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작년에 10개월 세계 여행하면서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궁금증이 더 생겼다. 특히 영국의 경우 한국과 비슷한 영토 크기와 유럽의 끝자락에 위치했음에도 어떻게 한때 세계 최강의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었는데, 마침 <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배경에는 특허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17세기까지 영국은 산업혁명을 이룰 만한 제조와 기술 여건이 없었다. 오히려 성숙한 제조 여건을 갖춘 곳은 유럽 대륙의 여러 국가들이었고, 반면 영국은 농업 국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때문에 영국은 자국의 산업 경제력을 높이기 위해 1623년에 기술자의 기술에 대가를 지불하는 특허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그러자 유럽 각지의 기술자들이 자신의 기술에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영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술자들의 역량이 결집되어 산업혁명이 촉발했고, 영국은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그간 우리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수많은 국가가 어떻게 경제를 구축해 왔으며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아래는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
01. 한 엔지니어의 통찰이 만든 반도체 최강국, 대만
- 대만이 국제 사회에서 배제된 상황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러 나라가 중국의 눈치를 보며 대만과의 국교를 단교했기에, 대만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교육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전혀 추진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대만과 많은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놓인 우리 기업의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었던 게 사실이다. 즉 최근 대만과 협력을 희망하는 국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간 우리 기업과 제품이 누렸던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1987년 설립된 TSMC는 반도체 위탁 생산 혹은 '파운드리'란 새로운 사업 구조를 제시한 회사다. 생산 시설이 없거나 생산 설비를 추가 확대하는 데 부담을 느낌 반도체 회사들을 대신해 제품을 만드는 외주 생산 방식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것이다. 이런 독특한 사업 구조를 가진 회사가 탄생하기까지 대만 정부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 대만 정부는 대만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IT 산업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1960년대부터 미국의 원조가 막히면서 대만 경제는 자립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변화를 모색했다. 우선 수출 주도 경제 성장 모델을 선택했다. 외자 유치를 위해 수출 가공 지역 내 기업의 모든 제품에 대해 수출을 의무화하는 대신, 해외에서 들여온 원료와 중간재에 대해서는 관세와 화물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수출 가공 지역 내 공장 부지에 대해서도 세금 일체를 면제해 줬다.
- 특히 1970년대 들어 일본 기업이 대거 전기/전자 부품 산업에 뛰어들자, 대만 기업도 경쟁력을 위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고, 이 과정에서 대만은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 모리스 창은 더 많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소속 연구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고 싶어 했지만, 막대한 생산 설비 투자 비용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는 점을 꿰뚫어 봤다. 반도체 산업에서 전통적 사업 구조의 틀을 깨는 방식으로 TSMC를 설립했다.
- 반도체 산업의 핵심 업무는 크게 반도체 설계와 생산/조립, 테스트로 구분된다. TSMC가 설립되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반도체 업체는 설계와 생산, 테스트까지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생산 설비를 갖추지 않은 기업이 반도체를 만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TSMC는 바로 이 틀을 깼다. 생산 시설이 없거나 생산 설비 확장에 부담을 느낌 반도체 회사들의 제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위탁 생산으로 승부를 걸었다. 반도체에 관심 있는 기업이 막대한 생산 설비 투자 없이도 반도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미국 내 신생 반도체 회사들이 TSMC 덕에 직접 생산 설비를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성을 갖게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은 반도체 생산 기반을 잃어버린 것이다.
- 향후에도 반도체 시장은 매년 7%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방 장비의 대부분에 반도체가 필요하게 되면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 현재 대만 정부는 고령화 때문에 산업 인력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대만은 외국인 근로자 및 외국 기업들이 대만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2019년부터 영어를 제2 공용어로 지정해, 전 국민의 영어 사용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02. 영국이 300년간 '세계 중심'으로 군림한 비결
-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린다. 세계 전역에 광대한 식민지를 보유하고 있기에 영국령의 영토 어딘가에서는 항상 해가 떠있다는 의미다. 20세기 초를 기준으로 영국의 식민지는 60개국에 달했고, 20세기 이전까지 영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국가였다. 영국은 어떻게 세계 최강 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특허 제도'가 있다.
- 영국은 농업 국가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에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623년에 기술자의 기술에 대가를 지불하는 특허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 그러자 유럽 각지의 기술자들이 자신의 기술을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영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술자들의 역량이 결집되어 산업혁명이 촉발했고, 영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산업혁명은 영국이 나라 밖의 힘을 성장 발판으로 활용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
- 영국이 특허 제도를 강화해 세계 최강 국가의 반열에 오른 것을 보고, 이를 벤치마킹한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과 '미국'이다. 독일은 전 세계에서 실용신안 제도를 처음 도입한 나라다. 특허가 이전까지는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부여되는, 즉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을 때 부여되는 훈장이라면 실용신안은 이전에 존재하고 있던 대상을 개선하는 범주에 해당한다. 즉, 기존에 A라는 제품을 A' 내지 A'' 정도로 개선하면 실용시안을 받을 수 있다. 독일은 유럽 각지의 수많은 엔지니어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때까지 독자적인 창작물을 인정해주지 않았던 대상들을 '실용신안'이라는 이름으로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해 준 것이다. 독일은 이러한 시도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 미국 역시 영국을 벤치마킹한 대표적인 나라다. 미국은 헌법 1조에 특허 보호를 담아 천명하고 있다. 헌법 1조는 해당 국가가 숭고하게 지켜야 할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 통상적인데, 그러한 헌법 1조 8절 8항에 특허 보호 제도를 명시한 것이다. 이는 영국이 특허 제도를 활용해 세계 최강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인식하고 미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럽 각자의 역량 있는 기술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판단에 기반하고 있다.
- 영국은 자신들이 식민지를 직접 통치하지 않고 식민지 원주민 중 우호 세력을 전면에 세웠다. 원주민 통치자를 뒤에서 지휘차는 간접적인 방식을 선호한 것이다. 이러한 영국의 통치 방식은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 후에도 영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영국이 국제사회에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했다. 여전히 영국은 외부의 힘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 뉴욕은 미국 금융 시장의 중심지다. 자국 내 시장만으로도 충분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국의 수도 런던이 진정한 국제 금융 중심지로 불릴 만한다.
