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플리에의 닭요리 - 샤세르 치킨
[프랑스에서 첫 숙소]
2018년 우리는 남편의 해외파견으로 영국에 살던 시절이었다.
그해 부활절 방학 기간에 프랑스 자동차 여행을 계획했는데 차를 가지고 도버를 건너서 프랑스 깔레 항으로 들어가는 계획이었다.
[Paris 근교 - Mafflier 마플리에-lusy Bistro- Louirevalley - Amboise - Clermont-Ferrand 클레르 몽페랑 - Lyon 리옹 - Villeneuve-les-Avignon 빌레브네아비뇽(아비뇽근교) - Sainte-Marie-la-Mer 생 마리 - Nimes 님 - Pont du Gard 퐁뒤가르 - Marseille 마르세이유 - Saint-Croix 생크루와 - Moustier-saint-marie 무스티에 생트마리 - Gorges du Verdon 베르동계곡 - Lyon 리옹 - Paris 파리 - Dover 도버 - 영국 집]
우리는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와 베르동 계곡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이것은 모험이기도 했다. 첫째는 만 7세, 둘째는 만 2세였기 때문에 장시간 차를 운전해 가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곳들은 너무 긴 시간 운전을 피하기 위해서 지나가는 곳으로 정했었는데 첫 목적지인 마플리에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계획에 없던 곳곳의 예상치 못했던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플리에의 노보텔 호텔은 낡았지만 넓은 정원과 아늑한 수영장 그리고 편안함이 있었다.
호텔을 찾아 들어서는 마을길은 무척 서정적이었는데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 짧아서 아쉬웠다.
우리는 짐을 풀고 호텔 레스토랑에 저녁식사를 예약하고 짧은 산책과 수영을 했다.
누군가 프랑스는 고속도로 휴게소 바게트도 맛있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휴게소 바게트는 정말 맛이 없었다. 휴게소 바게트에서 익힌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묵은 숙소도 파리 변두리에 오래된 숙소였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성격에 따라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날은 비가 촉촉히 내렸는데 그 비 너머로 보이던 가든, 수영장과 레스토랑이 있는 클래식한 석조건물로 이어지던 돌길에 빗물이 번지고 있었다.
[마플리에의 닭요리 - 샤세르 치킨]
촉촉한 돌길을 지나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는데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영국 버밍엄에서 도버까지 4시간 배로 해협을 건넌 후 깔레에서 이곳까지 3시간 정도 운전을 해 꽤 피곤했던 우리는 다시 힘을 내어 아이 둘을 데리고 식당을 찾아 밖으로 나가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호텔에 도착해서 호텔 안의 이 레스토랑을 예약했고 큰 기대 없이 몇 가지를 주문했다.
스파클링 워터
소고기 타르타르
소고기 스테이크와 프렌치프라이
사냥꾼의 닭요리와 메쉬트 포테이토
소고기 타르타르는 피클이 들어간 듯했는데 살짝 새콤한 산도와 당도가 느껴졌고 거기에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육회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우리에게 괜찮은 인상을 주었다. 그래도 우리는 반 정도를 남겼는데 센스 좋은 웨이터는 우리에게 너네 남은 거 익혀서 줄까? 하더니 근사한 불향을 입혀 둥근 틀에 세팅을 해서 새로운 요리로 내어주었다.
프랑스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스테이크와 프렌치프라이가 놀랍도록 맛이 없다는 것이다. (남편은 어느 나라를 가든 스테이크와 프렌치프라이 또는 아내인 내 마음대로 시키라는 두 가지 옵션만 가지고 있어서 스테이크는 우리가 자주 주문하는 요리 중의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닭요리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데 내가 만약 마플리에를 다시 간다면 이 닭요리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버터와 우유가 들어간 크리미 한 메쉬트 포테이토에 섬세하게 멍쇼네한 닭의 가슴 부위를 내왔는데 피클을 넣은 타르타르, 스텝밀처럼 아무렇게나 담긴 스테이크와 프렌치프라이에서 갑자기 파인 다이닝 요리로 감동을 주었다.
불어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냥꾼의 닭요리의 정체성을 물어보지는 못했는데 사냥에 실패한 사냥꾼이 집에 가는 길에 사간 닭으로 한 요리라고 어디선가 읽었다. 사냥꾼(샤세르) 조리법에서 유래하는 포도주와 버섯으로 만든 샤세르라는 소스가 곁들여지는 모양이다. 메뉴에는 레드리본 등급의 방목 닭이 주재료라고 적혀있었다.
보통 서양에서 닭의 가슴 부위를 요리할 때는 약간 분홍빛이 돌며 육즙이 있도록 익히는데 그 이상 익히면 살이 단단해져서 맛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익힘 정도가 우리 기준에서는 좀 덜 익은 것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어서 한국사람들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 닭요리는 겉은 바삭하고 닭가슴살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속살이 부드럽고 촉촉한데 핑크빛이 돌지도 않았다.
닭요리를 먹는 내내 주방이 무척 궁금했는데 주방에서 닭 요리 담당자는 누구일까. 플레이팅도 스테이크랑은 완전 다르잖아. 어떤 방식으로 익히고 구웠지? 수비드로 익히고 팬 프라이했을까? 약간의 불향도 나는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한 걸까... 같은 생각들을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프랑스에서는 서민들이 즐겨먹는 닭요리가 무척 발달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르꼬르동 블루 요리수업에서도 닭요리를 꽤 많이 배웠는데 프랑스인 셰프들이 닭가슴살 부위를 얼마나 부드럽게 익힐 수 있는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 훌륭하고도 맛있는 닭요리가 없었다면 비가 왔던 그날 레스토랑으로 걸었던 짧은 길도, 아늑했던 수영장도, 낡았던 2층 숙소도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 요리를 한 번 밖에 못 먹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떤 것들은 세련되고 매끈해도 건조하게 느껴지고 기억에 남지 않는다. 어떤 것들은 낡고 멋지지 않아도 따뜻하고 오래도록 생각이 난다.
단순하고도 맛있는 요리가 주는 기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