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말해주는 것

by 책방삼촌

등이 말해주는 것


뒷모습을 보는 건
비상벨 진동을 심장에 울린다
유년에도, 지금도

며칠 집에 다녀가는
조그만 등마저 휜 할매의
간섭 같은 보살핌은
어린 내게 생선가시 같은 성가심이었지만
120번 타면 되니라,
버스 타러 떠나던 뒷모습을 보노라면
핑계가 된 성가심은 눈물 맺힌 시야가 되어
굽은 등을 부옇게 흔들었다

노란 서류 봉투를 겨드랑에 끼고
누런 바바리 입고 출근하던
아버지의 등도 진작부터 굽어 있었다
어릴 때 지게를 많이 져서 그렇다던
그 등은 아직 젊었음에도
자라는 내게 점점 왜소했다
그 등의 왼편에 박힌 큰 점 하나가
내 등에도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집 떠나던 날 나는
청춘의 결기로 매몰차게 돌아섰지만
영웅이 되지 못할 거란 예감에
삐딱한 등으로 울었다
슬픈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했다

내 약점은 비밀로 하고 싶지만
너에겐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걸 안다

그대 내게 이기고 싶다면
뒷모습을 보여라
잘 자라는 말 남기고 눈 감는 얼굴과
돌아눕는 애잔한 그 등을

혹시 나와 비슷하다면
그래서 내게 져주고 싶다면
그대 남기고 돌아서는
나를 배웅하며
멀어지는 내 등을 오래도록 바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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