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1. 보통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2가지 이유 : 1) 금전적 인센티브, 2) 문화적 인센티브
금전적 인센티브란 스톡옵션과 같은 것을 뜻한다. 계약서만 잘 체결한다면 숫자로 남는 거다 보니 꽤 명확하다. 문제는 90%의 스타트업이 망하며 상장/엑싯 없이 중소기업으로 남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초기가 아닌 중간에 합류할 경우 할당받는 지분이 매우 낮을 확률이 높다. 이마저 아무리 대표가 지분을 나눠주고 싶어도 투자사가 지분 희석을 원치 않을 경우 어려울 수도 있다. (지분을 나눠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즉, 일정 주식을 배분받기로 약속받았고, 몇 퍼센트의 희박한 확률로 상장/엑싯에 성공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상장/엑싯을 하려면 초기에 합류해서 10년 정도 버텨야 할 텐데 스타트업의 근속 연수는 대기업보다 짧은 2~3년 수준이다.
2. 따라서, 현실적으로 '문화적 인센티브' 때문에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문화적 인센티브란 조직문화 같은 것을 뜻한다. 예전에 IT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했을 때 위계질서를 없애기 위해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거나 원활한 소통을 위한 타운홀 미팅을 매주 가졌던 기억이 있다. 분명히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 장치라고 생각하나 안타깝게도 스타트업은 '수평적일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유일한 경쟁력은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통할 수 없다. 쉬운 예로 초기의 애플을 생각해 보자. 당시 스티브 잡스가 곧 애플이었다. 많은 제품과 의사결정이 그의 "본능" 아래 탄생하였다. 물론 실패한 사례도 꽤 있었으나 스티브 잡스의 독단적인 집요함 때문에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만약 아이폰이 탄생하기 전에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면 애플은 대기업에 의해 먹혔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팀 쿡 시대에서는 다르다. 대표가 바뀌더라도 애플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며 이는 시스템이 도입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모두 대표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때문에 스타트업 시절일 때는 빠르게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1인 독재 체제일 수밖에 없다.
보통 우리는 대기업은 수직적이고 스타트업은 수평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대기업은 이사회도 있고 서로 견제하는 부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스타트업보다 더 탈중화된 기업문화일 수도 있다.
3. 스타트업의 구조를 인정하고 역이용하자
위 내용을 종합하자면 우리가 상상하는 스타트업의 장점은 대부분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실망스러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일 뿐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나는 이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스타트업에 대한 열망과 꿈이 있다. 언도덕의 서사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실제로 하이브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일반적인 기업과 다른 구조임을 빠르게 인정하고, 대기업에서의 문화와 시스템을 기대하기보다 직원으로서 이를 레버리지 할 방법을 궁리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초기 멤버로 합류할 경우 금전적인 인센티비를 최대한 끌어내고 기업문화를 초반 세팅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만약 중간에 합류할 경우 스타트업 특성상 대표와의 싱크가 더욱 중요할 것 같다. 말했다시피 대표의 1인 체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에, 무엇보다 대표의 비전에 100% 공감하고 서로 신뢰가 구축되어야 있어야 맘 편히 오래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근속연수가 더 짧고 워낙 변화가 많다 보니, 한술 더 떠서 팀원들보다 대표와의 싱크가 더 중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모든 직원이 대표 한 명을 받드는 구조가 건강해보지는 않는다. 만약 대표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면 한순간에 기업이 무너질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표의 경우 사장 놀이는 그만하고 직원들도 회사를 위해 생계를 걸고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를 빠르게 키우는데 온전히 집중하고 가끔은 자기만의 버블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조언을 얻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원의 경우 가끔 대표가 독단적으로 판단해서 힘들겠지만 스타트업의 특성임을 감안하고 대표를 믿고 의지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안된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