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추억으로 먹는가?
여느때처럼 시장을 갔다. 이것 저것 검정 봉다리 봉다리 가득 들고 오는데 빵집이 역시 눈에 들어온다. 다이어트가 요원한 나는 '역시 배고플땐 시장에 오는게 아니야' 중얼거리며 지나치려다 진열판 한쪽 구석의 사라다빵이 눈에 들어온다. 30여년전쯤 예전에는 사라다빵 파는 곳이 시장빵집 메인에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새로운 각양각색의 화려한 맛의 다양한 빵맛들에 치여 사라다빵 같이 구수하고 담백한 전통빵은 구석자리로 새초롬히 구겨져있어 찾기 어렵다. 꼭 예전의 나처럼..
어릴적 엄마손을 잡고 시장을 아주 가끔 갔었다. 엄마는 가늘고 긴 내눈에는 꼭 뱀처럼 보이던 '순대'앞에서 주춤 하신적이 있었지만 나는 징그럽게 생겼다고 싫다고 엄마 손을 잡아 끌었다. 그런 엄마가 다음 순서로 머뭇거리던 곳은 옛날빵집이었다. 달콤한 단팥빵과 소보로빵 사이를 지나 딸기잼이 곱상하게 발리고 곰보처럼 달디단 울퉁불퉁이 맘모스빵앞에서 늘 엄마의 시선은 고정이었다. 가격을 묻고는 이내 포기하시고 작고 저렴한 사라다빵 하나를 사서 내손에만 쥐어주셨었다.
"마요네즈 삐져 나올라. 얼른 먹어" 하며 비닐포장을 벗겨 내 작고 야무진 손에 쥐어 주시면 나는 사라다빵의 케찹 삐져 나온부분부터 핥아 먹었다. 그런 사이 엄마는 시장 한켠에서 콩나물 한봉지를 사시면서 가격흥정을 하셨고 늘 한웅큼을 더달라고 봉지에 우겨 담아 넣으셨었다.
‘아 그냥 깍지말지 ‘하며 민망한 표정의 내표정과 달리 내입에는 케찹을 한그득 묻힌 사라다빵맛 만이 입안 가득 달콤했다. 콩나물 한웅큼의 개선장군 엄마는 맛있게 먹는 내표정에 사랑 가득 미소를 머금으셨다. 어쩌면 가격때문에 포기한 엄마의 맘모스빵의 아쉬움도 자식의 오물오물 먹는 입모양새에 모두 씻기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엄마의 맘모스빵은 나의 사라다빵에 매번 졌다.
오늘도 내가족의 영양가 있는 식단을 위해 시장을 나선다. 지금의 나는 엄마처럼 콩나물 가격을 흥정하지도 한웅큼만 더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감정소비에 얻어낼 한웅큼보다 내 시간이 더 소중하기때문이다. 그냥 내 주머니에서 돈을 더 내어드리는게 맘편하다. 지금은 사라다빵쯤은 내가 먹고 싶은 만큼은 실컷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됐다. 엄마의 맘모스빵도 이젠 한트럭쯤 고민안하고도 실컷 사드릴 수 있는 경제인으로도 성장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엄마가 안계신다. 빵의 주어가 사라진 기분이다. 이제 더이상 예전처럼 사라다빵도 맘모스빵도 내겐 달지 않다. 그걸 맘모스빵쯤 백만개이상 사드릴수 있는 지금에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은...
예전의 그맛을 추억으로라도 소환해 내고 싶어 사라다빵 한입 우겨넣고 뜨거울 눈시울로 맹목 삼키는 아쉬운 나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