- 이러한 세제의 배경은 대경 제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기업인들은 대부분 식민지에 거주하며 그 지역에 기반해 수익을 거두고 있었는데, 식민지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영국으로 반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영국은 식민지에 거주하던 영국인이 현지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세금을 유예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고, 이 제도는 최근까지 비거주지 규정(non domicile rule)으로 이어졌다.
-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느슨한 세제는 영연방 국가들의 부호들을 비롯해 러시아 재벌,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부호들까지 영국을 끌어들여 전 세계 부유층의 돈을 유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 조세 제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영국은 느슨한 규제 환경으로 여러 기업의 유입을 독려하고 있다.
-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문화권을 대표하는 문화재들은 영국인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 의식을 갖게 된 밑거름이 되었다. 아울러 경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피폐해진 국민의 삶에 위안을 주고, 주저 않은 문화예술인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음악예술진흥위원회(The Council for the Encouragement of Music and the Arts)를 설립한다.
- 영국인이 문화예술과 삶을 얼마나 밀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독특하게도 당시 음악예술진흥위원회의 초대 회장은 전설적인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맡았다.
- 영국은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디자인에 주목한다. 영국은 디자인이 자국의 섬유 산업 경쟁력과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 영국 정부는 무역에 드는 비용과 절차를 없애고 , 세제 혜택을 부여해 자유롭게 무역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유무역항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법인세를 낮춰 영국이 아일랜드와 함께 유럽 내에서 법인세가 최저 수준인 점을 강조하며 역외기업들의 투자도 유치 중이다.
- 영국 정부는 외국 기업이나 해외 엔지니어가 영국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상업화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특허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인하된 법인세(10%)를 적용한다. 마치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 17세기의 특허 제도를 연상케 하는 발상이다.
- 또한 해외 우수 인재와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2019년 3월부터 새로운 비자 제도를 도입했는데, 일명 혁신가 비자(innovator visa)로 영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발급하는 비자다. 영국에서 창업 시 보증 기관이 해당 사업 아이디어를 검토한 후 비자를 발급해 주는 스타트업 비자(Start up visa) 제도도 도입됐다.
- 2017년 글로벌 도시별 스타트업 생태계 비교에서 실리콘밸리, 뉴욕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 앞서 열거한 바와 같이 영국은 위기 때마다 늘 위부의 힘을 빌려 위기를 극복해 왔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직면하게 될 새로운 위기 역시 '외부의 힘'을 활용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03. 아랍에미리트가 최대, 최고, 최초에 집착하는 이유
-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전쟁의 승패가 원활한 석유 수급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중동 산유국들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 1944년 8월 8일, 미국과 영국은 영미 석유 협약(Anglo-American Petroleum Agreement)을 체결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는 미국이 갖고, 페르시아 지역(이란)의 성유는 영국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석유는 함께 개발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 이처럼 남 부러울 것 없어 부이는 아랍에미리트지만 근래 들어 중동에서 가장 큰 고민을 안고 있다. 석유가 가장 먼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처럼 아랍에미리트는 석유 고갈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그 어느 중동 국가보다도 높은 개방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국가를 경영해 왔다.
-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석유 수급 체계를 구축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유 산업은 담합을 하면 거둘 수 있는 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 유가 상승기에는 너도 나도 추가적인 설비 투자에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과잉 투자가 이루어지기 쉽다. 하지만 한 번 투자된 설비들의 경우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가동을 멈추기보다는 계속해서 가동해야만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원유 생산량은 수요량을 초과하기 쉬워지고, 이는 유가 폭락과 수많은 산유 업체의 도산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많은 산유 업체 석유 패권을 장악한 나라들이 상호 간에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다.
- 중요 산유국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OPEC)는 서구 정유 회사들이 알려준 교훈 때문에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석유 산업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속적인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담합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서구 정유 회사들이 깨우쳐준 것이다.
- 이러한 중동 국가들의 반기로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스탠더드오일, 쉘, BP, 텍사코, 걸프오일 등 영미권 정유 회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석유 산업의 무게추가 중동을 비롯한 여타 산유국의 기업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04. 한 청년의 꿈이 실현한 도시, 마카오
- 외국 국가의 상인이 자국의 땅을 사용하고 싶다고 해서 이를 선뜻 내주는 국가는 없다. 그럼에도 당시 명나라가 포르투갈인들에게 마카오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해 준 이유는 그들이 해적을 토벌하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 먼저 포르투갈이 마카오를 카지노의 도시로 개발하게 된 이유는 무역항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점점 낮아졌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마카오를 활용할 대안을 찾았고, 이때 도박을 합법화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 "늑대가 나올 것 같은 외진 곳에 오히려 초대형 매장을 운영해야 한다"라는 경영 지침을 직원들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에 대규모 마트를 건설해 신규 경쟁 기업의 진입을 막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이윤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 리스보아 호텔 역시 동일한 효과를 노린 것이다. 스탠리 호는 당시 마카오 카지노 산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리스보아 호텔을 건립한다. 이는 다른 경쟁자로 하여금 추가 투자를 막는 효과를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관료들에게 신뢰도 심어주었다.
-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마카오를 단순히 카지노 산업을 넘어 관광 및 MICE 산업 핵심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 중으로 우리나라 킨텍스의 1.4배 규모인 '배네치안 전시장'을 건설해 컨벤션 산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05. 작은 라라 네덜란드가 세계 수출 2위 하는 법
- 네덜란드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는, '상인의 나라'다.
