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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Feb 29. 2024

나는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48_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평가원 모의고사의 성적은 사설 모의고사처럼 정답과 해설지가 나오지 않고, 시간 차이를 둔 채 과목별로 정답이 나온다. 보통 시험 날 저녁이면 확인할 수 있지만, 일부로 확인하지 않았다. 문제들을 풀 때 어려워서 평소보다 많이 찍은 것과 정답인지 아닌지 자신감 없이 푼 문제들이 은근히 많아서 제대로 잘 나오지 않을 것 같만 같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확인 하지 않을 수 없어 점심 시간에 태블릿의 인강 어플을 들어가 올라온 평가원 모의고사 정답을 확인하고, 채점했다.


“와... 이걸 부모님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점수를 확인한 내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결과는... 망했다. 아주 처참하게 망했다!!

원점수를 기준으로 현재 나온 등급을 체크해보니 국어는 3등급, 수학은 4등급, 영어는 2등급, 탐구 과목인 사회 문화와 생활과 윤리는 3등급을 찍었다.


지난달과 비교해서 동일한 등급이 나온 건 사회 문화 뿐이다.

그나마 자신 있는 영어는 늘 90점 이상 맞아 1등급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88점으로 2등급이 나왔다.


“생윤은 살짝 손 놓긴 하지만, 이렇게 나올 줄은....”


사회 탐구는 담임 선생님이 늘 강조했고, 5월 모의고사 이후로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

다른 과목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믿을 건 영어와 사회 탐구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 달 모의고사에서 생활과 윤리 과목에서 1등급을 맞자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수업만 듣고 복습과 기출 문제를 해야 할 시간에 수학을 공부했다. 즉, 최소한의 공부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를 더 한 수학에서 성적이 안 나왔고, 지난 달 모의고사 대비 2등급이 떨어지고 국어도 1등급이 내려갔다.


만약 이 성적이 수능 점수라면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2합 5 기준의 대학교에서만 논술 응시가 가능하고, 이 위로는 응시 수수료를 날리는 것이었다.


“이번에 평가원에서 미친 거 아니야?”

“맞아. 6월 평가원도 어렵긴했는데, 이번에 대대적으로 완전 문제 난이도를 확 올려버렸어.”

“게다가 문제 출제 경향도 완전히 바뀌었고.”

“거의 대부분이 기출 급이라서 3점 짜리도 겁나 어려웠지.”


내 점수가 떨어진 만큼 주변에서도 많이 떨어졌다고 이야기가 들려오긴 하지만, 멘탈이 나가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수능을 보는 게 맞나?’


멘탈이 나간 이유는 크게 2가지로, 하나는 사설 모의고사와의 괴리감이었다.

사설 모의고사를 보면 성적표가 2종류로 나누는데 모의고사를 응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표와 이를 기반으로 수능 예상 성적표가 나온다.


수능 예상 성적표는 표준 점수를 비롯해서 백분위와 등급이 높게 나오는 편인데, 수능 응시하는 고등학교 3학년들보다 N수생들의 점수가 높은 편이라 이게 반영되서 높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수능 예상 성적은 실제 수능을 봤을 때 이렇게 나올 수 없고, 결과는 끝까지 알 수 없으니 지금 본 모의고사의 원점수를 기준 삼아 공부할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낮게 나온 성적보다는 자연스레 높게 나온 성적이 내 성적이라 생각하고 싶어 이 점수가 내 실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표에서는 수능 예상 점수가 아닌 객관화된 내 성적이 나오기에 내 실력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번째는 정말 이렇게 해서 재수를 성공할 수 있냐는 의문점이 들었다.

물론 제대로 공부한 지는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을 공부로 성실하게 보내지 않았기에 이를 재수 하는 동안 채워 성적을 확 올리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달리 마음은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조급함이 앞서 이대로 수능을 보는 것이 맞는지, 다시 삼수를 해야 하는 건지 고민으로 머릿속으로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느라고 고생 많았습니다. 6월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크게 오르고 출제 경향도 많이 바뀌어 이를 따라가지 못한 학생들은 성적이 많이 떨어졌을 겁니다. ”


담임 시간이 되자 담임 선생님들은 전날 있었던 평가원 모의고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총평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공부할 때 수박 겉핥기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깊게 파고 들어가 그 안에 숨은 뜻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더불어 평가원 모의고사를 통해 본 문제들은 다시 수능에 출제되지 않으니, 비슷한 유형들은 다음에는 무조건 맞을 수 있게 공부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디테일한 내용은 개인 상담으로 이야기 할 테니 상담 신청할 학생은 신청 명단에 이름을 작성하세요.”


담임 시간에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없기에 담임 선생님은 큰 틀만 이야기하며 마무리했다.


“중요한 건 지금 성적이 여러분의 수능 성적이 아닙니다. 이 성적은 여러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지금 몇몇은 내년에도 다시 공부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텐데, 그런 생각 따윈 하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면 과연 내년에도 잘 할 수 있을까요?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내년에 시간이 있다는 생각에 게을러지니 올해가 마지막이라 세뇌하며 필사적으로 합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내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해보니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었다.


재수를 하기 전에 다른 대학교를 걸어 놓은 것도 아니었다. 만약 대학교에 가지 않으면 바로 군대에 가야 했고, 그 뒤에는 무엇을 할 지 모른 채 바로 사회에 뛰어 들어야 했다.


가장 좋은 선택지는 어떻게든 공부해서 성적 올린 뒤, 내가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멈춰있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빨리 정신 차리고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더 공부한다고 생각하니 이대로 멘탈이 나간 상태로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B대 논술 준비도 시작해야 해!’


아직 수시 원서 접수를 하지 않았지만, 이미 마음 속으로 B대 논술을 보는 것으로 확정한 상태였다.

B대는 타 대학교들과 다르게 수리 논술과 영어를 봐야 하기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 시간을 빼면 다른 학생들보다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더욱 집중해야 했다.


'나는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마음을 먹으며 멘탈을 다듬었고, 담임 선생님 말대로 지금 이 성적은 지나갈 뿐이라고 세뇌하며 최종 목적지인 수능을 향해 달려갈 것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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