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길로 새지 않도록 도와주는 '아맞다타임!'
간만에 아이와의 등원 준비가 수월했던 날. 옷도 한 번에 잘 입어주고, 간단한 아침도 잘 먹어주고, 양치까지 짜증 없이 하는 날은 하루가 그냥 다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오늘은 여유있게 출근해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출근길에는 생산적인 것 좀 해봐야겠다 괜히 다짐도 해보지요.
그렇게 평소보다 10분이나 일찍 등원시키고 지하철에 올라 전자책을 열었는데... 글쎄!! 한 페이지의 절반 정도 읽었을 때쯤 '아, 맞다! 학원비 안 냈네~'라는 이상한 유레카 같은 생각이 떠오르고 너무 자연스럽게 전자책은 화면에서 사라지며 제 머릿속에서도 사라지고 말아요. 학원비만 내는 게 아니라, 학원비 결제하다 보면 쌀도 사야 하고 장을 봐야하거든요.
책을 읽고 있는 나를 스스로 뿌듯하게 생각하는 느낌 한 스푼만 맛보고, 오전에 아이와 등교하며 '나를 위한 생산적인 것'을 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이죠.
아, 맞다! 쌀 사야 하는데!
아, 맞다! 애들 학원비 내야 하는데!
희한하게 갑자기 생각나는 일들은 무언가 집중해야 하거나 겨우 내 시간 갖겠다고 폼 잡으면 더 잘 떠오르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없이 갑자기 생각난 것들을 처리하겠다며 다시 핸드폰을 꺼내 버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딱 할일만 하지 못 한다는 것이예요. 장보고 준비물 사고 바로 핸드폰을 닫지 못하고... 와있는 카톡을 확인하다 대화가 시작되기도 하고, 생각없이 인스타그램을 켜서 스토리를 보기도 하고, 그러다 어떤 연예인 근황이 궁금해지면 유튜브로 찾아보다가, 또 우연히 만난 알고리즘에 휘말려서 10분 더 여유 있게 출근해 겨우 찾은 10분마저 영양가 없는 것들로 채우다 끝나기 일쑤입니다. 책을 읽어보겠노라고 다짐한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진 채 이미 회사에 도착하고 말지요.
어느 날 아침, 보통의 날처럼 유튜브 알고리즘에 정신을 맡겼다가 우연히 '시간 관리'에 대한 유튜브 클립을 보게 되었습니다. 흘려보내는 시간 속에 만난 '시간 관리' 콘텐츠를 만난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이 영상을 보고 바로 마음가짐을 고쳐 먹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흘려보낸 건 나인데 책 읽는 시간, 생각정리할 시간,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핑계대고 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신의학과 박사님들이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었는데,
사람들이 시간을 허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딴 길로 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갑자기 생각난 일들은 사실 대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 후딱 해버릴 수 있는 일들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두 박사님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툴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핸드폰이나 패드 등과 같은 디지털 툴을 활용해 메모를 하고 정리하다보면 굳이 안 해도 될 웹서핑을 하거나 카톡을 하게 되는 걸 알기에 노트, 수첩을 갖고 다닌다는 꿀팁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꿀팁을 저도 적용해보기로 했고, 실제로 너무나 제 틈새시간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일명 #아맞다타임인데요, 갑자기 '아, 맞다!' 하면 떠오르는 처리할 일들을 한 번에 모아서 처리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주로 이동시간이나 잠들기 직전에 갖고 있어요.
아맞다타임은 갑자기 생각난 일들을 모아서 처리하는 시간이예요. 저는 보통 20분 정도 잡아둡니다. 시간블럭은 제가 하루를 플래닝하는 방법으로 자세한 시간블럭 활용법은 아래 글에 적어두었어요.
이 때, 할일은 업무나 대단한 시간을 요하는 무거운 것들이 아니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만 꼭 당장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예요. 저는 주로 장보기, 학교안내문 회신하기, 세탁 맡기기와 같은 집안일들을 모아요. 중요한 건, 생각났을 때 바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메모만 해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행하러 가는 순간, 제가 딴 길로 샐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예요.
저는 이동시간이나 잠들기 직전에 메모한 것들을 처리하는 '아맞다타임'을 갖고 있어요.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여도, 확실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보는 시간이 줄어서 훨씬 제가 생산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더 여유로워졌습니다. 핸드폰 들었다가 저처럼 딴 길로 자주 새는(?) 분이 계시다면, 최대한 덜 새도록 짬내서 처리할 것들을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