- 네덜란드 농업은 중개무역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농산물을 수입해서 이를 분류, 가동해 필요한 국가에 다시 수출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다. 네덜란드는 코트디부아르에 이어 세계 2위 카카오 가공 수출국이다. 그런데 정작 네덜란드에서는 카카오가 단 1톤도 생산되지 않는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렇게 들여온 카카오 중 4분의 1은 별도 가공 없이 곧바로 제3국에 재판매하고 나머지는 파우더와 버터 등으로 가공해 다시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 네덜란드의 영토는 작지만 교역량과 수출액은 세계 6위에 해당하는 결코 작지 않은 국가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또 어디서 어떤 물건을 가져와 누구에게 판매할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06. 스위스, 강대국 사이에서의 생존 전략
- 스위스는 여전히 유럽 대륙의 중심에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유럽연합 회원국 간 육로 수송의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 개방적 국가 시스템과 교통의 요충지라는 지리적 이점이 전쟁 시에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위스는 잘 알고 있었다. 외침을 오래 겪어야 했던 스위스는 열세중립국이라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위기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 스위스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스위스 화폐인 스위스프랑이 기축 통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독일에 석유를 판매하는 중동 지역 국가들은 독일 화폐는 물론이고 당시 기축 통화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미국의 달러나 영국 파운드로 결제하는 것조차 원하지 않았다. 이들 국가는 당시 전쟁에 참여하고 있었으므로 전쟁 결과에 따라 이들 국가 발행한 화폐는 언제든지 휴지 조각으로 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영세중립국인 스위스가 발행하는 화폐로 결제하는 방법이었다. 다시 말하면, 독일은 스위스를 침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침공하지 못한 것이다.
- 스위스의 경제 구조에서 중소기업이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세계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중소기업도 상당히 많다. 스위스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대거 키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교육'이다.
07. 철도 산업을 알고 싶으면 러시아로 가라
- 최근 전 세계적으로도 철도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철도가 친환경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기차는 비행기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 프랑스에서는 고속철도로 2시간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아예 국내선 비행기 취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독일은 더 강경한 입장이다. 2025년까지 국내선 항공편을 모두 없애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역시 직선거리 약 250km 거리인 수도빈과 서부 지역 잘츠부르크를 잇는 항공편을 폐지하고 해당 노선에 고속철도를 증편했다.
- 이러한 정책 기조는 단순히 탄소 제로 사회를 구현한다는 정치적 메시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력이 뒷받침되어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08. 금융 산업의 미래는 홍콩에 있다
- 최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인근 아시아 국가들이 홍콩 소재 금융 기업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래 홍콩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주목 인근의 아시아 국가들은 이 기회에 홍콩의 금융 기업들 유치해 자국의 금융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 금융업이 발달하는 데 있어 규제가 얼마나 커다란 제약이 되는지 확인해 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지난 2011년 전 세계적으로 대두된 이슬람 금융 유치 경쟁이 그것이다. 당시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 이슬람 금융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경합을 벌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영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별다른 유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지만, 금융 관련 규제가 거의 없는 홍콩은 달랐다.
-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금융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h)'에 따라 일반적인 금융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표적으로 이슬람은 돈을 빌려준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슬람 금융은 여타 일반적인 금융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자를 수취한다. 이슬람에서는 고객이 주택에서 거주하는 대가로 해당 은행에 이자 대신 임대료를 지급한다 대출 기간이 만료되면 고객과 은행은 당초 합의된 계약 내용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해당 주택을 구입해 자신의 소유로 한다.
- 우리나라는 금융업과 일반 산업 부문을 엄격히 분리하는 금산 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 기업이 주택 임대업 내지 비행기 등과 같은 실물 자산을 임대하는 행위 자체를 쉽게 용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홍콩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홍콩은 금융 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심지어 금융 기업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도 자유다. 대신 설립된 금융 기업의 재무건전성 등 자격 요건에 따라 취급할 수 있는 금융 자산의 한도와 내용이 상이할 뿐이다. 이처럼 유연한 금융 관련 제도 덕분에 당시 홍콩은 이슬람 금융 자본을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 영국이 중국 내 수많은 해양 도시 중 할양받을 도시로 홍콩을 선택한 것은 일찍부터 무역이 활발했던 도시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홍콩에서는 자연스럽게 금융 산업이 발달하게 된다. 원래 대규모 무역은 금융 산업과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제도가 자리매김한 것도 원거리 무역을 수행한 '동인도회사'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보험, 채권 등 금융 상품 역시 불확실성이 높은 원거리 무역을 수행하는 상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 아래 발전해 왔다. 홍콩이 영국에 할양된 이후 홍콩은 자연스럽게 서구 열강의 무역 거점 기지로 활용되었고, 자연스럽게 다국적 금융기관이 홍콩에 입주했다.
- 홍콩에서는 같은 물건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저렴하다. 세제 혜택은 사실 쇼핑 산업이 아닌 금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였다.
- 금융 기업 직원들은 자녀들을 교육하기 쾌적한 지역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도 홍콩은 최적지다. 홍콩은 ESF(English School Foundation) 계열의 국제학교가 각지에 분포되어 있다.
09. 창업 강국 이스라엘의 성공 방정식
- 인구 대비 벤처 창업률은 단연 세계 1위다. 단순히 창업 건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많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이스라엘 회사가 유럽 대륙 전체 회사 수보다 더 많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 조직 인원이 적은 이스라엘 군대에서는 특정 직급을 대체할 동일 직급의 인원이 적거나 심지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모든 병사들이 현장에서 상급자 내지 동료의 유고시 충실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군대를 구성하는 것이다.
- 이스라엘 군대의 이러한 조직 문화는 여느 스타트업 기업들의 조직 문화와 유사하다. 어떤 의미에선 이스라엘 국민들은 스타트업이 직면한 환경을 군대에서 먼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 이스라엘은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이러한 ICT 기술력과 국방력만으로는 국가 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 국가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통, 전략, 건설 등 제조 부분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국 산업과 제품을 지키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노력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품 표준으로 무역 장벽을 만든 경우도 있다. 인구가 1,000만 명도 되지 않는 이스라엘은 다르 나라에서는 결코 사용하지 않은 전기 플러그를 고집한다. 외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게 막기 위함이다.
-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창업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 이스라엘은 철저히 자국 상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혁신 생태계를 창출해 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10. 무역 요충지에 있는 싱가포르 생존 전략
- 중계무역을 지원하는 금융 산업을 육성해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발전한 근저에는 뛰어난 인적 자원이 있다.
