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즐거움 in Lusy Bistro
우리는 루아르 고성지대로 가기 위해서 마플리에를 나섰다. 루아르 지역의 숙소까지 3시간 정도 운전해서 가야 했고 중간에 점심을 먹고 목적지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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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정말 대단했는데 구글 지도, 구글 내비게이션, 구글 번역기가 없었다면 우리의 여행은 아마 불가능했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담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운전해 갈 경로를 먼저 검색하고 점심을 먹을 시간의 거리만큼 이동한 지역을 체크하고 미리 트립어드바이저를 이용해 식당을 검색했다.
캐주얼하면서 별점 4.5 이상의 식당을 검색하고 주변에 실내 유료 주차장이 있는지도 꼭 염두에 두었다.
유럽에서는 길거리에 세워 둔 관광객의 차에서 도난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심지어 차를 훼손하기도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뽕두아스라는 변두리 도시에 있는 루시 비스트로를 찾아냈고 우리는 12시쯤 바로 옆 공영 주차장 건물에 주차를 했다.
관광지가 아닌 로컬의 작은 동네는 무척 한산했고 낡고 무기력해 보이는 상점들이 습관처럼 문을 열고 있는 것 같았다. 주변에 학교가 있는지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첫 번째 손님으로 12시 반에 이 식당에 들어섰는데 메뉴는 프랑스어로 되어 있었고 친절하며 젊고 귀여웠던 홀 직원은 영어를 전혀 못해서 당황하다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여주인을 불러 주어서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식당은 빠르게 만석이 되었는데 흑백의 동네에 만화처럼 식당에만 컬러가 입혀져 활기가 넘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의 식사가 나왔다!
스파클링 워터
게살요리
대구 필레
리조또
송아지 스테이크
와! 아직도 잊히지 않는 대구요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초리조를 얹은 모양과 촉촉하고 정확히 익힌 생선 그리고 홍합육수와 레몬향. 생선 아래 정원처럼 깔린 완두콩과 다른 두 가지 콩. 알단테로 익힌 슬라이스 감자. 달콤한 납작 껍질콩 그리고 오이.
요리를 먹을수록 겹겹이 사랑스러움이 계속되어서 정말 즐거웠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요리를 가르칠 일이 생긴다면 꼭 한번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맛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변두리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은 이 식당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아스파라거스와 폴렌타가 곁들여진 모렐 소스의 송아지 스테이크. 옥수수 가루로 되직한 죽처럼 만드는 폴렌타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다. 결혼 초 남편과 발리여행 때 숙소였던 인터컨티넨탈호텔의 이탈리안식당에서 처음 먹었던 폴렌타가 정말 맛있었는데 아직도 그만큼 맛있는 폴렌타를 먹어보질 못해 아쉽다. 아마도 크림과 파마잔 치즈를 잔뜩 넣었을 것이다.
완두콩과 루꼴라, 아스파라거스와 파마잔 치즈를 얹은 크림리조또. 완전히 호화된 쌀요리를 즐기는 한국사람인 나는 여전히 알단테 식감이 낯설다. 두께감 있게 넉넉히 얹어 준 파마잔 치즈.
스타터로 주문한 게살요리는 망고소스와 함께 아보카도, 새싹을 얹어냈는데 망고소스를 연출한 방법이 좀 아쉬웠다.
우리는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도로 뒤쪽으로 공원과 동네 놀이터가 있었고 놀이터를 둘러싼 영국과는 좀 다른 프랑스의 주택들도 구경했다.
파리 백화점의 멋진 쇼케이스보다 이곳 이름도 모르는 동네에서 시간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좋은 음식은 시각과 미각,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추억을 박제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순간을 제공할 수 있는 요리를 좋아한다.
루시에서의 좋은 식사가 없었다면 이 도시는 나에게도 흑백으로 지나쳐졌을 것이다.
미끄럼틀을 미끄러져 내려온 아이들과 놀이터의 얕은 언덕을 올라 동네를 구경하며 한참 시간을 보낸 후 동네 주민센터로 보이는 곳에서 화장실을 해결하고 루아르 고성지역의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