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이 빈곤했던 자
안팎으로 가난해지는 순간,
그 자리에 쓸모가 있다
그대로 좋아
그대로 있어줘
테두리가 된 말들의 견적(見積)이
그를 저울에 올린다
돌아서야 할 날이
불현듯 당겨질까 두려워
미리 항변하지 못한 혀는
어둠 속에 녹슬어 간다
쓸모의 끈은 밥값의 목줄로
입 다문 그의 살점을 파고든다
'쓸모' 있다는 말은 칭찬이 전부가 아니라, 사용하겠다는 통보다.
나의 가난이나 결핍이 타인의 편의와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나는 '도구'로서의 지위를 얻는다.
"그대로 있어 달라"는 다정한 말은, 더 이상 자라지 말고 그 모양 그대로 소모되라는 주문이다.
도구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망치가 비명을 지른다고 반응을 할까. 새것으로 교체하면 그뿐이다.
누군가는 지금도 녹슬어가는 혀로 침을 삼키며 안도한다.
목줄이 살을 파고드는 이 선명한 고통만이, 아직 내가 폐기되지 않았다는 유일한 증명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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