- 싱가포르 정부의 외국 자본 투자 유치 의지도 강해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했기에 일반적으로 외국 기업이 싱가포르에 진출했을 때 겪는 애로사항은 많지 않다. 영어 공용화, 투명한 행정, 정치적 안정성, 간단한 조세 체계, 선진화된 인프라, 노동 시장의 유연성 등을 바탕으로 세계은행 발표 따르면 '기업 하기 좋은 나라' 2위로 꼽힌다.
- 다만, 싱가포르 정부의 외국 인력 제한 정책으로 외국 인력 의존도가 높은 요식업, 건설업 등의 업종 중심으로 인력 관리에 곤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11. 스페인은 어떻게 문화예술의 나라가 되었을까
- 스페인은 로마, 게르마 등 유럽 각 지역의 문화와 중동/아랍 민족의 감수성을 뒤섞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특히 스페인은 이민족으로부터의 몇 세기에 걸쳐 점령당했는데 이는 다른 문명권의 문화적 자양분이 스페인 국민에게 이식되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 이처럼 다양한 나라와의 빈번한 충돌은 문화예술 분야에 지속적인 영감을 주었던 듯하다. 즉, 다양하고 이국적인 문화가 스페인 내부에 융합되어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문화를 갖게 된 것이다.
12. '제2의 중동 붐'을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
- 이란이 2006년 이후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10여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종주국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란의 움직임을 견제할 수밖에 없다.
- 이란을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저유가 정책이다. 원유 판매를 기반으로 산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힘을 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전략은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중동 지역의 맹주 역할을 잃는 것보다 일정 부분 손해 보더라도 이란을 따돌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여길 수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 안에서도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여성의 경제 활동이다. 종교적인 율법도 탄력적으로 바뀌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가 왕실의 자금줄인 아람코를 주식 시장에 상장한 이유는 상장을 통해 외부 투자 자금을 확보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신규 투자를 적극 추진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아람코의 재무제표를 80년 만에 최초로 공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 중인 신도시 '네옴' 역시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이다.
-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이 같은 파격 행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놓인 환경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십 년 넘게 지탱해 온 그들만의 사회 경제 구조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13. 프랑스 행보의 중심에는 언제나 에너지가 있다
- 우리가 처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해외 여러 나라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향후 우리가 가장 주목할 나라 중 하나는 '프랑스'다.
- 특정 국가가 완벽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바로 국방, 식량, 에너지다. 현재 이 세 부분을 국제 사회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완벽학 자립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뿐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중론이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 내 몇몇 회원국 역시 국제 사회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각 국가의 내부 사정 내지 의사결정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들이 결핍된 부분을 벌충하기 위한 행보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 에너지 분야는 항상 프랑스의 골칫거리이자 국제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국가들과 끊임없이 비교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는 익히 알려진 세계적인 자원 부국들이다. 영국 역시 북해 앞바다에서 나는 석유 매장량을 확인한 뒤로는 엄연한 산유국 반열에 올라 있다. 독일도 갈탄과 석탄에 기반해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라 가운데 에너지 자원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 에너지 수급 문제가 프랑스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지는 오일 쇼크 시기에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1973년 1차 오일 쇼크가 발생하자, 유럽공동체는 그해 11월에 '아랍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다. 당시 유럽의 이 같은 설명은 프랑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결과다. 프랑스는 1차 오일 쇼크 이전부터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행보에 불만을 제기해 왔는데, 미국과 영국계 정유 회사들이 중동의 석유 이권을 독점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오일 쇼크 당시 중동 국가들의 석유 감산 조시가 지속되자 유럽공동체는 프랑스 주도로 아랍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통과시켰다.
- 이후 프랑스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원자력 발전에 집중한다. 프랑스가 원자력에서 대안을 찾기 시작한 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의 위력을 실감하고 국방력 강화 방안으로 원자력 기술에 관심을 두면서부터다. 1958년 출범한 유럽원자력공동체의 1, 2, 3대 의장국이 모두 프랑스였다는 사실에서도 프랑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 유럽의 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국제 사회에서 미국, 영국과는 다른 제3의 의견을 종종 피력해 왔던 프랑스. 그 이면에는 줄 곧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프랑스의 고충과 함께 국가 이기주의가 혼재돼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14. 신항로의 교도부로 떠오르는 그린란드
- 최근 그린란드에 국제적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그린란드의 만년 빙하가 가파른 속도로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의 빙하가 얼마나 녹아내리느냐는 그린란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 이처럼 국제 사회가 그린란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국의 피해를 사전에 막고자 하는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해빙이 가속화할 경우 북극을 비롯한 그린란드의 활용 가치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극해 인근의 빙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녹는다며, 향후 30~50년 내 사시사철 북극 항로가 열려 물류 운송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 그린란드 경제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린란드가 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의 빙하층이 얇아지면서 동토층 밑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에 본격적으로 탐사하기 시작했고, 대표적으로 반도체, 레이저 등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 원자재인 희토류가 다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란드 남서부 일대에만 1,000만 톤 정도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 전체 매장량의 40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개발될 경우 전 세계 희토류 수요량의 4분의 1 가량을 대체할 수 있는 규모다.
-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80%는 중국이 맡고 있다.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점차 고조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희토류를 수급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듯 그린란드에 막대한 양의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린란드를 점유하는 것이 국제 사회에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인 셈이다. 그린란드에는 다이아몬드와 금, 납, 아연 등도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그린란드 남주에 위치한 크바네필드(Kvanefjeld)에서 우라늄을 발견하기도 했다.
- 그린란드가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정항적 위치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그린란드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3,600km다. 이 때문에 미국은 덴마크와 군사 방위 조약을 체결하고, 1953년부터 그린란드에 툴레 공군 기지를 운영 중이다.
