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남은 가족들은 '상속'이라는 현실적인 숙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누구나 사이좋게 나누고 싶어 하지만, 재산의 종류가 아파트, 상가, 주식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누가 무엇을 가질지 정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자칫 잘못 나누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 폭탄을 맞기도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상속재산 협의 분할'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합의서를 넘어, 상속세의 크기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절세 전략이 됩니다. 오늘은 이 협의 분할을 어떻게 활용해야 가족의 우애도 지키고 세금도 아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법정 상속 지분(배우자 1.5 : 자녀 1)대로 나누는 것이 공평해 보이지만, 세금 측면에서는 결코 유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의 합의를 통해 누가 어떤 재산을 가질지 전략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① 배우자 상속 공제의 활용 우리나라 상속세법은 배우자가 상속받는 금액에 대해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해 줍니다. 따라서 협의 분할을 통해 배우자에게 상속 재산을 더 많이 배분하면 전체적인 상속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물론 배우자가 고령이라면, 2차 상속(배우자 사망 시)까지 고려한 셈법이 필요합니다.
② 재산의 성격에 따른 배분 당장 현금이 없는 자녀에게 거액의 부동산을 물려주면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 곤란을 겪습니다. 반면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는 대출이 낀 부동산(부채)을, 현금이 필요한 자녀에게는 예금 자산을 배분하는 식으로 맞춤형 설계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 바로 협의 분할입니다.
협의 분할은 한 번 정하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세무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다음 원칙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① 최초 신고 기한 내에 확정할 것 상속세 신고 기한(상속 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내에 협의 분할서를 작성하고 등기까지 마쳐야 배우자 상속 공제를 문제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기한을 넘기면 공제를 못 받아 세금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
② 재분할은 금물입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처음에 협의해서 등기까지 마쳤는데,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재산을 다시 나누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국세청은 이를 상속이 아니라, 가족 간에 서로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봅니다. 즉, 상속세는 상속세대로 내고, 재분할한 부분에 대해 증여세까지 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③ 전원의 동의와 인감 날인 협의 분할서는 상속인 전원이 동의하고 인감도장을 찍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무효가 되므로, 평소 가족 간의 소통과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상속재산 협의 분할은 떠나간 분이 남긴 유산을 가족들이 지혜롭게 나누는 과정입니다. 당장의 욕심보다는 가족 전체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자산을 배분하는 **'양보의 미덕'**이 발휘될 때 가장 빛을 발합니다.
슬픔 속에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이 시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냉정하게 세금을 계산해 보고 따뜻하게 합의하는 것이야말로 남은 가족의 평화를 지키는 길입니다.
상속재산 협의 분할이 '이미 일이 벌어진 후'의 수습책이라면, 가장 좋은 것은 일이 벌어지기 전에 완벽한 그림을 그려두는 것입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시계를 조금 더 앞으로 돌려,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3대(代)를 아우르는 장기적인 자산 승계와 철학을 담은 컨설팅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기업 경영과 승계에 대한 고민, 혼자 앓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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