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by 책방삼촌

파문


줄기찬 빗소리로 선명한 영상이 내린다

고요하던 웅덩이에 그대 목소리

파문이 되어 쉼 없는 동심원을 그린다


갈 길 잃고 부유하는 주름진 마음,

품고 있던 비밀은 맥락 없이 흘러

아득히 깊어진다


감았다 뜨고

또 감았다 뜨는 눈에

기척 없는 방문을 맞는 떨림,

문턱 너머 굴절된 빛으로 서린다


점점 자라 가는 둥근 마음

자꾸만 너로 물들어 가는 하루가

정착하지 못하던 나의 세계가 되고

우리의 하루는

떠나지 못하는 미열로 어지럽다




'파문'은 충돌의 증거다.

당신이라는 존재가 내 안으로 낙하했다는 타격음이고, 그로 인해 내 세계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친다는 신호다.

쉼 없이 번져가는 동심원은 어지럽지만, 그 혼란이 나를 살아있게도 한다.

당신이 내게 와서 만드는 이 궤적들, 그 미열 같은 떨림이 없다면 내 세계는 영원히 고요 속에서 썩어갔을지도 모른다.

비가 그치면 웅덩이는 다시 잠잠해지겠지만, 그 자리는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서로의 힘으로 인해 굴절된 빛과 땅. 그 눈부신 어지러움이, 나의 세계를 넓힌다.




<공지>

아마추어의 목소리로 직접 낭독하고, 녹음하고, 쓰고,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들어 주신다면 부끄럽고, 구독/좋아요 해주신다면 창피하지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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