-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가치는 중국에도 크다. 중국이 최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그린란드는 북극 싱크로드 경로에 포함되어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그린란드에 공항을 건설하는 자금을 지원하려 하자, 미국 정부가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 그린란드는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는 데도 최적지라 할 수 있다. 북극권을 지나 미국으로 향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지나는 최단 경로가 그린란드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진작부터 인지하고 있는 미국은 냉전 초기부터 그린란드에 미사일 조기 경보 체계와 우주 감시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 이러한 이유들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덴마크 정부에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중남미에 위치한 미국령 푸에트로리코를 줄 테니 그린란드와 맞바꾸자는 내용도 피력했다. 2019년에는 인구 2만 명도 안 되는 그린란드 주도 누크에 미국 영사관을 다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2020년 6월에 영사관을 열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시절, 누크에 미국 영사관을 열었다가 1953년에 닫았는데, 다시 그린란드에 영사관을 설치한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못지않게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가치가 커졌음을 보여준다.
15. 미중 갈등의 대리전을 수행하는 호주
-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한 자원들이 모두 주요 광물 자원이라는 것이다. 석탄과 철광석 외 에도 금, 납, 니켈, 금홍석, 탄탈룸, 우라늄, 아연, 지르콘의 매장량 역시 세계 1위에 해당한다. 보크사이트, 갈탄, 코발트, 동, 티탄, 니오븀, 텅스텐의 매장량은 세계 2위, 다이아몬드, 리튬은 세계 3위, 망간, 주석, 흑탄 등은 세계 4위로 호주의 땅은 그야말로 보물창고다.
- 이처럼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호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국가 중 하나가 중국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은 호주에서 수출하는 주요 광물 자원을 소비하는 가장 큰 고객이다. 한동안 호주 경제가 호황인지 불황인지는 중국 경제가 좌우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실제로 호주의 전체 수출액 중 대중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달한다.
- 중국 경제가 호주 지하자원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그리고 미국은 호주를 이용해 중국 경제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미국 갈등이 심화되면서 호주는 화웨이 5G 장비 사용 금지, 코로나 19 발원지 조사 촉구, 홍콩 국가안보법 시행 비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반박,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해하는 문제들을 두고 지속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그렇다고 중국 역시 호주와의 일전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미국과 공조할 가능성이 큰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 내 많은 국가가 반중 기조를 높일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호주를 본보기로 전 세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만 했다.
16. 브라질은 과거도 지금도 기회의 땅이다
- 브라질은 지금도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브라질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37배에 달해 남미 대륙의 47.3%를 차지하며, 러시아, 캐나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5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브라질은 광활한 영토 덕분에 다양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식량 자원 수출국이며 석유, 철강, 천연가스 등 주요 자원 대부분을 자급할 만큼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다. 인구 규모 또한 2억 1,000만 명 수준으로 세계 7위다. 브라질 경제의 잠재력은 넓은 영토와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만은 아니다. 중화학 공업을 비롯한 제조업 기반이 갖춰져 있어 제조업이 발달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준비된 상황이다.
- 현재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 부문인 화장품 시장에서 세계 4위, 자동차 시장에서 세계 7위,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 6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시장성을 담보한 세계적인 소비 시장이기도 하다.
17. 아시아 부국에서 최빈국으로 전락한 미얀마
- 미얀마는 인근 동남아 국가보다 우수한 인적 자본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동아시아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 경쟁력 상호 비교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지하경제 문제, 회계/세무 정보의 불투명, 세무 공무원의 부정부패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8. 디지털 화폐로 승부수를 던진 나이지리아
- 앞으로 우리가 나이지리아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지대하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인구 때문이다. 유엔에서 집계한 인구 구조 변화 추이에 따르면, 2050년 나이지리아는 미국 인구를 뛰어넘어 세계 3위 인구 대국에 해당하는 국가로 올라설 전망이다.
- 이미 나이니지라인의 상당수가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나이지리아계 인구만 100만 명이 넘는다. 현재 더 많은 나이지리아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대안을 찾아 유럽으로 넘어가고 있다. 나이지리아 분쟁으로 현재까지 22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점차 유럽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나이지리아계 이주민이 정치 세력화되고 있는 추세다. 결국 이러한 추세는 머지않아 유럽 내에서도 나이지리아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 현재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암호화폐 최대 보유국이 되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암호화폐 보유자가 대략 2,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프리카 내 암호화폐 보유자의 40% 이상이다. 나이지리아가 이처럼 암호화폐 천국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통화 정책 실패 및 물가 폭등 때문이다.
-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의 이름은 'e나이라'다. e나이라는 기존 화폐인 나이라와 함께 나이지리아의 공식 통화로 쓰이기 시작했다. e나이라는 실물 화폐를 디지털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e나이라는 단기간에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으며, 음성적이고 부정적인 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가는 경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좋은 대안처럼 보였다.
- 하지만 2021년 11월 처음 발행된 'e나이라'는 지금 현지 은행들로부터도 외면을 받고 있다. 현재 나이지리아 주민의 0.5%만이 'e나이라'를 사용 중이다. 나이지리아 국민들이 이미 자국 정부가 발행한 화폐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저축할 자금이 생기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환전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추락하는 자국 화폐로 가치를 저장하기보다는 암호화폐가 훨씬 가치를 유지하기 수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는 디지털 화폐 내지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법정 통화를 대체하는 여러 국가들의 시도가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에도 통화 정책에 실패한 개도국들은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들이 선택할 대안 중 하나는 디지털 화폐 발행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이지리아가 시도하고 있는 디지털 화폐 발행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중이다.
19. 베트남,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
- 베트남은 내수 시장도 매력적이지만, 지리적으로 약 6억 3,000만 명이 살고 있는 아세안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인근 아세안 국가로 향하는 수출 거점 지역으로도 최적지라 할 수 있다. 또한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해안 지역을 접하고 있어, 가깝게는 동아시아, 서남아시아 등으로 잇는 거점에 위치하고, 멀리로는 베트남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한 물건을 미국과 유럽연합 등지로 수출하기도 용이하다.
