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을 숨기고 싶었던 건 오히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걸지도.
입사 5년차에 벌써 육아휴직 두 번.
27살, 육아가 뭔지도 모를 나이에 첫째를 낳고 31살에 둘째까지 낳은 저는, 입사 5년차에 벌써 애 둘 워킹맘이 되어 있었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1년 만에 육아휴직을 했기에 팀원 분들에게 괜히 죄송한 마음도 들고 쉬지 않고 일하는 동기들의 연봉이 오르는 걸 보며 '일하는 엄마'라는 정체성에 대한 좋은 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육아 얘기는 굳이 먼저 하지 않았고, 혹 누가 물어본다 해도 아이 얘기는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 때 당시의 가장 큰 마음은 엄마라는 역할로 인해 제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 평가 절하될까 싶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애 낳으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이 저에게도 적용되는 게 싫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또 좋은 성과를 내려고 몰입해서 일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애 재우고 나면서 밤에 다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기도 하고, 혹여나 놓친 게 있을까 다시 한번 업무를 복기하면서요. 사실 회사의 그 누구도 워킹맘이 된 저에 대해, 그리고 육아를 하는 엄마들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한 적도 없는데 혼자 조급했고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33살, 주변 친구들의 결혼과 출산.
입사 8년차쯤 되자 주변 친구들과 동기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출산을 하는 대한민국 평균 연령대에 접어든 것이지요. 저는 큰애가 7살이 되고, 둘째는 3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어느 정도 육아도 익숙해졌고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친구들이 많아지니 육아하는 저를 더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육아 노하우에 대해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 그리고 또 육아의 힘듦을 같이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신이 나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했을 법한 평균 나이가 되었기에 간혹 업무 미팅 자리에서도 여자 분들끼리 편한 식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혼과 육아 이야기가 나오는 빈도도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반응은 "벌써 아이가 둘이예요? 7살이나 됐어요?"였어요.
그렇게 말씀주신 분들의 속뜻까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저는 그런 말을 듣는 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도 둘이나, 벌써 8년을 육아하며 일까지 하고 있는 파워걸이 된 것 같았거든요.
과거에 워킹맘을 숨기고 싶었던 건, 어쩌면 공감받고 인정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두려움에서 시작된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워킹맘이기에 더 큰 용기와 응원을 주며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 많은 여성 분들. 그리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감사한 복지와 정책들이요. 정말 힘들 땐 저밖에 안 보였던 것 같습니다. 애 등원시키고 출근하기 바쁘고, 또 퇴근 시간되면 어린이집까지 쏜살같이 달려가는 퇴근길에 주변을 둘러볼 틈이 어디있냐며 스스로를 가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그 누구도 애 키우며 일한다고 뭐라 한 소리 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제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첫째를 임신하고 출산할 때는 고작 1년차였고, 직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던 것 같고 회사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이까지 키운다는 게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을까 싶었던 것 같아요.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제와서 워킹맘이 자랑스러워진 게 제가 잘 해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시간이 해결해준 부분도 큰 것 같거든요. 직장 8년차가 되었고, 또 다들 결혼하고 애낳는 시기가 되었고,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잘 커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깨달은 건, 내가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나에 대해 확신을 갖고 스스로 토닥여주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워킹맘이 아닌 척 지내려 했던 시간동안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저도, 아이도 어리기도 했겠지만) 두 가지 역할을 그래도 해내고 있는 나를 인정해주고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면 조금 더 힘이 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도 듭니다. 그래도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깨달음이 있었겠다는 생각으로 위안 삼고 싶습니다.
▼ 스스로 워킹맘임을 인정하기 어려웠던 시기의 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