 이동 또한 먼저 정착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반대로 하면 요즘 선진국의 젊은이들은 계층 이동을 경험하기에 사회가 너무 rigid한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물론 재벌 시스템과 같은 비정상적인 경제 체제가 존재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사회 시스템이 비교적 말랑말랑한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유럽의 경우 초상류층과 서민들의 간극이 극명하고 모두가 받아들이는 반면, 한국의 경우 6.25와 일제강점기를 경험하면서 과거 양반들의 heritage가 깡그리 파괴됐고 모두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기에 '공정함'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더 민감해하고 중요시하는 것 같다. (애초에 출발선이 너무 다르거나 초상류층과의 갭이 너무 크다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미국도 유럽보다 훨씬 늦게 세워진 나라이지만 그래도 3~4백 년 역사를 통해 그 부가 축적되고 본토에서 전쟁 한번 겪지 않으면서 몇 대를 거쳐온 family business 기반의 초상류층 계층이 최소 우리나라보다 훨씬 뿌리 깊게 자리 잡았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유럽 여행을 하면서 더더욱 느낀 것은 유럽의 경우 10년 전에 방문하거나 10년 후에 방문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텔아비브나 두바이 같은 도시는 10년 전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 10년 후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 같다) Heritage를 보존하려는 유럽의 ideal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억울함과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 분명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마도 북미/유럽의 선진국 젊은이들이 한국을 보고 느낀 게 꽤 많지 않을까 예상한다.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기적적으로 경제를 발전하고 지금은 본인들이 오히려 그들의 문화를 수입하고 있으니.. K-Pop이 음악적으로 단순히 매력적이고 듣기 좋아서뿐만인 게 아니라 minority가 연대하여 majority를 몰아내려는 사상이 아마 그들이 각자 나라에서 느끼고 있는 서러움을 대변해 주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더 갖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것이 아마 한국의 ideal이지 않을까 싶으며 나름 다소 '혁명적인' 사상이기 때문에 사회적 계층 이동이 더더욱 없는 선진국의 젊은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2023년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 : 코리안 드림을 선포하다
자,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했으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전략을 짜보자. 개인적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처럼 드디어 한국도 '문화적 제국주의'를 실현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제국주의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특히 더 안 좋게 들릴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여기저기에 '한국이 최고야'라는 코리안 드림을 선포하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한민국은 드라마와 케이팝을 필두로 한류를 아시아에 퍼트렸다. 이를 통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고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이탈리아어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그렇게 특별한 전략도 없이 단순히 같은 인종과 대륙이라는 사실만으로 아시아 시장을 손쉽게 먹었으니 서구 시장로 진격할 차례가 되었고 지금 그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유럽 시장을 먹는다면 나머지 중남미/아프리카 시장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나라들은 어차피 미국의 트렌드를 퍼다 나르기 때문)
정부의 도움 하나도 없이 정말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만약 정부가 소프트 파워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잘만 밀어준다면 한국의 문화적 제국주의가 성공적으로 잘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최근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American Pie'를 가창한 영상이 꽤 인상 깊었는데 (백인 주류층 부모님 세대가 아주 좋아할 만한 선곡도 너무 탁월했음) 이런 식으로 정부가 한류를 단순히 홍보 수단이 아닌 산업으로 인식하고 밀어주려는 노력이 보이니 좀 늦었다 싶으면서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2000년대 후반에 처음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베트남이 우리보다 훨씬 못 사는 후진국이었음에도 중국/일본과 더불어 대표 아시안 음식으로서 전 세계에 알려짐으로써 우리나라보다 먼저 문화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음에 좀 부럽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지금이 K-프리미엄의 가치가 가장 높은 순간이다. 한국의 위상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음에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 위상을 더 높이 더 오랫동안 지켜질 수 있도록 열심히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하며 이만 여기서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