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수 생각이 난다

by 책방삼촌

오늘은 국수 생각이 난다


등줄기 흐르는 여름볕에

밥심마저 털썩이면 국수 생각이 난다


바짝 날 세운 바람이 발목을 감는 날

슬그머니 허기가 찾아오면 국수 생각이 난다


크지 않은 상을 놓고 다섯 식구 머리 맞대고

시원한 멸치육수에 소면을 말아서 먹던 날

국수 밀어넣는 배가 워낙 컸던 꼬맹이, 나는

큰 그릇에 산처럼 넘치게 국수를 담고 게걸스레 삼켰다


맑은 국물 다섯에 국수를 물고 있는 면면이 드리우고

애호박 고명에 엄마의 젊은 칼날이 살아있었다


후줄근한 런닝셔츠에 배가 불러오면

팔다리 한껏 벌리고 차가운 마루에 누웠다가

아버지 하모니카 소리에 졸음을 일으켰다

쩍 벌어진 내 입을 놀리며 뿡짝뿡짝 노래가 울렸다


아버지는 꿈에서도 기별이 없고

엄마의 칼날은 이제 닳았으나

애호박 고명 정도는 아직 썰어낸다


시원한 멸치국수는 구경하기 어려운 동네에서

뜨끈한 멸치육수에 애호박 얹은 칼국수를 먹는다

엄마 찾아가면 차갑든 뜨겁든 국수 한 그릇 얻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