-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기회 요인을 주목해 해외 유수의 투자자와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려오는 것은 그만큼 베트남 내부에서도 외국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일찍부터 수출지향적인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여러 국가와 FTA를 적극 추진해 왔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과의 FTA를 꼽을 수 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에서 유럽연합과 FTA를 발효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 최근 베트남에 외국인 투자가 급증했다고 해서, 베트남이 기업 활동하기 쉬운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 물론 베트남이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하는 등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수준은 아직 인근 아세안 국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베트남의 기업 환경은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도 아세안 역내에서 7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 베트남의 열악한 기업 환경은 제도 정책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베트남 내부의 열악한 SOC 인프라다. 베트남 내 운송 비용이 베트남에서 미국으로의 운송 비용보다 많이 드는 지역도 있다. 현재 베트남은 도로뿐만 아니라 항만, 철도, 공항 등 기업 활동에 필요한 기초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 가장 큰 문제는 공산당 간부의 부정부패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2018년 국가별 부패 인식 지수에서 베트남은 180개 조사 대상국 중 117위를 기록했다. 베트남 경제 역시 국영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 현재 베트남 경제 규모는 태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주요 글로벌 경제 기관들은 향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을 6% 중반대로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베트남의 무역 구조는 중국이나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해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 선진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인데,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앞으로는 베트남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 인도, 신분 상승을 위해 '공학'을 택한 사람들
-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우수한 ICT 인력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인도인이 없으면 가동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도 엔지니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세계적인 혁신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에 인도 출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미국 항공우주국 과학자 중 36%가 인도 출신이다.
- 인도에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가 많은 이유는 카스트 제도의 영향이 크다. 법적으로는 카스트 제도가 사라졌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실에서 많은 인도 청년이 공학을 탈출구로 택한다. 인도 국내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통해 큰돈을 벌기 위해서다.
- 1960년대 개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학자 라울 프레비시(Raul Prebisch)와 한스 싱어(Hans Singer)는 "개발도상국은 수출을 통한 대외지향적 발전 전략보다 국내 수요를 우선적으로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는데, 그 말이 인도에서 현실화한 것이다.
- 국제통화기구는 인도 경제가 '크고 느린 코끼리'에서 달리기 시작한 코끼리'로 바뀌고 있다고 표현했다. 달라지고 있는 인도의 모습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하지만 인도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그중 하나가 국경선 문제다. 현재 인도와 인도 주변국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국경선을 결정한 주체는 다름 아닌 영국이다.
21. 지구에 남은 마지막 성장 엔진, 아프리카
- 아프리카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큼 큰 시장이다. 14억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인구는 세계 인구의 16.4%를 차지한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인구 증가 추세다. 아프리카 인구는 210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36% 44억 6,000만 명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유엔은 전망한다. 이때가 되면 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은 아프리카 대륙 출신인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매킨지 또한 2034년 아프리카의 노동 가능 인구는 인도와 중국을 추월해 가장 젊은 대륙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휴대폰과 인터넷 뱅킹 사용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미디어 제품, 의류, 개인용품, 식료품을 구매할 때 모바일 머니도 적극 사용하고 있다.
-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물 공급은 제한된 데 반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구상의 인구는 지금 80억 명에서 2050년이면 10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나일강 상류 지역에 있는 에티오피아가 이러한 대규모 댐을 건립하자, 하류 지역에 있는 수단과 이집트 입장에서는 수자원을 원활하게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집트 인구의 절대다수는 나일강 인근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식수나 농업용수 등을 나일강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다.
- 현재 에티오피아가 대규모 수력 발전소를 건립하게 된 배경은 여기에 있다. 낙후된 농업만으로는 더 이상 에티오피아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에티오피아는 제2차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제조업을 육성해 경제 체질 개선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제조와 서비스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에티오피아전력공사는 르네상스 댐을 기반으로 한 수력 발전뿐만 아니라 고산 지대라는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풍력 발전과 아프리카 초원을 활용한 대규모 태양광 및 지열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2. 팬데믹 이후를 알고 싶다면 이집트를 보라
- 나일강 하류 인근 지역이 비옥한 토지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잦은 범람 때문이다. 나일강이 주기적으로 범람하면서 비옥한 미립질의 검은 토양이 하류의 충적 지대에 쌓인 것이다.
- 고대 이집트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고도의 천문학적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나일강의 정확한 범람 시점을 예측하기 위해 천문학에 관심을 두어 이루어낸 성과라는 것이 정설이다.
- 당시 국가들이 이집트를 새로운 항로로 찾은 데에는 중동과 지중해 지역을 장악한 오스만 제국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컸다. 굳이 아프리카 최남단까지 내려가지 않고도 오스만 제국을 피해 교역할 수 있는 대안, 그 성이 바로 이집트였던 것이다.
- 이집트를 거치는 경로에서 페스트(흑사병)이라는 위험 요인이 발생하자 좀 더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이라는 새로운 해양 항로를 개척한 것이다.
- 이집트가 만성적인 무역 적자 구조를 탈피하고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주목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 우리 기업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그 어느 나라보다 이집트와 일찍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적인 교류 협력을 이어왔다. 한국 기업들이 12억 인구의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이집트를 선택한 이유는,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집트의 제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제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서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최적지로 본 것이다.
- 다만 이집트가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데 있어 장점만 갖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의 행정 처리는 아직까지 선진화되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여러 인허가는 원칙대로 처리되기보다는 부패와 관료주의에 휘둘려 지연되기 일쑤다.
23. 거대한 이슬람 경제의 시작점, 인도네시아
- 한국 경제도 1998년 외환위기를 빠르게 회복한 배경에는 당시 급격히 성장하던 중국 시장이 있다. 거대 소비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국내 기업들에 수많은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소비 시장은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도네시아'를 꼽고 시다.
- 인도네시아는 잠재력이 큰 미래지향적인 소비 시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2억 7,753만 명의 세계 4위 규모 인구 대국이기 때문이다. 단일 국가로는 이슬람교 인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그만큼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도 높다. 경제 규모도 상당한데 GDP 규모가 1조 달러가 넘는다. 아세안 10개국의 모든 GDP를 합한 금액의 40%에 달하는 세계 16위 경제 대국이다. 세계적인 자원 강국이자 농산물 수출 국가이기도 하다.
- 이처럼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지만, 문제점도 산재한다. 인도네시아는 1만 7,500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로, 이 중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섬은 6,000개 정도다. 이 때문에 효과적으로 모든 국토를 균등하게 발전시키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섬마다 정주 여건뿐 아니라 경제 활동 기회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 인도네시아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문화와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인도네시아를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인도네시아는 별도의 국교를 두고 있지 않다. 종교를 차별하지 않는 문화는 현지 호텔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인도네시아 호텔 엘리베이터에는 4층과 13층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 동양 문화권에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숫자 4와 서양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숫자 13을 모두 지운 것이다. 이처럼 인도네시아는 특정 문화권에만 기대서는 해석할 수 없고, 다양한 문화가 뒤엉켜있는 용괄로 같은 나라로 봐야 한다.
- 인도네시아 소비자에 대한 편견도 점검해봐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최대의 시장 규모와 소비 인구를 지닌 국가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국민은 개별 구매력에 비해 제품 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을 쉽게 보고 진출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24. 스웨덴은 어떻게 '복지의 천국'이 되었을까
- 스웨덴은 흔히 '복지의 천국'으로 불린다. 국민이 세금만 납부하면 국가가 직접 생활에 필요하 대부부의 것들은 직접 제공한다. 스웨덴은 단순히 사회 제도로만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 의식'과 '공동체적인 사고'가 가장 공고히 구축된 나라다. 사회 문제를 개개인의 시작에서 접근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복지 국가가 건설로 이어진 것이다.
- 볼보가 지금과 같은 허리와 가슴 부위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볼보의 이후 정책이었다. 당시 볼보는 자신들이 고안해 낸 안전벨트 특허를 전 세계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한 것이다. 스웨덴 문화가 그렇듯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를 먼저 고려했다. 이처럼 스웨덴의 제도와 제품, 문화 곳곳에는 공동체 중심의 사고가 숨어 있다.
- 하지만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철학이나 의식 구조만으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자율에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 스웨덴의 국세청 시스템이 단적인 사례다. 스웨덴은 국세청을 통해 국민의 개인 소득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국체성 사이트에서 모든 국민의 연봉을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것이다. 한때 스웨덴 국세청 슬로건은 '연봉 협상에 사용하세요'였다.
- 스웨덴 국민은 오랜 성찰 끝에 부패 없는 나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빅뱅 수준의 과감한 개혁 조치를 단행하고, 공직 사회의 부패나 비리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적용하는 무관용 필요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일례로 전 스웨덴 부총리 모나 살린(Mona Sahlin)이 조카에게 줄 생필품을 공공 카드로 구입한 사실이 밣혀져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고 부총리직에서 낙마했는데, 당시 모나 살린이 조카에게 주기 위해 구입한 생필품은 기저귀와 초콜릿 등이며, 금액으로는 약 34만 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 라곰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사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합리적 '중도' 혹은 '중용'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스웨덴 사람들의 중요하 문화적 특성이며 실천 덕목이기도 하다.
25. 사람보다는 시스템을 믿게 된 나라, 독일
-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 국가다. 독일은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담아 교육한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만행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떠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윤리 교육까지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독일 국민의 이러한 노력은 현재 일종의 문화로까지 자리매김한 듯하다. 수업이나 세미나 중 객석에서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자신이 질문이 있음을 표시할 때, 손을 들지 않는다. 손을 드는 행위가 과거 나치 정부의 인사법을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일인들은 질문이 있을 때 손가락만 위로 올리며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다.
- 독일은 세계대전 이후 폐허 속에서도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것으로도 유명하다. 독일의 이러한 저력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 중 하나가 '시스템의 나라'다. 지금은 많은 국가가 국가 운영의 기본 틀로 삼고 있는 국민연금, 의료보험, 무상 교육 등의 제도를 최로 시행한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현재 독일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이 무상이다.
- 다만 시스템이라는 것이 한 번 구축되었다고 해서 반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내외적인 환경이 변화하면, 이에 부합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 독일도 대대적으로 시스템을 손본 경험이 있다. 199년대 들어 막대한 통일 비용을 부담하고, 20000년대 초반에는 실업률이 12%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때 독일은 유럽의 약자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독일은 장기간의 경제 침체 속에서 그동안 자신들이 구축해 온 경제 시스템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독일은 먼저 자신들이 강점으로 여겼던 산업 경제 시스템을 대폭 수정한다.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전후 최대의 개혁 정책으로 평가되는 '아젠다(Agenda) 2010'을 발표하면서, 산업 육성 전략뿐만 아니라 노동 제도, 교육 제도 등 사회정책 제도 전반의 개혁을 수립한다. 개혁의 결과, 현재 독일은 국내총생산 기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주요 상품 수출국으로서 세계 경제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26. 유럽과 아시아의 가교, 튀르키예
- 원래 이슬람 국가들은 타 종교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튀르키예인들은 유럽과 아시아의 가운데 위치해 다양한 문화를 접한 덕분인지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는 남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이슬람교인 전체의 99%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있는 보기 드문 이슬람 국가이기도 하다.
- 아시아/중동/유럽 지역의 교차점에 위치한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튀르키예와 긍정적인 과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튀르키예 역시 1947년 미국의 트루만 독트린을 지지함으로써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한다.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위치가 미국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 역시 튀르키예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표방하고 있다. 푸틴 총리 역시 정례적으로 튀르키예를 방문해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 협력, 비자 면제 협정 등 양국 간의 교류 협력을 위해서 긴밀하게 노력하는 중이다.
- 이러한 미국과 러시아의 노력과는 달리 튀르키예 스스로는 유럽 편입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연합가입 협상은 가입을 위한 정치/경제적 기준을 충족한 후 개시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아울러 민주화/인권 등 분야에서 튀르키예와의 정치 대화 강화, 튀르키예 법령의 유럽연합 법령과의 조화 등 개혁 사항을 권고했다. 튀르키예 역시 유럽연합의 이러한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 인권 보호 및 민주개혁 요청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소위 'EU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노력 중이다.
- 지금 우리나라 기업 중 상당수가 저렴한 인건비와 유럽과의 원활한 통상 환경에 주목해 튀르키예를 유럽 진출의 제조 거점으로 삼고 있다. 튀르키예의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만든 자동차는 유럽과 중동에 수출된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은 튀르키예 내수 시장에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27. 인종 차별의 역사를 딛고 도약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 유럽인이 남아공에 가장 먼저 정착한 이유는 남아공의 기후 환경이 무척 쾌적하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풍부한 지하자원도 매력적이었다. 남아공에는 세계 크롬 매장량의 35.7%, 망간의 30.3%, 형석의 13.2%, 금의 11.1%가 매장되어 있다. 세계 5위 다이아몬드 생산국이기도 하다. 철광석도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철강 산업은 남아공 정부가 꾸준하게 집행하고 있는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전체 제조업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아공 모셀베이(Mossel Bay) 인근에서 석유 10억 배럴과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되어, 향후 에너지 산업의 발전마저 기대되는 상황이다.
- 남아공의 쾌적한 기후 환경과 풍부한 지하자원은 남아공의 보물이었지만 이는 유럽계 백인들은 대거 유입시켜 남아공이 비운의 역사를 맞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유럽계 백인들은 최근까지도 아프리카계 원주민과 자신들을 철저히 차별하는 인종 분리 정책을 펼쳐왔다.
- 남아공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높은 경제성장률은 기록해 왔던 나라다. 사실 이러한 경제적 성과는 철저히 흑인의 억압과 희생으로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흑인의 인권과 권익을 본격적으로 보호한 시기와 맞물려 경제성장률은 점차 떨어진다.
- 남아공은 아프리카 국가 중 우리 교민이 가장 많이 체류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진출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산업적 인프라를 가장 잘 갖췄을 뿐만 아니라 제철, 기계, 화학, 섬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해 있다.
28. 이들은 왜 영세중립국이 되었을까
- 특정 국가가 여세중립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법에 따라 '중립'을 보장받아야 한다. 현재 국제적으로 영세중립국의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국가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투르크메니스탄, 바티칸 등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이 국제법상 영세중립국의 지위를 갖게 된 배경과 절차는 각각 다르다.
-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 된 덕분에 제1,2차 세계대전도 피할 수 있으며, 냉전 시기에도 중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영세중립국으로서 스위스가 취한 이득은 단순히 손실을 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스위스는 현재 국제 정치의 중심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국제적십자사(Red Cross), 국제보건기구(WHO), 국제노동기구(ILO),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등 30여 개의 주요 국제기구가 스위스에 있고, 250개에 달하는 국제 NGO 단체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 역시 각각 로잔과 취리히에 있다.
- 국제법상 중립의 의무를 저버리고 교전국을 지원하거나 교전국에 편의를 제공할 경우 해당 국가의 중립국 지위는 소멸된다. 이 때문에 영세중립국을 표방해 온 스위스는 유럽의 강력한 군사동맹인 NATO 회원도 아니며, 유럽연합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스위스는 유엔에도 한동안 가입하지 않다가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2002년에서야 정회원 국가로 공식 가입했다.
- 오스트리아의 영세중립 추진 과정은 스위스의 경우와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먼저 오스트리아의 영세중립 추진에 미국은 호의적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오스트리아가 소련 쪽으로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중립국이 되어도 상관이 없었기에 오스트리아를 마셜 플랜을 통해 적극 지원했다. 소련의 흐루쇼프는 서방 국가와 소련이 상호 평화적으로 공존하길 의망했고, 그것이 서유럽과 동유럽의 중간쯤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영세중립국을 허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세계 55개국이 오스트리아의 영세중립국을 승인함으로써 오스트리아는 영세중립국이 될 수 있었다.
- 코스타리카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영세중립국이다. 중남미 남부 지역에 위치한 코스타리카는 여느 중남미 국가와는 다른 경로로 발달한 국가다. 코스타리카는 군부 쿠데타를 제압한 뒤 또다시 군부 세력이 등장하는 일을 막기 위해 1949년 11월 평화헌법을 채택하고, 군대를 해산했다. 국방비 예산은 교육 예산으로 전용해 국가 예산의 30%를 교육비로 사용했다. 코스타리카는 국제 사회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도 아니며, 다른 국가들과 경제적/안보적으로 크게 엃힌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선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와 달리 인근 국가들의 암묵적 승인만으로도 영세중립국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 한 번 영세중립국이 되었다고 해서 그 지위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벨기에가 그렇다. 194년 발생한 제1차 세계대전 중 벨기에는 독일에 의해 침범되었으며, 유럽 열강들은 벨기에의 영세중립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벨기에는 연합국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전했고, 승전국이 되었으며, 1919년 6월 제1차 세계대전을 종결하는 베르사유 조약에서 영세중립국 지위를 포기했다.
29. 인류의 손이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 다리엔 갭
- 다리엔 갭은 파나마와 콜롬비아의 사이에 존재하는, 길이 160km, 폭 50km의 정글과 늪지대로 지구에서 가장 우거진 오지 중 하나다. 다리엔 갭은 미국 알래스카부터 아르헨티나 남단까지 이어지는 팬아메리카 고속도로가 유일하게 끊기는 구간이기도 하다. 다리엔 갭은 보험조차 가입이 안 되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 다리엔 갭에 접근하기 힘든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중남미 마약 조직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라고 불리는 반군이 해당 지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 조직원들 역시 다리엔 갭을 이동 루트로 사았고, 자연히 여행객을 노리는 범죄도 끊이지 않았다.
- 미국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마약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콜롬비아 입장에서도 다리엔 갭 개발은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지금도 상존하는 반군 세력들이 다리엔 갭 개발되어 도로, 철도 등을 이용하면 더욱 빈번히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나마와 콜롬비아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도 개발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 다리엔 갭을 지나 미국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늘고 있지만 다리엔 갭을 지나는 이들은 여전히 성폭력. 인신매매, 범죄조직의 강탈을 비롯한 수많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